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1

앵커리지에서 네시간 거리에 있는 알라스카 최고의 국립공원 데날리로 향합니다. 우리의 여정을 깊숙한 대자연 속에 묻혀서 진행하게 해줄 RV(캠핑카)를 픽업하고 짐들을 간추려 수납공간에 빼곡하게 채우고 먹거리 쿨러에 채워 출발. 간밤에 미리 비를 다 내려준 푸른 하늘이 우리의 앞에 나서 길을 인도합니다. 알래스카 주는 북아메리카 대륙의 북서부 끝자락에 캐나다를 건너 뛴 미국의 역외주로 어원은 "Alyeshka, 섬이 아닌 땅"인데 미국의 51개주 중에서 면적이 가장 큽니다. 원주민은 전체인구의 7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잔존하고 있어 그들의 문화와 풍습이 생활 속에 베어있는데 주의 상징으로 여기며 자부심을 가지고 사나봅니다. 1741년 베링 해협이라는 아시아와 미주 사이의 북해 이름을 탄생시킨 덴마크의 탐험가 비투스 조나센 베링이 이 곳을 발견한 후 러시아 제국의 영토로 편입 되었다가 불모의 인간이 살수 없는 황무지라고 여긴 1867년 미국이 단돈 7백 만불에 사들였지요. 지질학적으로 북태평양 화산대의 가장자리에 위치하며 지형학적으로 알래스카 산맥에는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매킨리산(데날리)이 있으며 화산활동이 빈번하고 곳곳에 퍼져있는 드넓은 빙하지역 때문에 대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넓은 지역에 걸쳐 펼쳐져 있는 지리적인 조건과 지형적인 기복 때문에 기후가 매우 다양하니 우리처럼 알래스카를 8자 형태로 한바퀴 돈다면 동계용 방한 준비도 갖추어야 하겠죠.

알래스카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행지 중 하나인 디날리 국립공원은 6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넓이로 우리나라 서울시의 40배라 하니 그 광대함이 상상이 될런지. 온갖 원시의 야생을 간직하고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 또한 광활하게 펼쳐진 특이한 툰드라 지역, 여름이면 야생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초원지대, 영혼마저도 세척할 수 있을 것 같은 맑디맑은 호수, 장쾌하게 흐르는 빙하 녹은 강물 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과 다양한 야생생물을 수시로 경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공원입니다. 이 중심에 우뚝 선 북미 최고봉 메킨리 피크. 그로부터 사방으로 펼쳐나가는 준봉들과 빙하들이 장관을 이루는데 높이가 6천을 넘깁니다. 1913년에 영국과 미국의 등반대에 의해 정상을 내어 주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히말라야 최고봉에 올랐던 산악인 고상돈님이 시도해 영원히 그곳에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그 명칭이 디날리 산으로 공식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015년 8월 오바마 대통령이 알래스카 원주민의 오랜 청원을 받아들여 이루어졌지만 매킨리는 봉우리 발견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는데 이 양반의 출신지인 오하이오 주민들의 또 다른 항의로 불편한 시간들이 지속되었는데 이제는 '높은 곳' 이란 뜻을 가진 알래스카 원주민 말로 되돌리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런 지역 감정이랄까 지역 이기주의가 한몫을 하는가 봅니다.

그런 데날리 국립공원으로 들어가 배낭을 꾸려 산행을 시작합니다. 먼저 방문자 센터에서 출발 Taiga Trail을 택해 오솔길을 따라 가문비 나무들이 가득한 잘 닦여진 길을 걸어 공원도로를 건너 가면 개울물 위로 걸쳐놓은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오감을 열고 오르다 보니 산야초의 향긋한 내음부터 버섯 썩는 악취 까지 모두 어우러져 자연의 농익은 향취가 산에 가득합니다. 길은 점점 좁아지고 한 귀퉁이 돌 때 마다 돌탑들을 쌓아 놓았는데 나도 돌 하나 올리면서 일정 동안의 안전 산행과 가슴 적시는 비경과의 조우를 기원합니다. 수목 한계선에 이르면 긴의자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 이어지는 정상가는 비탈진 길을 오르기 전에 잠시 쉬어가라 마련해둔 것입니다. 여기에 앉아서 보면 공원 입구 쪽의 명경들을 조망할 수 있고 또 내가 걸어온 인생길 되돌아 보듯이 오늘 걸어온 산길 추적해 볼수 있습니다. 길은 부드럽게 오르다 정점에 이를 때는 급격히 경사도가 심해지는 공원내 몇 안되는 비탈진 산길입니다. 또 거의 루프 형태인데 반해 이 길은 왕복 형태고 오름의 갈증이 해소 되지 않은 이들은 이 곳 전망대에서 계속 공식적으로 인가된 릿지를 따라 5백 미터를 더 올라 힐리산 정상까지 다녀올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바람이 광폭하여 사상자가 더러 생기는 위험한 길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욕심도 생기는 갈등이 순간 일어납니다만 빗방울이 드는 핑계도 없지 않으나 전망대에서만도 충분히 줄충한 풍경을 보았으니 잠시 정상주나 한잔하며 산수를 희롱하다 내려 가렵니다. 이렇게 네나나 강이 흐르는 들판과 산군들이 포진한 광막하고도 장대한 디날리의 풍광을 접하고 한시름 풀며 한 사발의 잔을 기울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몸에 붙은 모든 돌출물들을 나부끼게 하는 이 친밀한 바람에 맞서 허공 높이 잔을 들어 나를 아는 모든 이들과 함께 축배를 나눕니다. 우리 모두 모두 언제라도 행복하자고....

모질게 불어대는 바람이 이방인에겐 무척 낯이 섭니다. 바람의 나라 디날리. 밤새 불어 닥치는 미친 바람이 급기야는 차를 심하게 진동시켜 잠을 깨웁니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른 3시. 아침 안개를 쓸어내기 위해 캠핑카 밖으로 조심스럽게 나갑니다. 새벽녘 바람결이 차갑지만 오늘은 물기 없는 마른 바람이라 맑은 정신이 들게하는 신선한 느낌입니다. 공원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Mountain View까지 가서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비옥한 주차장 주변에서 자란 관목들이 푸른 옷으로 곱게 단장하고 천년 이끼들이 두터운 층을 이루어 고사목이며 바닥이며 바위 사이로 채워져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숲길을 한참가다가 산으로 향하는 길로 벗어나면 바위로 이루어진 동토대가 산정으로 달리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산양이나 마모트, 칼리부와의 조우를 기대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오히려 가끔 나타난다는 곰의 출현을 제법 간절히 기다리게 되는 적막한 길입니다. 고도를 올릴수록 주변의 산군들이 그 모습을 모두 드러내고 광야에 펼쳐진 툰드라 지형의 특색인 낮은 침엽수들이 가득한 차분한 풍광을 볼수 있습니다. 공원 내 몇번째 반열에 오른 트레일 답지 않게 그저 평범하다 싶었는데 산정으로 갈수록 그 풍광과 길 그리고 바위군들이 그 평가를 무색하게 하도록 만들어 버립니다. 비록 벨리에 가득찬 개스가 맥킨리를 비롯한 설봉들의 상단부은 가려버려도 구름으로 가려진 전체적인 풍경은 나름 빼어납니다. 길이 꺾이는 정상 바위섬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정상주 한잔 들이킵니다.

무념의 상태에서 비탈길을 크게 휘두르며 내려갑니다. 간혹 다람쥐 한 두마리가 멋적은 인사만 건네 올 뿐 한적한 길입니다. 길이 휘어지는 정점에 서서 문득 지나온 길이 궁금하여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 봅니다. 지금은 검푸른 여름의 물결로 채워진 거대한 분지 뒤에 장대한 디날리 산군들이 펼쳐져 문득 생경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풍경이 이어집니다. 흑과 백. 그리고 그 색의 경계를 이루는 검푸른 바위산. 그 묘한 색의 조화가 낯설면서도 눈부십니다. 당연히 세계의 명산들이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을 지녔겠지만 오늘의 디날리 산군도 보기 드문 장엄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장탄식의 한숨이 새어나옵니다. 이 지구는 대체 얼마나 아름다운 비밀들을 오지마다에 숨기고 있는 것일까? 나는 또 얼마나 걷고 또 걸어야 그 비밀을 조금이라도 캐볼수 있는 것일까? 실로 이 대자연 앞에서 무척이나 난망해지는 왜소함을 느낍니다. 바위 사이로 낸 묘한 지점에서 사진을 찍느라 혼줄 빠진 동행들을 빙그레 웃음으로 바라보다 그들 너머로 펼쳐진 그 풍경속의 개체들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러다 시선이 멈춘 곳. 유유히 흘러가는 하이얀 구름떼를 향하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사랑하는 이들. 그들에게 마음의 엽서를 써서 그리움도 함께 실어 바람에 띄워봅니다.

Kesugi Ridge 트레일. “Epic” 이 트레일을 두고 미국 등산 칼럼리스트가 표현한 헤드라인 입니다. 대서사시. 거의 알파인 존인 능선을 따라 32여 킬로미터를 걸으며 장대하고도 웅장한 디날리 산군의 서쪽 사면을 보면서 걷는데 감히 천국을 엿보았다고 표현합니다. 비가 내립니다. 어제는 그리도 별이 총총하더니 언제 부터인지 모르게 비가 내렸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입니다. 가난한 나무들이 오솔길이 모두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으로 젖고 있습니다. 아직도 잠들어 있는 산을 깨우지 않으려고 가만가만 걷습니다. 밤새 젖었는지 스산한 기운이 감돌고 나는 몸이 젖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젖어옵니다. 낮게 깔린 안개 사이로 그리운 사람들의 모습들이 어립니다. 그런 나를 산은 가만히 굽어보고 있습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차지한 캐빈에서는 아침 공기를 데우는지 밥을 짓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스치는 장작 태우는 냄새가 가을을 태우는 것 같아 참 향기롭습니다. 지나치는 창으로 보이는 캐빈 안에는 촛불인지 랜턴 빛인지 붉은 빛은 아늑하고 오손도손 가까운 정을 나누는 것 같아 더욱 따스해 보입니다. 비에 젖은 잎새들. 비록 시몬의 사각거리는 낙엽밟는 소리는 없을지라도 연보라 색으로 단장한 꽃길을 밟으며 아침 안개를 헤치며 걷는 길은 참으로 운치가 있어 좋습니다. 놀란 한쌍의 검은 새 황망히 다른 숲속으로 날아갑니다.

전나무와 떡갈나무들이 가득한 길을 걷다가 이제 알파인 툰드라 지역으로 오르게 되니 제법 올라온듯 싶습니다. 릿지에 올라서도 고개와 계곡을 번갈아 오르내려야 하니 높이 오르지 않는다 해서 결코 녹록하지 않은 길입니다. 바위 투성이의 길에는 마땅이 표시 할 방법이 없어 오래토록 지켜온 돌무덤(cairns)이 이정표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왠만큼 고도를 높이니 나무 숲들 키너머로 산봉들이 먼저 솟아 오르고 황금빛 계곡이 내를 품고 펼쳐집니다. 리지에 올라 유장한 길을 바라봅니다. 외줄기 먼길은 계곡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으로 뻗어 있다가 다시 치고 올라옵니다. 첩첩한 산들에 가린 길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휘어지는 어디서 끝이 나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그냥 목표를 향하여 길 따라 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길도 산길과 별반 다르지 않을 터. 내가 가야할 인생길의 오르막과 내리막 길에서 미리 좌절하거나 섣불리 환호하는 일이 없어야 하듯 그저 나에게 주어진 길을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입니다. 날씨 탓에 저 웅대한 데날리 산군은 허리춤만 보여주지만 그래도 이 찬란한 풍광을 가슴에 품고 뇌리에 각인시키고 하산을 합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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