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고의 알파인 트레킹 Routeburn Track 2.

뉴질랜드 남섬에 지독한 태풍과 폭우가 내렸습니다. 이틀째 밤을 자는 맥캔지 호수에서 종착지 디바이드로 가는길에 다리하나가 유실되어 복구될 때 까지 트레일을 폐쇄해버렸습니다. 흔치 않은 일인데 그것이 우리의 발목을 잡아버립니다. 맥킨지 호수 산장에서 둘째 밤을 보내고 퀸스타운으로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려 이어 하기로한 밀포드 트레킹이 차질이 생깁니다. 하는 수 없이 해리스 새들(Harris Saddle)까지 올라가 덤으로 코니컬 힐(Conical Hill : 1,515m) 까지 올라갔다가 하산해 늦지만 퀸스타운으로 돌아가기로 일정을 수정했습니다. 쉽지 않은 하루 일정이지만 최대한 노력을 하자며 이르게 길을 나섭니다. 루터번 트랙중 가장 높은 고개까지 오르고 게다가 코니컬 힐 전망대 까지 올랐다가 트레킹 시작점 까지 귀환하는 녹녹치 않은 하루 일정. 다함께 전의를 모으고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니 이내 루트번 폴스 헛이 나오고 이 길의 대표 산장답게 예술적 미까지 가미해 제대로 지어놓은 것을 보고 우리는 한마디씩 감탄과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밀포드 트랙과 마찬가지로 이 루트번 트레킹도 철저히 가이드 트레킹과 셀프 가이드 트레킹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벙크 배드와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에 개스 버너만 달랑둔 셀프 가이딩 트레킹과는 달리 가이딩 트레킹은 이인 일실 로지에 뜨거운 물 샤워도 가능하고 매끼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며 전 구간을 가이드와 스태프들이 인도합니다. 물론 가격이 장난이 아니긴 하지만요. 그런 로지를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고 지나면 이내 특별한 루트번 폭포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낙폭이 그리 크거나 방대한 수량을 쏟아 붓는 것도 아니지만 바위와 나무들이 어우러진 전체적인 구도는 제법 칭찬해 줄만합니다.

그 폭포를 지나면 해리스 새들 고개까지 장대한 길이 펼쳐지는데 높이 솟은 봉우리들과 아름다운 호수, 이끼가 가득 채워진 숲과 높은 산과 거대한 골짜기, 폭포들을 지나는 트랙이 마운트 어스파이어링 국립공원과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을 이어줍니다. 가을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억새밭이 끝없이 펼쳐진 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면 고산지대이지만 하얀 꽃들이 만발해 지천으로 퍼져있고 철 지난 릴리들도 마운틴 데이지들도 계절을 망각한 채 제철을 만난 양 수려하게 피어있습니다. 그들을 풍성하게 필수 있게 만들어 주는 강물이 젖줄처럼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며 온 골을 적시며 쫄래쫄래 흐르고 있습니다. 마침내 이 강의 발원지인 레이크 해리스(Lake Harris)를 만나게 되는데 초록빛으로 채워진 엄청 큰 호수로 거대한 암산이 배경으로 바쳐주니 물은 더 시린듯 보여집니다. 그 호수를 따라 바위산의 허리를 잘라 만든 아슬아슬한 적별길을 따라 고개로 향해 올라가는데 그 아찔한 걸음이 적지않게 이어집니다. 계곡에서 불어오는 청아한 바람으로 이마의 땀을 말리며 온통 황금빛으로 채워진 루트번 트랙의 고갯마루를 기꺼이 오릅니다.

해리스 새들(Harris Saddle). 이 곳이 바로 루트번 트랙의 최고점으로 오두막같은 셸터가 두개 있는데 왼쪽이 일반용 오른쪽이 가이드 투어용이 있어 쉬어도 가고 혹은 이상 기온시 대피용으로 사용됩니다. 식수가 떨어진 일행이 가이드 용 셸터에 상주하는 스태프에게 부탁했다가 모멸차게 거부 당하는 수모를 겪습니다. 무슨 선택받은 자들의 전유물처럼 누리려는 그들의 못된 근성을 질타하고 싶지만... 배낭들을 모아두고 전망대로 향합니다. 3백미터 이상의 가파르며 험준한 돌길을 따라오르는데 곳곳에 결빙된 상태의 바윗길이 길을 막기도 하는 쉽지 않은 길입니다. 가픈 숨 몰아치며 부지런히 정상을 올라갑니다. 제 시간에 하산하여 예약된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럿 그룹들을 재치고 드디어 코니컬 힝 정상에 섰습니다.

정상에서 360도의 파노라마뷰를 볼 수 있는 명소. 멀리 밀포드 사운드의 피요르가 아스라하게 누워있고 설산 설봉들이 포진한 아래로 긴 폭포들이 내리고 깊은 홀리포드 밸리를 따라 흐르는 유장한 홀리포드 강물. 뉴질랜드 남섬의 유일한 알파인 풍경이 압권인 이 정상에서 둘러보는 풍경은 세인들은 이웃 밀포드 트랙보다 더 아름답다고도 평을 한답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지만.. 오늘 우리가 다리의 유실만 없었더라면 계속 진행해야할 맥킨지 호수 가는 길이 선명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해리스 새들 이후로는 트랙방향이 꺾여서 우측에 홀리포드 밸리를 끼고 걷게되는데 그 경치가 장관입니다. 장쾌하게 뻗은 설산군아래 깊은 계곡을 따라 9부 능선의 낭떠러지길을 따라 걸으며 엄청난 스케일의 산과 강, 계곡 그리고 산에서 흘러내리는 수많은 폭포를 감상하며 걷다보면 물빛이 예사롭지 않아 한폭의 그림같은 맥캔지 호수와 어우러진 산장이 나올텐데.. 모두 아쉬운 마음만 그 길로 보내며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리는 수려한 호반도시 퀸스타운으로 가기 위해 행장을 다시 메고 산을 내려갑니다.

뉴질랜드 최고의 알파인 트레킹 Routeburn Track 2.

뉴질랜드 최고의 알파인 트레킹 Routeburn Track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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