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4

시리도록 푸른 돌로미테의 하늘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아침 해가 찬란하게 떠 오르면 오늘 하루 몫의 축복을 품고 길을 나섭니다. 종주는 막바지에 들고 알프스 산군의 변방에 있는 돌로미테에 안겨 행복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우리는 오늘도 비경 사냥에 나섭니다. 분주한 산장의 아침을 맞이하고 오늘도 이어지는 걸음의 축복. 산장에서 고개를 넘기 위해 가는 길이 또렷하게 이어져 있음이 보입니다. 완만한 경사로 2km는 되는 거리. 벌써 차오른 햇살을 등에 지고 오르는 이마엔 어느새 방울방울 땀이 맺혔다가 고개 한번 떨구면 몇줄기로 나뉘어 얼굴로 쏟아집니다. 방목된 소들의 침범을 막기 위해 설치한 특별한 문을 열고 고개를 넘으며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줍니다. 호수가 품은 라고 산장과 그 뒤에 버틴 거벽. 저 멀리 목가적인 산촌들도 평화롭게 누워있는데 그 위로 아침안개가 포근하게 덮어주고 있습니다. 또 그 반대편으로는 스타울란자 고개로 이어지는 산과 길 그리고 발아래 아득한 촌락과 옥색 호수. 신이 그린 풍경화입니다. 그런 감회에 젖어있는데 열심히 반대편에서 올라온 한 노년의 등산객이 인사를 건네옵니다. 80 연세입니다. 어쩌면 당연할 것도 같은 것이 산에서 나서 산에서 자라 산에서 죽어갈 돌로미테 사람들에게는 이 산이 삶이며 친구며 기대어 사는 의지 가지가 아닐런지...함께 기념 촬영을 몇 컷하고 그 노객은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갑니다. 우리도 슬슬 여장을 다시 챙겨서 그 분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는데 되돌아 보던 그가 우리를 확인하고선 황급히 되돌아 뛰어 올라옵니다. 그리고는 손끝을 다른 고갯길을 가르키며 따라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지도를 펴서 확인해보니 정말 태무심하고 노객을 따라 내려갔던 것입니다. 어제도 딴길로 들어 버렸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그 벌로 다시 오르막길을 참회와 성찰로 올라야 했습니다.

알파인 슬로프에 대비된 푸른 목초지에서 Staulanza 산장 이름과 동일한 스타울란자 고개를 넘는 좁은 바윗길을 따라 가면 돌로미테 종주 중 가장 드라마틱한 풍경을 내어놓게 되니 마음껏 즐기라고 산도 하늘도 권장합니다. Pelmo (3168m) 산 고봉을 바라보며 수월하고도 평화스런 길을 나폴나폴 바람이 전하는 노래를 들으며 종주길은 기쁘게 이어집니다. 동토에서 태어나 혹독한 기후속에서 버티며 생명을 유지하다가 이 짧은 여름을 불사르고 생을 마감하는 돌로미테의 야생화들. 고독한 산길을 지키던 이들이 낯선 산객들의 방문에 무척이나 기쁜지 그 작은 얼굴들로 요리조리 도리질하며 함빡웃음으로 환대를 해줍니다. 그 모습 슬프도록 너무 이뻐 가만 자세를 낮춰 이꽃 저꽃 머리들을 쓰다듬어 줍니다. 마냥 좋은지 더욱 머리를 흔들어대며 고운 향기를 내뿜어 주는데 그 향기가 우리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듯 합니다. 그 길로 스타울란자 산장까지 단숨에 내치고 생맥 한잔으로 나그네는 목을 축입니다.

그제도 어제도 너무 수월하고도 나태한 선택을 다그치기라도 할듯이 오늘은 콜다이 산장까지 치고 올라갑니다. 거대한 바위산 펠모산을 끼고 울창한 숲을 걷기도 하면서 또는 오르막 내리막 걸으며 동알프스 산맥에 자생하는 식생들과 수인사하며 이어갑니다. 열심히 걷고걸어 산그늘이 드리워진 시각에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 오르는 콜다이 산장 가는 길. 4백 미터의 마지막 고지가 지친 몸을 뒤로 잡아 당기는데 돌틈사이로 흐르는 찬물 받아 마시고 몸을 식히며 올라가 산장에 이릅니다. 무슨 죄 짓고 온것도 아닌데 조심스레 묻습니다. 방있냐고. 오늘도 로또 당첨입니다. 이 엽서에나 나올 만큼 예쁘고 아담한 Coldai 산장(2132m)에서 하룻밤 정을 쌓고 가게 되었기에 말입니다. 펠모산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콜다이 산장에는 모진 바람이 불어닥칩니다. 계곡들이 모여진 산장어귀에 돌로미테의 모든 바람이 집결하는 듯 몰아치고 체감온도도 빙점으로 뚝 떨어집니다. 반소매 반바지 차림으로 노을을 보려고 나왔다가 벼락맞은 듯 황급히 실내로 다시 들어가 따스하게 지펴놓은 장작 난로 곁으로 바짝 다가가 앉습니다. 한없이 여유로운 산장의 시간. 자유롭게 풍광을 감상하고 그 풍경안에서 따스한 정찬을 맞이합니다. 밤도 함께 말입니다. 장작 난로의 포근함이 참으로 좋은 밤입니다.

아침햇살에 걷히는 안개가 길을 터줄 때 우리는 종주의 마감에 바짝 다가섭니다. 출발점에서 부터 치고 오르는 경사길을 땀을 제법 흘리며 다음 고개인 포르셀라 캠프를 넘으면서 마지막 광대하게 휘두른 산물결의 장관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숨겨둔 비경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도 우리로 하여금 비지땀을 쏟게하는 높은 고개를 넘게 했나봅니다. 올랐으면 또 그만큼 내려가야 하는 산행의 정직한 셈법. 무릎이 시큰한 급경사 길을 하염없이 걸어내려 가면서 한시름 풀어놓습니다. 대 자연 속에서 보는 돌로미테의 장대하고 광활함을 이렇게 하산길에서나 여유있게 볼수 있으니 자주 걸음을 멈추고 산하를 굽어봅니다. 알프스라고 하면 그저 세인들의 인식에는 스위스를 떠올리거나 좀 더 관심있는 이들은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도 끼워줍니다만 유럽 중남부 6개국에 걸쳐 있는 대단한 산군입니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 쪽으로 형성된 동 알프스 중 일부가 돌로미테 지역으로 고산 준봉들이 즐비하다 해도 스위스 등에 비해 이곳의 풍광은 조금은 부드럽고 여성스럽습니다. 특히 걷기에 열광하는 한국의 등산객들이 매료될 수 밖에 없는데 한번 정을 주면 걷잡을 수 없이 사랑에 빠지듯이 재회의 그날을 간절한 기다림으로 살아들 간답니다. 나도 예외가 아니어 이 가을에도 다시 또 한번 오기로 했으며 매년 일정에 넣기로 했습니다. 산 위에는 만년설이 그 아래쪽에는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한 시공 속에서 사계절이 존재하는 이런 기막힌 풍경을 보며 걸을 수 있음이 얼마나 삶의 큰 축복인지....

이런 기쁨에 쌓여 하염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전방 시야가 광대하게 확보된 명당에 지어진 산장에 도달하게 됩니다. 걸음의 갈증만큼 간절한 저 시원한 생맥주의 유혹. 오늘도 한잔씩 들이키며 한숨 돌리면 지친 해가 어서 가자며 나그네의 발길을 재촉합니다. 길게 늘어선 산그림자 깊숙이 들어가는 동행의 뒷모습이 허공을 걷는 듯 아득하고 참 아름답습니다. 언제나 처럼 종주는 끝이 나고 그 고단함이 풀어지기도 전에 그 길 위에서 나누었던 우정 그리고 그 미려했던 풍경들은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립니다. 모두가 이제는 그리운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구비 넘으면 또 한구비가 기다리며 그리도 무겁고도 힘겨웠던 발길. 그러나 가슴을 요동치게 했던 그 장대한 돌로미테 산군.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소들의 묵직한 워낭 소리, 회색빛 암릉과 푸르디 푸른 하늘, 갖은 조화를 부리는 하얀 구름 그리고 그 풍경화를 완벽하게 마름질 해주는 소담스런 산장들. 그 웅장한 돌로미테의 장관들에 압도되어 찬란한 언덕이라는 의미의 산촌마을 벨루노 까지 묵묵히 걸어온 종주길. 우리는 그저 돌로미테에 흩어진 야생화처럼 작은 꽃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아직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는 내 마음을 이제는 데려와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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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4

거칠고도 수려한 풍경. 돌로미테 Alta Via 1 종주 트레킹.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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