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라우가 베구르 종주 트레킹.

바람의 땅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바람의 땅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 공항에 내렸습니다. 허술할 정도의 자유로운 공항 절차를 지나고 밖을 나오니 오전 8시. 겨울비같은 찬비가 강풍과 함께 마중나와 있습니다. 그 바람의 안내로 수도 레이캬비크로 달리는데 우선 일정에 필요한 식량과 연료등을 구매하고 단골 숙소에 특별대우로 일찌감치 들어가 씻고 잠 한숨 자고 거리로 나섭니다. 오랜 바이킹의 도시를 돌아보면서 아이슬란드 트레킹 일정의 시작과 마감을 어떻게 극적으로 할 것인지 구상도 해봅니다. 스바르티 폭포의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도시의 상징같은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조성된 번화가를 둘러보며 항구도시가 풍기는 비릿한 바다내음과 어부들이 남긴 삶의 향기도 떠올려봅니다. 이리저리 싸돌아 다니다가 바닷가에 조성된 노천온천장까지 흘러흘러 왔습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에서는 수영복과 타월은 항상 지참해야 하는 필수품 중 하나로 지역마다 도시마다 온천이나 온천물로 채운 수영장이 있어 무료거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데 그 그윽한 유황 냄새가 향기롭습니다. 레이캬빅을 풍요롭게 적시며 흐르는 강이 바다를 만나 헤어지는 지점에 만들어 놓은 천연 노천 온천. 여름날에도 차마 수영조차 할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이 온천수를 가두어 백사장에서 물놀이와 함께 유년의 축억을 갖도록 애써 놓은 것입니다. 레이캬빅 수도물은 천연 지하수를 냉수로 유황냄새 진한 뜨거운 온천수를 온수로 씁니다. 물맛도 아주 좋은. 그래서 숙소 벽에는 이렇게 알림판에 쓰여져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병물을 사먹는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밤이 존재하지 않는 백야. 눈을 감아야 어두워지는 북극권의 여름. 지긋이 눈을 감고 앞으로 걷게 될 지구 이외의 또 다른 행성같은 이 이방의 땅을 떠올리며 애써 잠을 청합니다.

아이슬란드는 지구가 가장 뜨겁고 소란스러웠던 시기에 해저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며 지구상 인간의 발길이 가장 늦게 닿은 곳입니다. 하이얀 빙하와 검은 화산. 차거운 얼음 아래 언제라도 웅크려 있다가 토해내는 뜨거운 용암.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장막하게 펼쳐진 연록색의 이끼산들. 상극의 대비가 아름다운 조화로 승화된 아이슬란드의 풍경입니다. 이처럼 상반된 극과 극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단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근자에 와서 세계 베스트 하이킹 코스중 하나로 급부상한 아이슬란드 종주 트레킹은 아이슬란드 하이랜드 지역의 보석같은 풍경이 집약되어 있는 란드마나라우가(Landmannalaugar) 야영장이 있는 온천 지역에서 출발하여 포스목(Thórsmörk)의 빙하 계곡까지 이르는 54km의 길이 라우가베구르(Laugavegur) 트랙의 클라식한 코스인데 가장 최근인 2010년 폭발이 있었던 화산의 민낯을 볼 수 있는 Fimmvörðuháls 고개까지 넘어 60m 높이의 스코가포스(Skogafoss) 폭포까지 연장해가며 아주 다채로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28km 거리를 추가함으로써 종주의 완성이 이루어진다 하겠습니다. 물론 이것을 역방향으로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트레킹코스는 매년 6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이용 가능한 곳으로 세계 각지에서 이 트레킹을 위해 아이슬란드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장의 규모가 40여명 선에서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일년전에 예약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아이슬란드는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판의 지각판이 충돌하는 곳으로 이 지구의 경이가 만들어낸 이질적인 자연 풍광은 반지의 제왕에서 죽음의 땅 우르도르의 밑그림을 그렸고 15소년 표류기를 쓴 쥬르베르는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치솟는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면 지구는 모두 연결 될 것이라는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주었답니다.북극해와 맞닿은 아이슬란드는 뜨거운 김을 내뿜는 화산과 차가운 빙하를 모두 지니고 있는 극적인 자연환경으로 국토 전체가 트레킹 코스라 일컬어지는 트레킹 여행의 메카입니다. 화산지대를 지나면서 이끼에 덮인 바위와 유문암 재질의 산봉우리의 수려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죠. 화산 경관, 이끼 덮인 암석, 유문암 봉우리의 놀라운 풍경을 통해 지구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생경한 길입니다.

어느 다른 행성에 불시착 한듯한 Landmannalaugar 가는 길.
시차에 백야 현상에 잠을 설칩니다. 또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 위한 기다림과 설레임 때문이기도 했겠지요.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6월에 시작하여 8월까지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계절이기도 한데 싫고도 좋은 백야 현상이 있는 시기입니다. 일몰과 일출이 연이어지는 한 시간 정도의 간극 동안 하늘이란 화판 위에 펼쳐지는 미려한 노을과 여명의 향연을 동시에 볼 수도 있습니다. ‘황금 시간’이라 이름지워진 이 때를 노려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작가들에게 아이슬란드는 하나의 로망입니다. 또한 우리 트레커들에게는 겨우내 닫혀있던 내륙 산간지방의 도로가 개방되면서 아이슬란드 최고의 트레일을 걸을 수있고 낮이 무척 길어진 덕에 적어도 시간에는 구애받지 않고 능력껏 걸으며 그 생경함에 푸욱 빠져볼수도 있습니다. 커튼 사이를 헤치고 들어오는 새벽 공기는 물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해도 들락날락하는 참 변덕스런 아이슬란드 남부의 기후입니다. 여장을 꾸려 지구상 인간이 닦아놓은 길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하나인 라우가베구르 트랙을 종주하기 위해 동행들과 함께 길을 나섭니다. 인구 22만의 작은 수도를 벗어나는데는 십여분이면 족합니다. 국도로 바꿔 올라서니 섬 전역에 걸쳐 자생하고 있는 보랏빛 아이슬란드 국화 룩피나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화산석으로 뒤덮인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방문한듯한 착각으로 시원스레 뻗은 신작로를 달려 종주길의 들머리로 향합니다.

아직도 후진성을 면하지 못한 이 나라의 많은 것들은 우리를 짜증나게 만드는데 교통체계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여기저기 들러서 사람들 태우고 하면서 4시간이 넘게 걸려서야 겨우 Landmannalaugar 야영장에 도착합니다. 모퉁이를 돌아 속계와 선계의 경계선 같은 제법 깊은 냇물을 건너면 갑자기 나타나 펼쳐내보이는 기막힌 풍경. 철분을 함유한 붉은 흙. 화산석과 화산재의 흔적인 검은 바위들. 유황이 빚어놓은 황색과 푸른색이 가미된 구릉과 낮은 산. 그야말로 무지개색 산하를 만들어 환영합니다. 더구나 원색으로 이루어진 각양각색의 텐트촌이 바탕을 이루니 총천연색 시네마가 상영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들뜬 마음에 오찬을 드는 둥 마는 둥 하고 간편한 차림으로 달려 나갑니다. 우리가 4박 5일간 진행할 종주길을 확인이라도 하듯 터진 지면 사이로 유황 수증기와 버블을 쏴올리며 언제라도 용암을 분출해내며 폭발할수 있다는 경고를 해대는 Brennisteinsalda 산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갑니다. 산이라 하기에도 구릉이라 하기에도 뭣한 이 하이랜드의 낯선 풍경. 난생처음으로 접하는 묘한 지구 이방의 모습들을 보고 감탄을 넘어 경악의 표정으로 아무말도 하질 못합니다. 모두들 상기된 표정으로 내일을 기대하나봅니다.

오늘은 이곳까지 차량으로 이동해온지라 바리바리 싸온 음식으로 내일 아침까지는 황제처럼 먹을수 있고 그후로는 걸인의 식사가 될것입니다. 아이슬란드 방목육을 구워 거하게 한잔 곁들여 최후의 만찬처럼 즐기고 노천 온천욕을 하러 갑니다. 이 곳의 명물인 노천온천욕인데 유황내음 가득한 온천수가 솟아 올라 시냇물을 만들어 흘러가는데 곳곳에 돌로 막아 나름 수온을 조절하고 구분하여 산장을 이용하던 캠핑을 하던 수많은 방문객들이 즐기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을 해왔습니다. 이처럼 아이슬란드인들은 오래 전부터 지열 지대에서 생성되는 증기가 치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답니다. 그리하여 많은 온천장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들에게는 온천욕이 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고 겨울 시즌에는 풍성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즐길 수 있고 음률없는 음악에 맞춰 총 천연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오로라의 화려한 군무를 감상하며 즐길 수도 있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여전히 주위는 환해도 이미 시각은 밤 10시가 가까워 오고있으니 내일부터 시작되는 본격 종주를 위해 오늘 하루를 접어야겠습니다. 다시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한 일기입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심신으로 하이랜드의 밤이 아닌 밤을 맞이합니다.

활화산의 심장속을 걷다. Alftavatn 산장가는 길.
7시 까지는 미동도 허용하지 않는 Quiet Time. 그래도 워낙 부지런한 우리들은 채 여섯시도 되지않아 곤하게 자고 있는 한 외국인 커플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짐들을 챙겨나와 바깥에서 배낭을 꾸려놓고 주방에 들어가 아침을 준비하는데 16명 풀어놓으니 아무리 조심한다하도 그들에게는 소음인지라 결국 지적질을 당합니다. 하늘은 무정하게 푸르름을 숨기고 그저 낮게 드리운 구름안개만 자욱한데 새벽 풀잎에 맺힌 이슬을 차고나가며 종주의 첫발을 내디딥니다. 묵직한 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오르는 초반 오름길. 화산암으로 다져진 길과 주변은 황금빛이 스며든 녹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길을 오르면 나타나는 색다른 풍경. 황토빛 산들이 벌거벗긴 채로 이어지고 목화같은 풀들이 들판을 가득 채우고 뜨거움을 견디다 못한 지열이 땅과 바위사이를 찢고 나와 쌔액거리며 증기를 쏘아 올립니다. 한번씩 불어오는 한결바람에 실려오는 유황냄새 머금은 수증기는 얼굴을 촉촉하게 적시며 기분좋게 만들어 줍니다.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며 꽤 길게 지속되는데 점점 더 진행할수록 풀 한 포기 보이지 않고 대신 화려한 연록의 이끼와 황금빛 암석과 흑요석의 어우러짐이 신비롭기만 한데 가히 신이 남긴 걸작이 아닐수 없습니다. 내가 처음 이 아이슬란드를 만났을 때의 인상은 누구나 그랬듯이 마치 태양계 밖의 이름 모를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느낌. 차갑고 무거운 색으로 덮인 산들은 낮게 웅크린채 언제라도 표호하며 일어설것 같이 거친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초현실적인 자연의 절정체. 경이 그 자체인 이곳 대자연의 모습과 마주치게 되고 또 지나온 장대한 자연 경관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어떤 곳에서는 길이 아예 나를 멈추게 합니다. 바쁘게 살아온 삶 한번씩 되돌아 보듯 잠시 발길을 멈추고 지구가 아닌 또 다른 행성에 불시착한 것 같은 오묘한 원시 대자연의 품에서 가슴이 뻐근하도록 폐부 깊숙히 심호흡을 해봅니다.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머무르다 그리고 또 어디로 가는가?' 아이슬란드 하이랜드 초현실적 길을 걷다가 어느 한갓진 곳 생경한 비경 앞에 서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이런 상념에 젖게 하는데 오늘 바로 이 길위에서 이 질문을 나에게 던져 봅니다. 그 답은 이 아이슬란드를 떠날 때 쯤이면 얻을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안고 증기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오늘 우리가 정한 루트는 첫날 Alftavatn 산장까지 25km를 걷는 가장 고된 날입니다. 힘이 충분할 때 많이 걸어놓자는 것인데 높지는 않지만 5백 미터 최고점을 향해 수도 없이 반복되는 요철의 길을 걷다보면 다들 지치게 마련이고 설상가상으로 악천후가 겹치면 그야말로 지옥같은 행군입니다. 궂은비 간단없이 종일토록 내리던 날 속절없이 뼈속까지 젖어버려 말수마저 꽁꽁 얼어버렸던 아픈 기억도 진저리치도록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오늘은 다행히 바람도 많이 죽고 그래도 가끔씩 감질나도록 푸른 하늘과 햇살이 함께하니 이 인류 태초의 땅도 걸을만도 합니다. 모두 기쁨이 넘쳐 흐릅니다. 동행 하나가 나에게 눈물맺힌 시선을 주며 감사의 말을 전해옵니다. 대장님. 이렇게 아름다운 곳으로 자기를 데려와줘서 고맙다고.. 가만 어깨를 감싸주며 좁지않은 아름다운 길을 나란히 걸어갑니다. 금색과 연녹색으로 빛나던 산들이 하나둘 내뒤로 자취를 감추고 흥건하게 젖어가던 몸이 식어간다 여길 즈음에 추모비 하나가 길가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길을 걷다가 저체온증으로 요절한 일본인 남자의 이름이 새겨져있습니다. 추모비에는 몸을 피할 셸터가 그리 멀지 않았는데 라는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북극선에 가까운 이런 지역에서 트레킹을 할 때는 항상 최악을 대비한 모든 것이 우리네 배낭에 들어있어야 함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Hrafntinnusker 산장. 주변에는 만년설이 깔렸고 우리는 그 동토를 가로질러 이르게 됩니다. 여름 햇볕에 제법 녹아 만년설의 표면은 아이젠 없이도 걸을만 한데 조금 더 위로 올라가 깨끗한 눈위로 걸으며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에 나만의 발도장을 찍으며 건너갑니다. 여기에서 중식을 취하고 잠시 휴식 후 Reykjafjoll 빙하지대를 따라 Jokultungur 까지 더욱 많이 뻗쳐있는 빙하들 심지어는 얼음동굴까지도 접하면서 행복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전방에도 측방에도 장대하게 펼쳐지는 끝없는 지구의 또 다른 모습. 눈도 발도 지루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제 Alftavatn 산장이 발아래 아득히 보이는 고개마루에 섰습니다. 산장을 품고 있는 호수가 차분히 누워있고 멀리 빙원들이 흰눈을 덮고서 장엄한 픙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시선을 위로 올려보니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그 위에 떠있는 양떼 구름. 그 아래 나지막이 자리한 호수 옆 빨간 지붕의 Alftavatn 산장이 한 폭에 어우러져 빼어난 풍경화 그려냅니다. 이제 저기쯤 빤히 보이는데도 Jokultungur에서 부터 올라온 만큼 한시간 반 가량 내리막 길이 이어지는데 녹색의 풀이 가득한 슬로프를 따라 지겹다 여길만큼 걷게됩니다. 무릎에 좀 무리한 시그널이 온다 싶은 때 처음으로 이 구간에서 강물을 건너는데 마음 독하게 먹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냥 아픈 통증이 가해지도록 너무도 차갑습니다. 그래도 건너고 나면 아픔을 말끔히 치유한 후처럼 발도 마음도 그렇게 시원할 수 없습니다. 이제 산장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니까요. 냉장고의 의미가 별로 없는 이 길에서 매점 맥주 사다가 갈증을 풉니다. 잔바람에 반짝이는 물결. 원색의 텐트 촌. 문득 이 호반길을 더 걷고 싶은 충동이 일게 합니다.

날 것 그대로의 야생을 맛보는 길.
어둠이 가시고 뿌연 하늘이 얼굴을 내미니 우리도 그제서야 부산한 아침을 엽니다. 제한된 주방 설비와 식탁. 세면장. 화장실 등. 아침마다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집니다. 서로 보면 웃음을 주고 받아도 마음은 먼저 차지해야할 곳에 가있습니다. 어제는 제법 많이 걸었고 대신 오늘 일정은 15km를 걷는지라 여유가 있으니 빙하 위로 떠오르는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느긋하게 준비하고 Alftavatn호수의 정경을 바라보며 영혼을 세척하고 길을 나섭니다. 비가 한방울 두방울 시나브로 내립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지금 날씨가 싫으면, 5분만 기다리세요“라고 말한답니다. 이 말은 하루에 4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주 바뀌는 아이슬란드의 기후. 날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북극 한계선에 위치해 있지만 아이슬란드의 기후는 생각보다 온순한 편인데 북상하는 멕시코 난류의 흐름 덕분이라 합니다. 7월이 년중 가장 더운 달로 평균 기온이 10도에서 13도 이며 아이슬란드의 겨울은 1월이 가장 추운 달이지만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편으로 평균 기온은 0도 안팎이랍니다. 아침 여장을 단단히 챙기고 신발끈도 동여매고 동산 하나 넘었는데 이내 물을 건너라 합니다. 이 트레킹을 하는동안 네번의 도강을 하게 되는데 갈수록 물은 차가워져 정신이 바짝 들게하다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수반되기도 합니다. 그 못사는 네팔도 히말라야 계곡마다 다리를 준설해 두었는데 왜 다리를 놓지 않을까 이내 빙하강물을 만나면 내를 건너주고 Storasula 화산과 2500년전 용암이 흘러가며 쓸어내린 Maelifellssandur 사막 지역으로 들어섭니다. Hattafell이라 불리는 정상이 평평하게 생긴 특이한 화산을 지나고 검은 사막지대를 지나면서 Eyjafjallajokull과 Myrdalsjokull 빙하를 감상하며 이어집니다. 아이슬란드 여행은 북극권의 여행입니다. 연전에 시행했던 아이슬란드 링로드 일주 트레킹이 문득 떠오릅니다. 길이 반지처럼 생겼다 하여 링 로드라고 이름 지어진 아이슬란드 중추도로인 1번 루트를 따라 12일간 달렸으나 고작 릴로드 가까이 소재하는 곳들만 가볼수 있었지 지구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변방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습니다. 아마 이 섬을 두루 섭렵하려면 꽤나 오랜 날들을 바쳐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북극해와 맞닿은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일주하며 스카프타펠 국립공원의 빙하지대, 화산 분출로 형성된 뮈바튼 호수, 드라마틱한 풍광을 연출하는 동부 피요르드, 그리고 내륙에 위치한 케르링가르프졸 등 산재한 볼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유럽의 제일 끝 북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는 동서남북 모든 지역이 각각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북쪽은 폭발이 빈번한 화산과 용암이 흘러 내려 굳은 화산지대 남쪽은 얼음이 펼쳐진 빙하지대입니다. 또한 동부 어디든 황량한 해안선이 펼쳐지고 웨스트 피요르드에서는 극지를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많은 빙원이 관찰 가능합니다.

야생화. 이 길섶에 간간이 피어있는 들꽃들을 봅니다. 제법 건조한 지역이라 이끼 대신에 야생화들이 제법 군락을 이루어 피어나기도 아니면 저홀로 한무덤씩 피워 있습니다. 주로 히더 종류인데 그 앙증맞은 보라색 얼굴이 귀엽고 이쁘기도 하지만 왠지 처연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춥고도 혹독한 오랜 겨울을 견뎌왔을 그들의 모진 생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찰나같이 짧은 여름에 피워낸 들꽃들의 만개. 더욱 슬프도록 아름답게 빛을 발합니다. 가만 그들 곁에 쪼그리고 앉아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는데 뒤에서 외마디 외침소리와 지축을 흔드는 무리의 다가옴이 감지됩니다 승마하는 무리들의 질주입니다. 경험자들로 구성된 승마팀들은 선두와 후미에 선 가이드들과 함께 제법 속력을 내서 달리는 자못 스릴넘치는 스포츠로 도보 여행가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껏 즐기며 지나갑니다. 이곳의 승마 투어는 별 굴곡이 없는 이곳 같은 평원길을 달리는데 승마 인원의 세배에 달하는 말들을 함께 동원해 안장도 얹히지 않고 야생마의 모습 그대로 해서 요란하게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지나갑니다.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사십여 마리의 야생마들의 역동적인 질주. 나의 야성을 자극하는데 선진국과는 달리 Horse Trail을 따로 내지 않고 도보길을 달리게 하며 동물들을 위해 만물의 영장이 옆으로 비켜나와 길을 터준다? 도저히 용납이 되지않아 속으로 욕이나 실컷해줘버립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속마음은 무척 부러워서 그런 것이랍니다. 그런 생각등으로 무심히게 걷다가 다시 도강을 위해 건널목으로 접근하는데 딱 보기에도 욕구불만과 심술로 가득찬 외양을 지니고 거의 굴러가다시피 하는 캐나다 산 아지매 하나가 시비를 걸어옵니다. 왜 정식 트레일이 아닌 곳으로 걷느냐고.. 귀찮아서 오케이 하고 넘기려 했더니 동양인이라고 얕보았는지 계속해서 지적질을 합니다. 정식 길을 걷지않고 자연을 훼손할수 있는 길로 왔다며 훈계하듯이. 내 인내의 한계가 왔습니다. 니가 뭔데 우리에게 지적질을 하느냐. 우리는 이 길이 원래길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저따위 인간이 닦아놓은 찻길보다 산길 자연의 길을 선호한다. 우리가 무슨 없는 길을 걸어왔느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녀서 선명한 길이 만들어졌지 않느냐. 본시 길이 어디 있더냐. 편리하고 좋아서 다니다 보니 길이 되는 것을. 훗날 이 양자택일의 길(Alternative Route)에서 우리가 왔던 이 길이 정식 트레일이 될것이다. 길도 생명이 있어 진화한다하고 일 절로 훈시하고 이어 이 절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니가 남의 일에 신경쓸게 아니라 그 시간 너에게 투자해라. 니 모습을 한번 봐라. 너의 그 모습이 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느냐. 겸손하게 너 자신을 위해 좀 더 신경쓰라하며 동서양 육두문자를 조미료처럼 섞어가며 해댑니다. 슬며시 꼬랑지 내리는 그녀에게 마지막 내 최대의 표독한 레이저 눈빛을 쏴줍니다.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그런 그녀를 그날 같은 산장 같은 다인실에 함께 묶게 합니다. 마주칠 때 마다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보니 슬그머니 피하곤 합니다. 비록 11시 까지는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자유시간이지만 어느 정도 떠들어야지 한잔 술이 들어가니 신경을 긁는듯한 두 여인의 요상한 웃음소리가 가히 최악입니다. 참다못한 우리 동행 중 현직 교사 한분이 지성이 철철 넘치도록 조용해줄것을 요청합니다. 그 순간 다시 눈이 마주친 그녀에게 눈길로 말해줬습니다. 이따위 너희의 행실이 공중도덕을 지키는 일이냐. 지적도 부탁처럼 이렇게 교양있고 수준 높게 해야하는 것이라고. 모른 척 시선을 돌리는 그녀를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그 보복으로 1차 대전 때 굴러다니던 탱크소리에 맞먹는 세명이 합친 코골이 소리로 합주하면서 돌려줍니다. 그런 긴 밤에 비와 강풍이 몰아치며 그 밤을 지겹고도 더 길게 느껴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부조화의 조화가 아름다운 선택받은 땅. 아이슬란드
Emstrur 산장을 날려버리려고 작정한듯 불어닥치던 바람. 이런 날 또 아이슬란드인들은 이렇게 당부합니다. 바람과 대적하지 말고 그냥 바람으로 하여금 어서 지나가게 하라. 그래도 바람의 땅 아이슬란드도 밤을 지내고 새벽부터는 차분해지고 아침이면 고요함이 스며들어 평온의 아늑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길을 나서니 물기 머금고 함초롬히 들녘에 떨고있는 야생화들이 우리를 보고서야 조그만 얼굴에 함박 웃음꼿을 피우다 곁에 다가서는 발자욱 소리에 놀라서 가벼운 도래질을 합니다. 길가로 더욱 푸르러 가는 풀잎들과 연록색으로 퍼져가는 이끼류가 가득한 섬나라의 이 아름다운 들길을 따라 흥겹게 걸어갑니다. 위도상의 비슷한 위치에 놓인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아이슬란드는 상대적으로 따뜻합니다. 그 이유는 앞바다에서 맥시코 난류와 북극의 한류가 합쳐지는 지점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아이슬란드가 바로 지구의 열점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지열활동이 아주 활발하며 온천과 간헐천, 머드 가이저, 화산으로 가득하고 또한 가끔 지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화산과 지진 때문에 위험하리라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고 오히려 방문자들은 은근히 화산폭발이 일어나 기막힌 볼거리를 얻을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지진은 아주 약하고 잘 일어나지도 않지만 최근 2010년에 발생한 거대한 화산 폭발로 유럽 창공 가득히 채워진 화산재로 인한 비행기 결항 대란을 빼면 지금까지 화산이나 지진으로 인한 큰 피해는 사실 한번도 없었습니다. 화산 폭발을 실제로 가까이서 본다면 그 가공할만한 자연의 힘과 위대함을 다시금 느끼게 하지요. 초반 언덕길을 오른 후 걷는 길은 큰 기복없이 편안하게 멀리 확보된 시야로 가까이는 아이슬란드인들의 문화적 유산과 호수를 담은 풍경들을 음미하고 멀리는 아스라한 하이랜드의 빙원과 만년설산을 배경으로 한 풍광들을 눈에 담을수 있습니다. 연녹의 이끼산과 산하만 보고 걷다가 이제 가을날 처럼 황금빛으로 물든 잡풀들이 무성한 들녘을 바라보니 그저 광풍에 놀란 내 마음도 풍요로워지고 안정이 되는 듯 합니다. 이제는 마주오는 사라뜰과 제법 마주칩니다. 반대편에서 시작한 트레커들이 대부분인 이들과 이 자연의 풍요 속에서 반가운 수인사를 나누며 진정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미풍에 실려 갑니다. 참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살아 걸으며 호흡할 수 있으니까요.

Emstrua 산장을 떠나 발아래 빙하 진흑탕이 연기를 내며 뿜어내는 다리를 건너서 Emstrua강을 따라 산마루를 걸으면 펼쳐지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수려한 현무암으로 뒤덮인 산과 Unicorn이라고도 불리는 독특한 형태의 Einhyrningur 화산과 그 협곡들을 오른편에 두고 걷습니다. 강을 바로 건너기에는 너무 깊고 세차서 한바퀴 휘둘러 걸으며 가장 좁은 지점에 낸 다리를 통해 길은 이어집니다. 그만큼 미려하게 나타나는 풍경앞에서 사진도 몇컷 찍고 수수한 길을 걷는데 주변은 여지껏 본 적 없는 새로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유니콘(Unicorn)이라는 작은 고깔 모양으로 솟은 산들이 이끼로 뒤덮여 있고 산들이 품은 작은 호수와 그 배경에는 빙하에 덮인 고산 물결이 버티고 있습니다. 강을 건너고 우람한 황소의 뿔처럼 날카롭고 뾰족하게 다듬어진 묘봉을 가진 스토라슐라(Storasula) 화산을 곁에 두고 검은 용암지대를 지나서 사막처럼 드넓게 펼쳐진 검은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기며 무심하게 걷다보니 다시 푸르름을 머금은 생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촉촉한 이끼와 풀들이 무성한 비탈진 곳에는 꼭 서너마리 소가족으로 구성된 듯한 양들이 옹기종기 엉덩이를 맞대고 풀을 뜯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 또한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풍경으로 소개된답니다. 그린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아이슬란드는 32만명 인구로 우리나라 남한 크기의 면적인 동서로 500km 북남으로 300km로 펼쳐져 있는데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입니다. 북극해 바로 아래 위치한 북대서양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분명 지구촌 이방의 나라로 그 옛날 150년전 지독한 화산 폭발로 지옥이라 여겼던 그 천형의 땅에 정착한 용감무쌍한 바이킹들이 얼음밖에 보이지 않는 땅이라며 ‘Ice land’라 이름 붙인 곳입니다. 실제로 국토의 10%가 빙하로 덮인 차가운 얼음의 땅인데 그 동토의 땅 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의 조화가 존재하는 바 화산에서 분화구가 불을 뿜어내고 용암이 흘러내리는 불과 얼음의 땅입니다. 2010년 최근까지도 화산이 분출하여 유럽의 항공 대란을 야기했던 땅속 깊숙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시시각각 격렬하게 끓고 있는 용암의 열정과 냉혹하고 차디찬 빙하 그리고 더없이 수려한 연록의 이끼와 삭막하고도 황량한 사막 고원 등 지구 상 가장 극적인 풍광을 다채롭게 만들어 내는 나라임에 분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참으로 먼 나라. 지구를 반 바퀴 돌아야 내릴수 있는 나라. 이름부터 얼음 땅, 아이슬란드가 아닌가. 외딴섬, 꿈틀거리는 화산. 그래서 이 아이슬란드의 생경하면서도 낯선 아름다움 때문에 소설 집필의 영감을 주고 영화 촬영지로서도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영화 ‘인터스텔라’ ‘노아’ ‘프로메테우스’ ‘토르:다크 월드’ ‘오블리비언’ ‘툼 레이더’ ‘스타트렉 다크니스’를 비롯해 미국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했다 합니다. 더 흥미로운 건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아프가니스탄, 그린란드, 히말라야로 나오는 배경이 실제로는 전부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아득히 멀리 ‘15소년 표류기’로 유명한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의 무대이고, 이 소설을 토대로 한 할리우드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008)도 이곳에서 촬영됐습니다. 특히 검은 해변에는 물속에 떠있는 뾰족한 기암들 때문에 빙판위를 달리던 차량들이 강인한 인상을 남긴 ‘분노의 질주’ 아이슬란드 편이 촬영된 곳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입니다. 고전이나 베스트 셀러가 된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된 도시를 찾아 기행하는 맛도 깊은 의미가 있듯이 이 특별한 풍경을 곳곳에 숨겨둔 이 아이슬란드에서 영화 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도 결코 나쁘진 않을듯 합니다.

중식 후 화산재가 부서져 쌓인 검은 자갈밭을 따라 걷다보면 피곤함과 더불어 무료함이 몰려 올 때쯤 미르달스예퀴들(Mýrdalsjökull) 빙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거대한 얼음 왕국은 거대한 칼데라와 함께 활화산인 카틀라(Katla)산을 품고 있는데 아이슬란드에서 네 번째로 크다는 아이스 캡(Ice cap)으로 그 웅장함은 이 길위에서 볼수 있는 특유의 풍경입니다. 이 거대한 빙하 앞에 서면 인간도 그저 한 알의 자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죽어지면 한줌 흙으로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뿐인 우리의 존재. 한없이 작아지는 순간입니다. 자연이 연출하는 풍경이 너무 위압적이어서 인간의 능력 따위는 이곳에선 아예 잊어버려야 할 것입니다. 사람 살기가 쉽지 않은 땅, 그래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탐험가와 관광객에게 환영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풍경에 취해 한참을 정신줄 놓고 걷다보면 마지막 도강을 해야하는 넓은 강을 만나게 되고 잠이 확 달아나버립니다. 오늘은 강물이 갈기갈기 찢어져 있어 한번에 건너는 것이 아니고 수차례 그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차디찬 빙하녹은 물에 맨발로 걸어야 합니다. 강을 건너 숲이 무성한 오솔길로 들어서면 이제 아이슬란드도 더이상 수목이 자라지 못하던 천형의 땅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 지구가 더 따뜻해지면 더 깊은 곳까지 인간의 발길이 이어질 것입니다. 키가 자라지 못한 블루베리를 따먹으며 오솔길은 그대로 포스목까지 이어졌고 이내 끝날것 같은 종주길이 언덕을 한두번 더 오르내린 후에야 순백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빛나고 있는 Eyjafjallajokull 빙하를 머리에 이고 서있는 Thorsmork에서 가장 오래된 고즈넉한 산장 Langidalur에 이릅니다. 여장을 내리고 주변 풍광을 앵글에 담으며 모두 모였을 때 종주를 자축하며 기념촬영과 함께 맥주로 갈증을 풉니다. 붉어가는 이른 석양빛을 받으며 바람도 잠든 따사로운 산장 밴취에 앉아 태양빛이 스러지는 이국의 하늘을 보며 긴 한숨을 몰아쉽니다.종주길 끝에서 느끼는 늘 허전하면서도 아쉬운 느낌. 그래서 나는 이 길을 다시 찾게 되나봅니다.

아이슬란드를 다녀오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게 된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 음악을 듣거나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면 또다시 아이슬란드 여행을 꿈꿔야 하는 마음의 병 말입니다. 지구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의 보고라 불리우는 아이슬란드! 암울한 수묵화를 보여주다가 총천연색의 파스텔화로 바뀌던 반전의 연속. 바람과 세월이 빚어 놓은 기묘한 형성의 바위들. 전설속에 등장하던 그런 거대한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는 검은 산들. 차디찬 물과 뜨거운 불이 공존하는 신비의 땅. 영겁의 세월 동안 자연의 윤회를 거듭하며 다져진 빙하. 유황냄새 진동하던 수증기를 뿜어내며 자아낸 지구 이방의 풍경. 현실을 망각한 채 빠져들게 한 몽환적이고도 비현실적 자연. 몽환의 세계로 안내하는 곳. 이제는 모두가 꿈처럼 아득한 채 다시 그리워지는 그 미친 바람. 모두가 내 기억 가득히 판각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레이캬빅 문명의 세계로 돌아와 늦었지만 아이슬란드가 자랑하는 세계 최대 최고의 온천 리조트인 노천 온천 블루 라군.으로 달려갑니다. 유황 온천으로 밤 온천욕을 즐기며 시도 때도 없이 솟구쳐 오르는 간헐천은 섭씨 100도가 넘습니다. 밤 온천욕을 함께 즐겨봅니다. 우유빛 짙은 물에 몸을 담그면 그 물빛에 물들어 버릴것 싶은데 밤이라 그 빛이 아쉽지만 마음만은 빠져들어 충분히 즐길수 있습니다. 짙은 유황 내음에 빠져들어 심호흡을 하면 깊은 안식과 혼줄을 놓아버릴 정도로 차분해지는 마음입니다. 숨가쁘게 달려왔던 끝없는 트레킹의 유랑. 지구를 수십바퀴 돌았던 지난 날들의 여정을 되돌아보며 깊은 상념의 시간을 향유합니다. 그 숱한 사람들과의 우정. 늘 다른 모습으로 반겨주던 자연의 모습. 때로는 극한 고독과 싸우며 홀로 버텼던 지난 여정. 모두 꿈으로 아름답게 갈아 앉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시작될 새로운 유랑. 눈을 지긋이 감고서 또 상념의 꼬리가 물려 이어지니 지구 반대편 어느 하늘 아래서 장대한 대자연과 깊은 눈맞춤을 하고 있는 내가 보인답니다.
www.mijutrekking.com / www.worldtrekking.co.kr

@ 내년에 확정된 일정입니다. 여러분들 초대합니다.
20-21 유럽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트레킹 15박 16일(16명 모집/현재 10명 신청)
09/01/2020 ~ 09/16/2020
$4,600 ~  $5,100 + 국제선 항공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라우가 베구르 종주 트레킹.

불과 얼음의 땅. 아이슬란드 라우가 베구르 종주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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