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2

결코 게으르지 않은 돌로미테의 소들의 묵직한 워낭소리에 잠을 깹니다. 병풍처럼 휘둘러진 산군 아래 한가로운 이들의 모습들은 비스듬히 누워 아침을 맞이합니다. 옅은 구름 안개가 암산들을 휘감고 차오를 산촌의 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돌로미테의 다채롭고 특별한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어진 길마다 지어진 오래된 목조 건물의 소담스런 자연친화적인 산장들인데 일찌기 일, 이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돌로미테의 산장들은 세계 최고임을 느끼게 됩니다. 700여개 이탈리아의 산장들은 지금은 이탈리아 산악회에서 전체 관리하고 있지만 대부분 개인들이 지어 운영하기에 저마다 특색이 있고 나름 선의의 경쟁으로 개발해낸 음식맛이 또한 일품입니다. 해발고도 2000미터에서 2500미터를 넘나드는 이곳의 산장에서는 뜨거운 물에 몸을 씻을 수도 있고 심지어 장작불 때서 즐기는 사우나욕이나 나를 위해 조금 투자한다면 다인실이 아닌 독방에 머물 수 있는 호사도 누릴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우리가 숙박했던 세네스 산장은 혹자들의 입에 회자되는 ‘세계 최고의 산장’ 목록 1위에 올라있답니다. 산장들의 음식을 비교하는 것도 트레킹의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인데 어제 저녁 정찬으로 주문한 쇠. 닭고기 음식들은 탁월한 선택이기도 했지만 그 맛이 하나같이 깊고 입맛을 충족시킬 충분한 레시피였습니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너비 150Km 길이가 60Km의 5500 평방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면적으로 이 산군 전체가 유네스코 자연 보호구역으로 보존되는데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이루어진 침봉들이 거대한 산군을 형성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동부 트렌티노 주 남티롤 지방의 알프스에 속하는 산악지대입니다. 기암괴석 및 절벽으로 이루어진 27개의 산악군을 보듬고 있는데 돌로미티 풍경의 진수를 다 보려면 긴 시간을 투자해 머물러야 합니다. 시간과 계절 그리고 날씨에 따라 변신하는 색의 마술은 가히 예술의 경지마저 넘는 이 산군은 수려한 바위산 들마다 전설적인 산악인들의 눈물과 희생이 서려있고 산악전쟁이라는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3천 미터 이상급 암봉이 18개나 포진해 그 위압감을 더해주고 41여개의 빙하가 산정을 덮고 있어 동 알프스의 진면목을 보여줍니다. 더불어 잘 보존된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풍성하게 내리는 계곡들은 돌로미테의 빼어난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구성 요소들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잦은 전쟁으로 인한 교류의 역사는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어우러지도록 하여 맛깔스럽고 풍성한 음식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조촐한 조반을 들고 마음을 보듬는 고요하고 감미로운 돌로미테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오늘의 여정은 Old WWI mountain track 이라고 별칭을 얻은 트레일을 걷는데 아름다운 산들로 둘러쌓인 Pederu 산장(1548m)까지 500미터 고도를 낮추면서 휘휘 돌아 산수를 희롱하다가 다시 마음 단디 먹고 파네스 산장을 향해 오르막을 치다보면 화성에 내려 걷는듯한 황량한 매력을 가진 길을 걷게 됩니다. Rudo 밸리로 연결해 걷는데 Fanes-Senes-Braies 국립공원의 석회암 분지에 위치한 Fanes 산장(2060m)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넘어야 하는데 주변에 펼쳐지는 장엄한 Sennes와 Fanes산괴를 감상하게 됩니다. 동행과 체력적으로 비슷하다 보니까 쉬고 싶을 때도 이심전심으로 휴식하고 식사 때도 혹은 생리작용의 시간 까지도 비슷하니 시간의 낭비가 없어 12시에 이미 대부분 자고가는 파네스 산장에 도달하여 버립니다. 더 걷기로 하고 어차피 산장에서 못자면 아무데서나 텐트 펼치면 오늘의 숙소가 되는 백팩킹의 편리함. 하루 꺼리를 더 하기로 합의를 보고 다시 언덕을 오릅니다.

고즈넉한 풍경을 발산하는 호수 Limo (2157m)에서 소들과 함께 호수물로 끓인 라면에 밥말아 먹고 길 따라 AV 1을 이어갑니다. 페인스 산군의 산자락을 오르면서 펼쳐지는 서던 마운틴 산군의 돌로미테 지역의 최고봉 MT. Marmolada의 장관을 가슴으로 읽어줍니다. 그 여유로움도 잠깐. 이제부터 전체 구간에서 가장 힘든 표고 1433미터의 라빌라 마을에서 2533미터의 포르셀라 라바렐라 고개까지 1100미터를 올라야 하는 시간입니다. 물론 편하게 갈라치면 우회하는 길을 선택하면 되겠지만 극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꺼리는 고난의 길을 스스로 자처합니다. 마지막 한 시간 반의 급경사 오르막은 온몸의 남은 기운을 다 짜내어야 하지만 라빌라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Lagazuoi 호수를 품은 발 아래 풍경을 정상에서 숨을 고르며 바라볼 때 그 모든 고통의 시간들을 일시에 날려버리게 됩니다. 속계에서 선계로. 사바세상에서 천상으로 가는 문. 잘자란 목초지가 가득한 고개에 서서 호수에서 불어오는 한결 상쾌한 바람을 폐부 깊숙히 넣으며 바라보는 돌로미테 절경. 거대 암산에 비끼는 붉은 햇살이 장엄하기 까지 합니다.

이제 하산 길. 라가주오이 호수(2182m) 까지 좁은 돌무덤 사이로 엄청 경사진 길을 내려야 하는데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진땀 꽤나 흘려야 하는 긴장의 연속길인데 지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이어지는 능력 한계의 등정. 다시 7백 미터를 치고 올라야 오늘의 숙소로 정한 산장에 도달합니다. 멀리서 어서오라 손짓하는데 걸음은 더디고 발길은 묵직하고 여름 햇살은 땀으로 온몸을 적시게 하고 등에 진 배낭의 무게가 더욱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데 백미터를 올리지도 못하고 주저앉고 맙니다. 마지막 휘휘 돌린 깔닥고개. 오르는 길 왼쪽으로 역사의 상흔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습니다.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 수천의 고지에 참호를 짓고 매일같이 오르내린 그 전사들의 절박함을 상기시키며 내가 원해 택한 길 힘들다 누구에게 하소연하랴며 힘을 내어 동행과 서로 격려하며 마지막 고개를 넘습니다.

트레킹 일정 중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라가주오이 산장(2,752m).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기울어가는 즈음에 도착한 우리. 매서운 찬바람이 발가벗은 산정에 몰아치고 땀범벅이 된 우리가 잠시 서있는데 이내 식어버려 감기가 걱정되는 상황. 체감온도는 빙점이하인데 감히 텐트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가련한 표정으로 방이나 침대 있냐고 물었더니 우리의 몰골을 본 직원이 장부랑 컴을 뒤적이더니 다인실에 침대 하나 달랑 여유있다는 섭한 말을 합니다. 이 엄동설한 같은 산정에서 어디서 자냐며 바닥이라도 좋으니 자리를 내어달라고 애걸했더니 창고에 메트리스 깔아 주겠다 합니다. 지금 찬 물 더운 물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흔쾌히 승인하고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맥주 대자로 둘 그리고 음식도 이인분 시켰는데 고소증에 탈진한 동행이 아무것도먹지 못하겠다 하는지라 하는 수 없이 틀이킨 두잔의 맥주에 피로감이 더해 걷잡을수 없이 잠이 쏟아집니다. 잠자리라고 안내된 곳은 등산화랑 빨래 널어 말리는 건조실. 그날 하루밤 전 세계적인 발냄새를 음미하며 자야 했고 시나브로 빨래 건조 상태 확인하러 들랑거리는 통에 잠도 설치고 말았습니다. 악몽같은 하루. 그래도 무심한 달도 별도 휘영청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돌로미테의 깊은 밤을 비춰줍니다. 그 적막하고도 고요한 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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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2

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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