스모키 마운틴 CHARLES BUNION 트레일 산행 후기

스모키 품안에 자리를 튼 테네시 주의 개틀린버그(Gatlinburg) 산촌의 새벽은 어느샌가 모르게 우리곁에 다가와 머무는 겨울을 헤집고 찾아왔습니다. 남으로 남으로 10시간을 넘게 달려왔으니 아직은 가을의 흔적이 남아 있으려니 하는 기대가 한순간 허물어지는 아쉬움이 차디찬 새벽 공기에 찰나에 얼어 붙어버립니다. 사치스런 낭만적 생각의 여유도 함께 얼어붙고 방한모며 미튼이며 목도리 등, 방한 도구들을 챙기게 되는 현실에 눈을 뜨게 됩니다.

고단한 여정을 예견하며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2천미터의 고봉을 오르기 위해 스모키 마운틴 공원으로 진입하는데 입구에 자연을 고스란히 살려 만든 방문자 센터가 키 큰 나목들 사이에 외로이 서있었고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찾는 이가 없는 주차장에는 적막만이 가득 차있었습니다. 을씨년스런 계절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계곡을 따라 냇물을 따라 오르는 길에는 어제 밤새 내린 서리로 산은 설산이 되고 나무들은 설화를 피워 천지 사방이 옅은 색의 설국이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스모키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행로로 정평이 나있는 Charles Bunion Trail을 오르기로 합니다. 미국의 최북단 메인 주에서 시작해서 최남단 조지아 주까지 이어지는 2179마일의 에팔레치안 트레일 대장정 내에 포함되어 있는 구간입니다. 미 남부지역에서 가장 높은 지점으로 알려진 클링맨스 돔을 지나 바로 이어지는 이 산행로는 고산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좌우로 펼쳐지는 대자연의 장엄함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좋아들 합니다. 산행이 시작되는 뉴파운드 갭 주차장에 내리니 어제 광적으로 몰아치던 바람은 간밤에 많이 잦아들었지만 수십겹 산등성을 넘어오는 바람이 이 갭으로 몰려 산행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스모키는 우리 산객들에게 환영의 표시로 끝도 없이 펼쳐진 고산 능선들의 장엄한 사열식을 보여주는데 자욱하고 혹은 희미하게 깔린 안개가 더욱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기지개를 펴며 일어서는 햇살을 받아 헐벗은 나뭇가지 끝마다에 매달린 이슬 같은 서리들이 영롱하게 빛을 발하고 영산의 자태를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먹거리를 챙기고 또한 산정에서 버리고 올 인간사에서 생성된 잡다한 부산물들을 모두 배낭에 챙겨 넣고 길을 떠납니다.

에팔레치안 트레일의 표식인 흰색 페인트를 따라 산행은 이어지고 이내 가파른 경사로가 바위를 의지한 채 펼쳐집니다. 한떨기 바람이 세차게 몰아쳐도 언제나 푸르름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버티어 서있는 상록수들을 보면서 그 기개를 닮아 우리 산사람들은 거침없이 산을 오릅니다.

산은 촉촉하게 젖었고 물기 많은 골마다 푸른 월동초들이 가득 채워져 계절을 잊게 하고 한겹씩 걷혀지는 안개속으로 산들은 빼꼼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몰아닥친 한파는 길마다 채워진 물길이 결빙되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암벽마다엔 주저리 주저리 고드름이 열려 장관을 이루고 서녘으로 누운 이 산길에도 빛이 들어 길섶에는 연녹색의 이끼 식물들이 부드러운 양탄자처럼 깔려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세월을 보듬은 고목이며 바위들이 짙은 색을 띤다면 이런 생명체들의 연한 빛깔들이 대비 색을 이루며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채색하고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힘겨움에 이런 눈요기가 있어 우리는 위안을 얻게 됩니다.

모든 시작은 한번 뿐입니다. 첫사랑도 첫 여행도. 그리고 모든 처음은 이별에 서툴기 마련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기에.. 이 넓은 대륙에 또 이 넓디넓은 세계 6대양 5개주에 하고 많은 명승지가 있는데 다시 이곳을 이 산행로를 찾게 되겠냐는 탄식같은 소리에 문득 떠오르는 반문이었습니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우리. 모든 산이 온갖 방문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소리에 기어코 오늘의 정상을 아무도 체념하지 말고 오르자고 다짐을 해봅니다. 그런 각오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산을 자신있게 가슴을 열어 재치고 아껴둔 자신의 몸매를 드러내 보입니다.

드디어 우리는 찰스 뷰니언 구간의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바위군으로 이루어진 정상에 오르니 산마을 개틀린버그가 발아래 펼쳐지고 피존 폴지 동네와 같이 우리가 여행의 추억을 남긴 지난 흔적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되뇌어 보는 일도 적잖이 흥미로웠습니다. 급경사를 이룬 절벽 같은 계곡에는 바람소리만 윙윙거리며 겨울이 깊어감을 사이렌처럼 울어댑니다. 과일과 야채로 허기를 면하고 어느새 식어버린 땀이 한기로 돌아설 즈음 귀환을 시작하게 됩니다. 다른 시작을 위한 귀환길. 언제나 새롭습니다.

청춘! 어느 작가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인다는 청춘, 지천명을 넘긴 우리 나이에서의 청춘이란 무엇인가? 물리적 나이인 20대만 청춘의 시대일까? 지천명을 꺾고 이순을 넘어 고희를 연해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고 건강나이가 불혹이나 이립, 약관보다 뒤지지 않았다면 감히 우리 인생도 청춘이라 여길 수 있지 아니한가? 비록 첫사랑의 기억이 희미하고 그 이별마저도 환각처럼 몽롱해도 가슴속 불타는 열정은 변함없는데... 오늘도 우리는 그런 청춘을 가슴에 품고 산을 오르고 또 첫사랑을 다시 만나는 설레이는 기다림으로 내일 떠날 산행을 계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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