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10대 캐년 그랜드 서클 종주 트레킹 14일.

열사의 6월 미서부 트레킹을 마치고 지금은 알프스 3대미봉을 하기 위해 취리히에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홀로 침대에 누워 뒹굴어 보는 호사를 누리는데 불타는 미서부의 풍경을 전합니다.

여행을 하다가 보면 이곳에서 한몇일 더 머물렀으면하고 미련과 아쉬움이 많았던 곳이 있었을 것입니다. 예상치 않게 가슴 적시는 풍경을 만났거나 떠나고 싶지않은 쾌적하고 특별한 숙소 혹은 헤어지기 싫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을 때 그러했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아마 나흘 동안 머물렀던 자이언 캐년 동쪽 입구에 가깝게 대여한 대형 통나무의 팀버 하우스를 떠나며 생겼던 우리 모두들의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창이 유난히 넓고 많았던 공간으로 밤이면 무수히 많은 별들이 솟아져 내리고 한여름인데도 지대가 워낙높아 깊어갈수록 공기가 쌀쌀해지면 벽난로 주변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거나 노천에 설비해준 뜨끈뜨한 자꾸지에 몸을 담그고 와인 한잔하면서 바라보던 밤하늘. 물론 단지 그 이유만이 아니라 자주 같이 여행을 하면서 마음에 차고 정들어버린 길위의 동행들과 함께 이 수려한 대자연의 풍경들을 보아왔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자이언의 웅장한 위용. 엔젤스 랜딩
하늘은 더욱 내려앉아 우리들의 정수리에 머물고 가늘게 내리는 봄비에 시간마저 정지하여 젖고 있습니다. 용의 등처럼 휘어진 정상에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겨왔을지 예감할 수 없는 거대한 노송들이 휘늘어져 있습니다. 어디에도 의지 가지 없고 마음 둘 곳 없는 뿌리들이 그 모진 생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남아 불모의 바위 지표면에 그대로 벌거벗은 채 방치되어 기형의 거목이 되어 있습니다. 정상을 정상답게 만드는 노송의 무리들이 자이언 캐년의 유구한 역사만큼 휘어지고 비틀어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선사이래 변함없이 도래샘이 발아래 흐르는 별천지에 우뚝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기봉 하나. 엔젤스 랜딩. 우리는 천사들이 천상에서 내리는 이 아름다운 정상에 서서 비안개에 젖은 준봉들을 둘러봅니다. 조금씩 감춰진 비밀 때문에 더욱 신비로움은 아름다워지는 법. 운무에 가려진 자이언의 산봉들이 우리 여생에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기막힌 수려함으로 가슴에 새겨지고 있는 순간입니다. 이 고독한 정복의 균형이 깨어질까 소리 죽이고 숨죽여 그 환희의 기쁨을 조용히 나눕니다. 360도 조망이 가능한 정상에 서서 차분히 몸을 돌려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기억의 망막에 아로새깁니다. 전율로 전해오는 천하를 얻은 듯한 기쁨에 빗물은 눈물이 되어 가슴을 적시고 흐릅니다. 긴 세월의 별리 후에 얻은 분별없던 첫사랑과의 느닷없는 해후처럼....

자이언 캐년의 장쾌한 산마루길
바람이 가장 먼저 나와 배웅을 하며 우리를 반깁니다. 발아래는 자이언 협곡의 모든 풍광이 푸르디 푸른 창공아래로 장쾌하게 펼쳐집니다. 촉촉이 젖은 자이언의 기암괴석들이 끝없이 이어진 장대한 파노라마. 산 너머에는 또 산이 있고 숲 건너에는 또 숲이 있습니다. 남성미 물씬 풍기는 굵은 선의 산세가 더없이 믿음직합니다. 이 고난의 등반에서 마지막 얻는 선물. 기막힌 자이언의 자연 풍광들. 가슴이 벅차 심장이 멎는 듯한 감흥에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신음소리를 내고 맙니다. 땀에 흠신 젖은 몰골로 서로를 격려하며 산과 함께 젖은 동질감에 우리도 그 자연의 일부가 되어 동화되어 감을 그때서야 인식하고 우리들 마음이 한없이 열리며 넓어지는 풍요로움을 만끽합니다. 풀 한포기, 꽃 한 잎, 바람 한 점 까지 이 세상 모든 것을 한껏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고난의 수행 길을 기쁨으로 올라와 장대한 정상에 선 이 거룩한 순간에 바람은 바위산을 넘어 여전히 힘차게 불어오며 우리의 존재감을 일깨워줍니다.

신이 빚은 화려한 조각품들, 브라이스 캐년.
선라이즈 포인트에서 시작되는 퀸스 가든 트레일 그리고 이어지는 나바호 트레일. 삼림속의 수목처럼 그 무수한 첨탑들이 가득한 협곡을 누비며 걸어갑니다. 가장 뚜렷하게 저 나름의 형상을 하고 있는 후두들이 많은 곳이고 가히 여왕의 정원이라 이름 지을 만큼 아름다운 길이 바로 이 길입니다. 여기에는 자연이 빚어낸 하나의 걸작품인 ‘HOODOO'라는 미스테리한 이름으로 회자되는 첨탑들이 즐비하며 단지 아름다운 명소로서만이 아니라 과거 이곳에서 둥지를 틀고 살아온 인디언들이 그랬듯이 현실 세계로부터 벗어나 자아를 되찾는 성스러운 영지로 들어서는 길로도 유명합니다. 우리도 비록 자연에 동화되어 걷고 싶은 나그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신을 잊고 깊은 내면의 세계를 접해보는 상념의 시간을 갖습니다. 길을 떠나 흐르는 부초가 되어 애착과 미련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면 참다운 인생의 길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토암의 퇴적이 산호처럼. Capitol Reef
삭막하고도 황량한 이곳에 뿌리내린 사람들.. 눈에 차는 것이라고는 붉은 산과 돌들만이 이곳의 구성물인양 허허롭기만 한데 사막의 오아시스인양 푸른 숲이 우거져 있는 곳이 있습니다. 간단없이 솟아나는 물 때문에 유난히 푸르름을 더하고 있는 이 프루토아라는 지역에는 초기 정착민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보존되고 있습니다. 광활한 미서부 대 자연 속에 펼쳐진 장대한 풍경을 보면서 호기로움이 솟아나고 뿌듯한 긍지로 내 가슴이 넓어진다. 이 순간이라면 마음의 빚과 금전적빚이 있다면 충분히 용서해주고 탕감해줄수 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연의 경이로움이 가득. Arches Canyon
바위 정상에 서서 다시금 우리들이 지나온 길들을 더듬어 확인을 해봅니다. 굽이굽이 휘어진 길들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저안에 안기어 저 캐년의 품속에서 꿈꾸었던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준 문명의 이기들이 자못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굽어보는 아치스 캐년 황금분지에 빛의 파동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군무하는 수 만봉의 석상들이 지난날 장구한 세월의 풍상을 견뎌 왔듯이 그 위에 또 다른 시간을 새겨놓습니다. 고마운 바람이 한결 세차게 불어와 미의 극치에 넋을 잃고 바라보는 우리를 독촉합니다. 다시 구름에 달 가듯한 나그네 길이라 다음 일정인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랜드 캐년보다 더 장대한 Canyonland
혹자는 그랜드 캐년보다 더 장대하다는 캐년랜드 Grand View 길 끝이 가까울수록 푸른 숲보다는 앙상한 가지의 헐벗은 관목들이 더 많이 나지막이 깔려 있습니다. 너무도 황량하고 척박하니 봄이 이제사 찾아와 화려한 야생화들이 지천입니다. 산행의 묘미는 뒤를 돌아보는데 있다 합니다. 숨 가프게 올라온 지난 발길을 되돌아보면 지금의 내 자신이 보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때로는 발길을 멈추고 되돌아보아야 함을 오늘도 이 산에서 배웁니다. 되돌아보면 그 짧지 않은 여정이 한 세그멘트마다 역사가 되어 한 가닥씩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빛의 마술. Antelope Canyon
태초에는 그냥 강물이던 시냇물이던 물줄기가 흘러가면서 휘휘 돌아갔을 것이고 그 장구한 세월이 바위를 깎고 깎아 깊이가 더해가고 자연이 만든 작품이기에 더욱 오묘하게 깊은 협곡을 만들어 냈습니다. 구불구불 동굴 같은 길을 돌아가면 부드럽게 들어오는 빛 덕분에 곳곳에서는 붉은색의 바위와 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곡선과 장관이 연출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빛의 투사에 사물은 한 공간에서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미를 선사합니다. 센스있는 가이드는 한번 씩 바닥의 모래를 흩뿌려줘 신비함을 더하도록 도와주기도 하니 왜 이 안틸로프 캐년으로 그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향하게 하는지 알게 해줍니다. 오래도록 기억의 잔영이 머물게 하는 비경입니다.

거대한 붉은 거탑. 모뉴먼트 밸리.
모뉴먼트 밸리를 세인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준 것은 영화들입니다. 초기 서부영화의 대부분이 여기에서 찍혔고 공상과학 영화조차도 이 다른 행성에서의 풍경 같은 모뉴먼트가 제격이라 배경으로 사용했답니다. 정통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 감독과 호흡을 맞춘 죤 웨인의 작품들. 수색자, 역마차... 이제 해는 서산으로 달려가고 지평선에 깔리는 보랏빛 어둠은 신비로운 파노라마를 연출합니다. 불가사의한 풍광 앞에서 숨죽여 바라보는데 뷰트의 상층부는 마지막 태양빛을 받아 불기둥처럼 솟아오릅니다. 이 인디언의 성지에서 이처럼 광막한 초현실적 풍경을 접하고는 나도 모르게 그만 화들짝 놀라며 주눅이 들고 저항할 수 없는 그 무엇에 눌려 손을 조아리게 되는 위엄서린 비경입니다.

그랜드 캐년. 신의 영역 그 속살 깊은 곳으로
그랜드 캐년 속살 깊은 곳으로 걸어서 들어갑니다. 우리는 어느새 새가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되어 저 하늘 빛 영롱한 하늘을 흘러갑니다. 순간 찰나 같은 우리네 인생의 덧없음이 긴 한숨으로 내 뱉어집니다. 가슴속엔 진한 향수 같은 그리움의 진액이 흘러내립니다. 언제라도 길 떠날 채비를 갖춘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내 삶의 길이 하늘을나는 새의 길보다 가벼운 것을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모든 것을 비우고 내 삶의 무게만큼만 담은 배낭을 지고 구름 따라 호젓이 저 황혼 속으로 흘러가는 그 삶이 차라리 아름다운 것인 줄을 왜 이렇게 늦게야 알게 되었을까! 배낭을 메고 성산을 오를 앞으로의 세월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지금에야 깨우치게 되었으니...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미 서부 10대 캐년 그랜드 서클 종주 트레킹 14일.

미 서부 10대 캐년 그랜드 서클 종주 트레킹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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