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가 열어갈 경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경제정책을 이끄는 쌍두마차는 미국대통령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미국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공약을 기반으로 입안한 경제 정책을 이행하고, 연준은 행정부와 독립적인 입장에서 통화금융정책과 은행의 관리감독,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유지 정책 등을 실시한다. 미국 경제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행정부와 연준 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4일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록에서 위원들은 “재정정책 등 앞으로 이뤄질 정책이 총수요와 총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있다. 정책의 시행 시점, 규모, 구성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염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록에서는 위원들이 트럼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으로 열리는 트럼프 시대의 미국 경제를 표현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문제는 시장이 가장 경계하는 단어가 바로 불확실성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이어지던 이른바 ‘트럼프 랠리’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이유도 바로 불확실성이었다. 중국과 멕시코 등 주요 교역 대상국과의 무역갈등은 세계 시장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큰 불확실성이다.


지난 12일 WSJ은 “도널드 트럼프가 11일 두서없는 (rambling) 기자회견을 한 이후 시장에서는 ‘덤프 트럼프(Dump Trump·트럼프 버리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됐다”라고 보도했다. 당초 트럼프가 대규모 인프라(사회간접자본) 투자와 세금 감면, 규제완화 등 떠들썩한 경기부양 공약을 내걸었지만, 이를 실행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열기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을 가장 증폭시키는 요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중국과 멕시코, 유럽 등 주요 교역 대상국들과의 무역갈등이다. 만성적인 무역적자 해소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해 중국과의 한판 승부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는 실제로 중국과의 대대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 온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마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 진용은 하나같이 중국에 호전적인 입장을 보여 온 매파들로 채워졌다. 이들은 국경세 등 징벌적 관세 부과를 위한 법안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심지어 이미 사문화 된 1930년 ‘미 무역거래법 338조’까지 들먹이고 있는 양상이다. 미 무역거래법 338조는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나라의 제품에 5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규다.


트럼프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로버트 라이시저 전 USTR 부대표를 지명했다. 라이시저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중국산 저가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자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라이시저는 2011년 워싱턴타임스(WP) 기고문을 통해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은 대부분 보호무역주의자였다. 그 정신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유무역주의는 외부의 적이 환율 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데 일조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최대 철강 회사인 US스틸 변호인으로서 중국을 상대로 철강 분야 반덤핑 소송을 맡기도 했다. 그는 중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특별 관세를 부과하고 WTO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는 국가무역위원회(NTC) 수장으로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나바로는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중국을 가짜 제품의 천국이자 미국 경제를 파멸로 이끄는 주범으로 묘사했던 인물이다.


월가 출신 억만장자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 역시 철강 등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지론을 피력해 왔다.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담당하는 진용들이 중국과의 일전을 벌이기 위한 매파들로 구성된 것이다. BBC는 최근 "트럼프가 중국을 잡을 매(China hawk)를 기용해서 전열을 가다듬었다"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또한 세계시장 질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워싱턴은 WTO의 핵심 지지 세력이었다. 미국은 세계 무역 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 WTO를 금과옥조로 삼아왔다. 트럼프는 그러나 미국이 WTO를 탈퇴하겠다고 위협을 해 왔다. 지난 2010년 미 의회에 출석한 라이시저 역시 미국 정부가 WTO에 무조건 맹종하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었다. 트럼프처럼 WTO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 미국의 무역정책을 주관하는 USTR 대표를 맡게 된 것이다.


 


오는 20일 미국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의 핵심 경제 노선을 정리한다.


 


◇ 보호무역주의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승리를 하는 데 최대의 공을 세운 이들은 이른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지역의 저학력 블루칼라 백인 유권자들이다. 트럼프는 세계화와 이에 따른 경제발전에서 소외된 이들을 향해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 무역주의'를 외쳤다.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으로 가장 큰 정책적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로 국제무역을 꼽는 이유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오바마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 왔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와 멕시코 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재협상 과정을 거쳐 핵심적인 조항들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또한 중국과 멕시코산 수입제품에 각각 45%, 3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아울러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선포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이런 공약을 행동에 옮길 경우 세계 시장에는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 대규모 감세정책


트럼프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래 가장 대대적인 세금정책 개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법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대폭 내리고 상속세는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미국기업이 해외보유 현금을 본국으로 가져 올 경우에는 10%의 일회성 세금만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미국인들을 소득 기준 세 계층으로 나눠 22만5000달러 이상을 버는 집단에 대해서는 33%의 세율, 7만5000달러에서 22만5000달러의 소득군에는 25%, 소득이 7만5000달러 미만인 저소득층에게는 12%의 세율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39.6%인 고소득층의 세율을 낮추겠다는 '부자감세' 공약이다.


 


◇ 인프라 투자


트럼프는 인프라 건설에 1조 달러(약 1193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낡은 다리를 다시 놓고 구멍난 도로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등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뉴욕 라구아르디아 공항이 개도국의 공항을 상기시킨다면서 새로운 투자가 절박한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학교와 병원, 수도관, 상수도 처리시설 등에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인프라 투자에 대한 트럼프의 공약은 최근 뉴욕증시의 랠리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었다.


 


◇ 파리기후협정 탈퇴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는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196개국 이상이 서명한 파리기후협정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유엔의 기후변화 프로그램들에 대한 미국의 분담금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말해왔다.


트럼프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 채굴을 다시 확대하고,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도 완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캐나다 간 키스톤 XL 송유관 사업도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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