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되어 걷는 길. 스웨덴 쿵스레덴

스웨덴의 가장 북쪽지역인 Lapland에 자리하고 있는 쿵스레덴 트레일은 왕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모험의 길입니다. Lapland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살아온 소수민족 사미족의 삶을 보존하고 야생동물과 빼어난 자연경관을 유지하며 보존하기 위해 세계자연유산과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한 범위로 보호를 받고 있는 Vindelfjällen 국립 보존 지역에서 남북을 아우르며 걷게 되는데 이 수퍼 트레일은 스웨덴의 아비스코 국립공원 안에 조성되어 있는 총 443km로 북쪽의 아비스코(Abisko)에서 남쪽의 헤마반(Hemavan)까지 가장 광활하게 남은 야생의 대자연속에서 걸음의 축제를 이어갑니다. 트레일의 최저점인 Kvikkjokk(305m)와 최고점인 Tjäktja Pass(1,150m) 사이를 오르내리며 주로 스웨덴 북부 하이랜드의 Sarek National Park 내의 Mt Kebnekaise, Lapporten, Abisko 등지의 산수를 희롱하며 걷습니다.

Countyboard of Norrbotten에 의해 관리되어오는 이 길은 매우 잘 정비되어 있는데 이정표도 유용하며 문명의 편리함을 조금 멀리한 채 가스 버너에 음식도 조리해 먹으면서 따스하게 쉬어갈 수 있는 산장이 9~19km에 걸쳐 하나씩 지어져 있습니다. 지정된 산장에서만 자야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하는 거리를 몇일 걸을 것인지를 계산해서 예약한 후 어느 산장에서 자건 아무 제약이 없습니다. 날씨도 좋고 신나는 날이면 산장 하나를 건너 뛰어 더 걷고서는 다음 산장에서 체크인하면 되고 일기가 고르지 않거니 비가 심하게 오면 조금 걷거나 아예 같은 산장에서 하루 더 머물며 재충전하면 됩니다. 총 연장 길을 네 섹션으로 나누었는데 각 섹션의 들머리자 날머리 지점에는 인터넷 사용도 가능하며 그럴듯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가진 스테이션 산장이 있어 오랜만에 문명의 혜택을 맛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습니다. 급한 경우를 위해 헬리콥터로 사람들과 짐들을 수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는데 물론 이상적인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총 루트는 4개의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기에 자신의 시간적 육체적 여유에 따라 완주를 하거나 한두개 구간을 하거나 결정하면 되는데 구간은 대략 일주일 단위의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각 구간의 시작이나 끝은 대중 교통망이 구성되어 있어 접근과 출퇴를 쉽게 하도록 편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30년 전통을 가진 스웨덴의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43개의 산장을 이용하여 짜임새있는 종주를 계획한다면 충분히 왕이 된 기분으로 길을 헤쳐나갈수 있답니다. 겨울철에는 쿵스레덴 길은 스키 트레일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길은 도보길과 구분해 두 길로 표시되어 있지만 스키 루트는 높은 장대위에 붉은색 X자 표식을 해두고 있는데 처음 트레킹을 하는 이들은 가지말라는 방향인줄 알고 옆길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 유의해서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트레킹 동안 캠핑이 가능하지만 국립공원 내에서는 유료이며 산장과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기서는 캠핑족들을 위해 따로 마련된 주방시설을 이용할수도 있습니다. 대개 6월말 부터 9월말 까지 운영하며 겨울 시즌에는 2월 중순 부터 4월 말까지 종주하는 스키어들을 위하여 재개장합니다. 도보길과 거의 같은 코스로 스키 트레일이 만들어져 모빌 스키를 타거나 노르딕 스키로 초보자나 경험자 모두가 함께 종주의 특별한 모험도 즐길 수 있습니다.

전체 코스 중 북부 1구간 즉 BD6로 알려진 코스만으로도 수려한 경관을 즐길 수 있는데 그것을 피엘라벤 클래식(Fjallraven Classic)입니다. 북극 여우 모양의 로고로 독특한 디자인으로 우리 한국민들도 즐겨 입는 스웨덴 굴지의 아웃도어 업체인 피엘라벤 측이 매년 축제처럼 개최해 전 세계의 트레커들의 마음을 부풀게 하고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피엘라벤 클래식’은 니칼루옥타에서 아비스코에 이르는 110km를 걷는 트레킹인데 피엘라벤에서 8월에 개최하는 행사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서 2,000명을 신청받아 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걷기는 좀 힘들어도 4개 구간 중 가장 수려한 길을 품고 있는 최북단의 구간을 선택한 그런 연유로 지금은 세계적 트레일이 되었으며 세계 3대 10대 트레일이라고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혼자든 그룹이든 마음대로 신청해서 풍광좋은 곳이라면 어디서든 텐트치고 야영을 할수 있으며 중간중간 보급되는 음식을 받아먹는 맛도 솔솔합니다. 특히 이 기간에 풀어놓은 2천명의 백팩커들이 쳐놓은 원색의 텐트 물결은 자칫 어둡게 채색된 쿵스라덴 산하의 밑그림에 강렬하고도 특별한 풍경으로 거듭나게 합니다. 산마루 고갯길에 올라서서 계곡을 굽어보면 그 수많은 텐트들이 점점히 흩어져 자연과 인간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걸작품임에 틀림이 없음을 확인합니다. 홍콩에 이어 우리나라 제주도에도 피엘라벤 길을 선정해 세계적인 백팩킹 행사를 치루려고 시도중입니다만 머지않아 성사가 되겠죠.

하루를 갈무리하는 삶의 향기가 그윽한 시간.
내 몸이 드디어 고장이 나버렸습니다. 고관절 근육 인대가 늘어나 버린건데 십년을 넘게 혹사해온 내 몸. 도저히 바꿀수 없는 한식 고집에 쌀이며 찬이며 국이나 찌개거리 재료들로 항상 30kg씩 가까이 지고 다니던 종주나 백팩킹 뿐만 아니라 당일치기 산행이라도 산정에서 동행들에게 제공할 정상주를 위한 안주같은 간식에 도시락과 국거리 찌개거리에 버너 코펠 연료 물 등으로 항상 무거웠던 내 배낭. 최근 히말라야 트레킹 한달을 마치고서 적신호가 오던 증상을 태무심하고 캐나다 로키. 미서부 10대 캐년. 알프스를 거쳐 돌로미테 종주를 하면서는 제법 지속되는 통증을 진통제로 다스리며 완주했더랬지요. 그 후 더욱 심해져 동행들의 배려로 배낭도 매지 않고 알라스카를 견뎌내며 몸을 좀 추스렸는데 그래도 통증이 더 심해지더니 급기야는 아이슬란드 라우가베구르 4박 5일 종주를 마치고는 허물어져 버렸습니다. 다들 몸이 아예 비뚤어졌다고 할 정도로 어긋나버린 골반이 더이상 걷는 것이 한발한발 고통이 되어버렸습니다. 노르웨이 3대 롹 트레킹 때는 아예 배낭을 맬 엄두를 낼수도 없었지만 걸을 수 조차도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낮이면 움직일 때 마다 잘때는 몰려오는 통증 때문에 어떻게 자세를 잡을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위대한 것. 또 원래의 정상적인 상태로 가기 위해 우리 신체는 외부로 부터 침범한 적을 퇴치하며 끊임없이 싸운다 합니다. 각 트레킹 여행마다 참여했던 의사들이나 이쪽 방면으로 지식이나 경험이 있는 동행들의 도움을 받아 약처방에 물리치료등을 받으니 그래도 몸은 하루하루 호전되어 갑니다. 그래서 용기내어 왕의 길 BD6 6일간의 종주에 뛰어들게 됩니다.

종주를 마치고 돌아올 Kiruna 숙소에 가방을 맡겨두고 종주에 필요한 물품만 챙겨 대형 택시를 불러서 왕의 길 종주 트레킹의 시작점인 아비스코 산장 스테이션으로 이동합니다. 샾에서 종주에 필요한 개스며 식자재등 여러가지 물품들을 장만하고 배낭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달아볼수 있게 설치된 저울에 걸어봅니다. 서로 적다 많다 무겁다 가볍다 하며 아이들처럼 가볍게 옥신각신 거리다가 조금은 촌스럽게 꾸며놓은 들머리의 조형물 앞에서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종주의 첫발을 내디딥니다. 녹음이 짙고 티없이 맑은 시내가 흐르고 주변 산들은 백설이 희끗한 기분좋은 길을 5시간 정도 걸어 Abiskojaure 산장까지 이르게 됩니다. 막 비가 갠 후라 하늘에는 자욱한 안개구름이 낮게 깔려있고 땅에서는 물기 젖은 들꽃들이 반겨줍니다. 협곡을 힘차게 흐르는 맑은 강물. 그리 크진 않지만 들판을 가득 채운 무성한 나무들. 고색창연한 바위들. 낮은 숲과 산.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나무 길. 앞으로 종주로 걷게 될 110km 쿵스레덴 피알라벤 클래식 길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기찻길 같은 보드 워크. 습한 지역이 많아 식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무 널판지로 깔아서 길을 내었는데 마치 기차의 선로 같아서 마음은 기찻길을 걷던 유년의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물론 바위가 길을 막는 험한 돌길에도 설치해뒀으니 과연 왕이 걷던 길이라고 여기면 나도 괜히 왕이 된 착각으로 어깨가 올라가고 우쭐해집니다. 이 나뭇길이 오래되어 부서지거나 썩으면 옆에 또 새로 나뭇길을 내니 오래된 것에는 이끼가 끼고 풀이 자라 덮어버려 이 또한 그대로 자연이 되어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무심하게 이런저런 풍경들을 보면서 걷다보니 넓은 호수에 이르렀습니다.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이 호수 끝에는 오늘의 숙소인 산장이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호수라 부르기엔 좀 그렇긴 한데 기실 강입니다. 엄청난 양과 유속으로 흘러들어와 광대한 내를 이루었다가 다시 하구로 빠져나가는데 워낙 넓은지라 호수라 해도 그냥 넘어갈 정도입니다. 구름 사이를 빠져나온 초가을 햇살이 은빛 비늘을 튕기며 호수 위로 내리고 한척의 외로운 쪽배가 가만가만 잔잔한 물결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산장을 향한 호수의 왼쪽길을 따라 늘어선 떡갈나무 숲 사이로 목도가 이어지는데 문득 생각나서 뒤를 돌아보면 따라오던 숲길이 고즈넉하고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편 방향에서 걸어와 인사말을 건네고 어깨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어디서 시작하든 별 다른 의미는 없는데 아무래도 전체적인 고도를 따진다면 북에서 남으로 진행하는 것이 고도를 낮추면서 걷기 때문에 조금 수월합니다. 거의 젊은이든 중년이든 여성이든 모두 텐트등을 넣은 큰 배낭을 매고 야영을 하면서 진행하는 것을 볼수 있는데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것들도 저마다의 무게만큼 지고 아무 불평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걸어오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 귀엽기도 한데 아마도 이렇게 어릴 때 부터 자연과 깊은 정을 나누며 살아왔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고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나홀로 산행족들도 무척 많습니다. 친구가 없진 않을텐데 어쩌면 이 대자연 속에서 알뜰하게 교감하고 또 사색하며 걷기엔 오히려 혼자가 더 나을지도 모르죠. 물론 우리처럼 외국에서 온 방문자도 제법 있지만 스웨덴 자국민들로 넘쳐납니다. 모두 하나같이 예의 그 피엘라벤 브랜드의 옷과 장비들을 착용하고 애국심을 발휘합니다. 아웃도어는 피엘라벤. 패션옷은 H&M 그리고 가구는 IKEA. 등식처럼 내나라 내물건 사랑이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우리에게 경제 침략의 포고를 내려 온국민이 저항하며 불매운동을 들불처럼 번지게 하는 요즘의 우리에겐 또 다른 의미를 갖고 가슴속으로 전해져 옵니다. 출발이 정오 가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워낙 짧은 거리여서 너댓시에 모두 산장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여전히 비는 오락가락하더니 산장에 든 이제는 제법 쏟아집니다. 을씨년스러운게 객지에 나온 우리들은 마음마저 추워진 듯하여 무쇠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핍니다. 따스한 온기가 산장안을 채워 나갈수록 투숙객들은 많아지고 소란스러워집니다. 저녁 식사 때 까지는 뭐 특별하게 할일도 없고 해서 가져온 독주와 시원한 맥주들을 사서 마시며 차분한 안식의 시간을 갖습니다. 비가 내리는 소리. 내려와 지붕이며 창문이며 두드리는 소리를 가만 들으며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하루를 갈무리하는 삶의 향기가 그윽한 시간입니다.

남녀 혼탕 사우나욕의 충격적인 경험.
오늘은 유난히 푸른 하늘과 우유빛 구름이 높게 흩어진 은총이 온누리에 내리는 시작입니다. 싱그러운 랩랜드의 아침을 열고 왕의 길 트레킹 2일차의 일정을 시작합니다. Alesjaure 산장까지 이어지는 크게 오르내림이 없는 편안한 22km 길에는 호수와 설산들이 수려하게 포진해 있는데 간단없이 이어지는 매혹적인 비경의 연속에 행복한 시간입니다. 쿵스레덴 길에는 유난히 개울이 많습니다. 그래서 늘 습하니 나뭇길을 내놓았겠지만 아직도 낮은 산정에는 눈이 있으니 녹은 물은 실개천을 따라 내려와 넓다란 계곡을 적시며 유장하게 흐르는 강으로 보태집니다. 정갈한 시내와 도랑물은 그대로 마셔도 몸에 이로울 미네랄을 듬뿍 함유한 약수 그 자체인데 맛도 일품입니다. 이제 저만치에 광활한 호수가 나타납니다. 바람에 물결이 일어 찰랑찰랑대는 소리가 참 정겹습니다. 호수 끝 제법 높은 언덕에 산장도 어렴풋이 보입니다만 6km를 더 가야합니다. 여기서 산장까지 보트를 운영합니다. 대피소 같이 셸터를 하나 지어놓고 위급상황을 대비하여 마른 장작도 비치해두고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콜보트입니다. 이 전화기로 부르면 저기 저 산장에서 데리러 오는 것입니다. 작년 이 길을 걸을 때 하루종일 비가 우울하게 내렸고 속수무책으로 속까지 젖어버려 이 셸터에서 화톳불을 지피고 몸을 녹이며 보트를 기다렸던 쓰라린 그러나 지금은 입가에 미소를 흘리며 되돌아 볼수 있는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하지만 오늘은 걷는데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화창한 날씨라 오히려 수고한 발에게 휴식을 주려 호숫물에 발을 적십니다. 물이야 여전히 차가웁지만 댓시간 정신없이 걸어오느라 지친 발은 시원하다 하며 좋아라 합니다. 쿵스레덴 트레일은 길이 험하지 않고 큰 고도차도 없는 구릉지대로 설산, 빙하, 강, 호수 등으로 이루어진 수려한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길입니다. 여름이면 강과 시내를 건너며 호수와 어우러진 산풍경이 일품인데 이런 호수나 강을 건너기 위해 노를 젓거나 모터 보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 길을 종주하려면 STF 회원에 가입하는 것이 산장 이용 때나 여러 가지 서비스를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좋으며 성수기인 7,8월은 오랜 시간 전에 예약해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 내에서는 유료의 캠핑장을 운영하니 북유럽의 대자연 속에서 야생을 느낄 수 있으나 북극에 가까운 지역인 만큼 늦깎이 눈과 이른 눈의 심한 기후변화와 특히 이상 추위에 주의해야합니다. 시즌에 따라 식량 보급이 어려울 수 있으며 텐트, 장비, 식량 등을 모두 짊어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배낭무게에도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장을 잘 이용한다면 배낭을 가볍게 할수도 있고 진정한 백팩킹의 맛을 즐길수 있는 도전의 길이기에 일정을 짜임새 있게 하여야 합니다.북극권이다 보니 생경한 백야 현상도 경험할 수 있으며 한여름에도 날씨가 시원해 더위 때문에 체력이 고갈될 염려도 별로 없어 유리하며 최적기 중 늦가을에 해당하는 9월경에는 분별없이 타오르는 단풍의 빛이 더욱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뿜어냅니다.

다시 기운을 내서 옥색 고운호수와 그 뒤에 솟아있는 설산 풍경과 가을빛을 머금은 갈대처럼 여겨지는 잡풀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간절한 것은 목을 시원하게 적시며 넘어갈 찬 맥주. 하나씩 주문해서 단숨에 들이킵니다. 마른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그 짜릿하고도 청량한 맛.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동행들도 이때는 모두 큰모금으로 들이킵니다. 저녁을 지어먹고 마무리 행사를 치룹니다. 사우나입니다. 스웨덴 산장의 특별한 맛인데 전기 공급도 전혀 안되니 샤워시설이 전무한데 걸음의 작업은 매일 이어지니 샤워는 해야겠죠. 그래서 거개의 산장마다 자작나무로 지핀 불로 즐기는 핀란드식 사우나 시설이 되어있습니다. 사우나로 몸이 더워지면 꼭 곁에 강물이나 호수가 있어 풍덩 뛰어들어 마무리를 하는 것입니다. 빙하나 만년설이 녹은 물인데 그 체감 온도야 말할 나위조차 없겠지만 한껏 데워진 몸이라 어느 정도까지는 견딜만 합니다. 차마 첫 종주 때의 충격적인 경험이 떠오르며 쓴웃음을 짓게 하는데 사우나욕은 대개 여자들만 하는 시간 그 다음에 남자들만 하고 마지막에는 남녀 혼탕입니다. 남자들만의 시간을 놓쳐버려 혼탕엘 들어가게 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성적으로 개방적인 나라 스웨덴이라서 그런지 남녀 모두 거리낌 없이 홀라당 다벗고 나신으로 사우나를 합니다. 일본의 혼탕처럼 쭈글쭈글한 노인들이 아니라 하이킹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라 눈이 즐거우면서도 시선을 어디둘 줄 몰라 참 난감합니다. 커플들이 단체로 왔는지 맥주캔 하나씩 들고 대충 작은 원형으로 만들어 대화에 빠져 있는데 내 코앞까지 다가온 젊은 여인의 풍만한 가슴. 왠 횡재냐 할수도 있겠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버리게 됩니다. 그들의 자유로움이 한편 부럽기도 하지만 아직도 유교적 관념이 조금은 남아서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끝까지 수영복을 고집한 나와는 달리 7,80대의 함께 동행한 대선배님들은 용감하게 나신으로 동참하니 나도 인생 더 살면 저렇게 될까 하며 작은 의문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버릴 것 같은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날것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밤을 맞이합니다. 무수히 떨어지는 별들과 함께 우리도 그 밤 풍경이 되어버립니다.

야영의 참맛. 자연과의 동화 그 자체.
쿵스레덴은 하이랜드의 높은 산들이 들어찬 계곡길을 걷는데 그 계곡이 때로는 너른 들판으로 펼쳐진 곳도 있어 가슴이 탁 터이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런 고갯마루에서 시야를 넓게 잡으니 작은 관목들이 모두 장병들이고 나는 천군만마를 지휘하는 왕이 된 기분이 듭니다. 왕이 된 착각으로 자연들을 신하와 시녀로 여기며 짐짓 거나하게 여유를 부리며 하향길을 걸어가는데 영롱한 무지개 아래 잔설위에 흩어진 일단의 순록무리들이 달려가니 이 또한 쿵스레덴 만의 기막힌 풍경이 되고 드넓은 계곡 벌판에 곳곳에 쳐둔 원색의 텐트가 예쁘기 한이 없습니다. 고개를 넘으면 천국의 풍경인데 늦게 피어난 야생화들과 이들과 대화하는 예쁜 새들이 계절을 찬미하고 있는 거룩한 정경이 빼어납니다. 아침 아홉시를 넘겼지만 이제 일어났는지 아침밥을 짓느라 버너와 코펠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곧 자유를 표현하는 것 같고 자연과의 일치 혹은 동화를 이룬 것 같습니다. 이들 백팩커들에게서 놀라운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언제 내릴지 모르는 날씨에 대비해 방수 배낭 커버를 꼭하고 다닙니다. 그런데 무쓴 뽕배낭도 아니고 위에는 텐트 아래는 매트리스나 침낭을 길게 해서 엉성해보이도록 대형 커버를 씌우는데 뒤에서 보면 엄청 커보이고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여기에 바로 그들의 경험에서 익힌 지혜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애써서 커버를 배낭에 딱 맞게 졸여주는데 사실 배낭 커버가 완벽한 방수는 불가능하죠. 특히 지치도록 내리는 비라면 밀착 커버한 배낭은 이내 속으로 젖어들게 마련인데 공간을 뻥하니 둔 경우는 비가 스며들 겨를도 없이 굴러내려 버리기 때문에 대단한 방수 효과를 냅니다.

쿵스레덴. 스웨덴어가 주는 포스 넘치는 어감. 그 우리말로의 해석은 왕의 길입니다. 쿵슬레덴의 역사는 스웨덴 관광 협회(Svenska Turistföreningen / 약자로 STF)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협회는 웁살라의 과학자들에 의해 스웨덴의 명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1885년에 결성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이 협회는 스웨덴 라플란드의 산을 통과하는 왕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안된 경로는 현재 Abisko를 Kvikkjokk에 연결하는 것이었습니다. 1902년 Kiruna와 Narvik 사이의 Malmbanan 철도 노선의 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하게 되고 역이 건설되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찾게되는 관광 스테이션으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또한 1907년에는 Abiskojaure와 Kebnekaise에 산장 숙소를 건설하고 중간중간에 있는 호수를 건널수 있도록 보트도 선착장과 함께 두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트레일이 표시되거나 이름이 지정되지 않았는데 1928년에 어떤 의식이나 명명식도 없이 Kungsleden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Kvikkjokk역이 걸리게 되었고 그 후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대중들에게 빠르게 인기를 얻고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역사적인 의미를 떠올리며 무심하게 걷는 것에만 충실하다 보니 예정한 산장을 너무 이르게 도착해버렸습니다. 날씨도 쌀쌀한게 더 걸을만 해서 서로 합의를 보고 다음 산장까지 진행합니다. 여전히 싸늘한게 Sälkastugan 산장에 도착하니 진눈깨비가 흩날립니다. 매점도 없고 사우나 시설도 없는 열악한 환경의 산장이라 몸도 많이 지쳤고 추위가 엄습해와 바로 방마다 설치된 난로를 피우려니 갖다놓은 장작이 없습니다. 바깥 마당에는 톱질해 놓은 장작더미가 있고 창고안엔 쪼개놓은 것들이 비축되어있는데 한아름 안고 들어가는 나를 보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나를 까칠한 표정을 하고 산장지기가 불러세웁니다. 장작을 패고 가져다 써야한다는 겁니다. 뭐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는지 제법 무시하고 격앙된 어조로 질타하기에 상식선의 이탈을 하는 언행을 보이면 나 또한 결코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몇마디 해줍니다. 먼저 패든 쓰고 나서 패든 장작을 채워놓으면 되는 것이지 먼저 패야한다는 규정이라도 있느냐. 문서화 된 걸 나에게 보여달라. 그리고 이렇게 추워진 날에 이 정도 늦은 시간이라면 게스트들을 위해 산장내에 훈기가 돌도록 산장지기가 미리 불을 지펴놨어야지 너는 뭐하는 놈이냐고! 안그래도 험상궂은 얼굴이 화나면 더욱 헐크화 되는 내가 무서웠는지 그제서야 맘대로 하세요입니다. 동행들을 위해 난로불이 활활 타도록 해두고 나가서 장작을 패기 시작합니다. 그들만의 방식의 도끼가 있는데 체질에 안맞아 신토불이 우리식으로 팹니다. 내 야영 생활의 역사가 얼마인데 또 한동안 산장을 운영하며 날마다 장작패서 난방해결했었기에 장작패기와 불피우기는 가히 신의 경지에 올랐거늘... 결이 곧아 아주 쉽게 쪼개지는 자작나무라 삽시간에 무덤크기로 하나 쌓아놓고 저혼자 사무실에서 난로 앞에 구겨져있는 지기를 밖으로 끌고나와 보여줍니다. 갑자기 친밀감을 넘어 비굴할 정도의 태도변화를 보이는 그자에게 똑바로해 하고 한국말로 한마디 던져주고 돌아섭니다. 산장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워지면 촛불을 밝히니 더욱 운치도 있습니다. 태양열 집전으로 상주하는 지기나 사용하고 무선 크레딧 카드 단말기 사용등에 씁니다. 그런데 일기가 고르지 않으면 연결이 좋지않아 기다려도 결재가 더디게 되어 오래동안 벌써고 있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그 때 현금으로 결재할 건데 먼저하자 그러면 받아들여지고 우리는 모두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줄써서 기다리지 않고 신속하게 해결합니다. 현금의 위력이 발휘되는 이곳 산장들. 귀찮아도 현금들을 제법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칼칼한 우리 입맛의 그것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파는 라면은 우리 브랜드인 삼양라면이 백퍼센트 점유하고 있어 소소한 것이지만 기분도 우쭐해지고 제법 자부심마저 생긴답니다.

한없이 아늑한 산촌의 아침을 맞이하고 제법 긴 여정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묵었던 산장을 정리하고 길 떠나 Singi STF Hut에 도착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차 한잔의 여유를 갖고 동쪽인 Nikkaluokta 방향으로 꺾어 갑니다. 그리고 다시 오전에 걸었던 만큼 더 걸어가면 오늘의 안식처인 Kebnekaise 마운틴 스테이션에 도달하고 여기서 오늘주어진 하루치 걸음의 축제를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Singi 산장에서 점심을 해먹고 맥주 한캔씩 마시며 갈증을 풀고 진한 휴식을 취합니다. 비록 길이야 험하진 않아도 길다보니 지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곡차 한잔이 또 새롭게 걸음을 시작하게 해주는 힘입니다. Singi를 기점으로 갈라지는데 장대한 쿵스레덴 완주길은 길 위에서 맺었던 인연들과 이곳에서 작별하고 직진해가게 되고 피엘라벤 클래식만 종주하는 이들은 왼쪽으로 꺾어서 가는데 Kebnekaise 산장을 지나 이 지역 원주민인 사미족들의 마을이 있는 Nikkaluokta에 이르면 110km 길이 마감됩니다. 너른 들판에 깔린 고색이 창연한 바위들을 헤치고 오름길을 이어갑니다. 삼각지의 이곳에는 계곡마다 불어오는 모든 바람들이 모여들어 제법 스산한 느낌을 주니 한번씩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제법 몸이 달아올라 자켓을 벗을까말까 하는 지점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웨덴 랩랜드 최고봉을 가진 Kebnekaise산의 환상적인 산세를 감상할 수 있는데 그 산그림자가 드리운 호수를 끼고 걷는 길의 풍경이 또한 압권입니다. 한고비 고개를 넘어 느슨한 하산이 이어지는데 쉬고 싶다는 피로감이 덮칠 때쯤 Kebnekaise 산장에 도달하여 오랜만의 호사를 누립니다. 긴 걸음 후의 음식은 답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나씩 시켜놓고 조금씩 서로 나눠먹는데 이 고장에서 나는 순록고기며 양고기 등 방문 기념으로 맛도 봅니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그간 5일 동안 누적된 노독을 풀며 하루를 마감하는데 별빛이 유난히 맑고 밝아 우리는 랩랜드 대자연의 일부가 되고 함께 밤이 되어 버립니다.

대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임할줄 알아야 하는 우리..
비는 내리지 않아도 파란 하늘이 한뼘도 보이지 않는 흐린 아침입니다. 이른 조식 후 스웨덴에서 가장 높은 케브네카이세 산을 올랐다 하산하는 도전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690미터 고도의 산장에서 2113미터의 산정까지 1400미터의 등정을 하며 하얗게 펼쳐져있는 만년설 설원을 밟아 정상에 오르면 장대한 Lapland의 파노라믹 풍광을 눈과 랜즈에 담습니다. 이 산은 스칸디나비안 산맥의 일부로 두 개의 산봉을 가지고 있고 빙하로 덮힌 남쪽 봉우리는 2,106m, 암산인 북쪽 봉우리는 2,097m 입니다. 북극선(Arctic Line) 아래 약 15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로 빙하들이 녹으면서 산정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데 원래는 높이가 2,117m 였다고 합니다. 산자락에 바짝 붙어 오르기 시작하면 입에서 불 냄새가 날 정도로 가파른 길이 간단없이 이어집니다. 도저히 몰은 숨을 참지 못해 멈추고 토해내며 쉬어 갈 때 산아래 펼쳐진 풍경을 봅니다. 계곡 가득 어느새 영글은 가을색이 완연한데 희미하지만 산을 넘어 또 산이 있어 물결치는 듯 장대합니다. 내를 건너기 위해 건설한 다리를 건너며 잠시 숨을 고르게 하더니 다시 끝이 어딘지 보이지 않는 길을 올라야 합니다. 정상을 가득 덮고 있는 안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높은 까닭입니다. 그 오름길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모래와 잔 자갈이 섞인 지표면 때문입니다. 길게 한발 내디디면 어김없이 반은 미끄러져 내려와버리는 가파른 길. 그래서 등산화 착용이 필수라고 경고했나 봅니다. 다리 근육이 꽤나 혹사 당하고 가슴이 터질것 같이 숨에 차고 그래서 잠시 쉬어가고를 반복하며 겨우 다다른 1차 정상.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세찬 바람이 먼저와 반깁니다. 발 아래 빙하가 누워있으니 그 위를 넘어오는 바람이 냉혹한 것은 당연한 현상. 여기서 팀을 둘로 나눕니다. 정상 정복팀과 이곳에서 마감하는 팀. 하산했다 다시 최정상으로 치고 올라 가는 오기와 의기로 무장한 정복팀들을 출발시키고 남겨진 약체들을 위해 점심을 먹기 위한 라면물을 끓입니다. 아무리 바위뒤에 몸을 숨겼어도 모두들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추위를 이겨내지 못합니다. 물이 끓고 라면이 다 익고 분배된 한그릇씩 먹는데 모두들 입천장이 데서 물집들이 잡혔다 합니다.

작년(2018년) 가을인가? 그냥 여행중에 만나 동행이 된 세명의 한국인 관광객 중 여성 하나가 이곳에서 죽었었죠. 이런 변화무쌍하고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올라왔다가 저체온증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자연은 인자 할 때는 더없이 온화하고 부드럽지만 미치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해 아무리 저항해도 소용없는 우리의 무력함을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대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대하며 모든 예측 가능한 변화에 완벽한 준비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다시 바람도 숨죽이고 안개도 걷히니 다들 무사히 하산하고 산장으로 돌아와 작은 갈등으로 잠시 고심하다가 의견을 모읍니다. 원래는 지금 여장을 꾸려서 이번 종주의 공식적인 종결지이자 문명이 시작되는 키루나로 가는 대중교통이 연결되는 Nikkaluokta로 헬기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는 것인데 마지막 구간을 헬기로 마무리 한다는 것은 종주의 가치를 훼손시킨다는 것. 하늘을 날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설산들을 안고서 풍광들을 선사하고 우리가 걸어왔던 왕의 길, 쿵스레덴 트레일의 족적을 되돌아 볼수도 있다싶어 계획한 것인데 초행길의 동행들은 종완주의 달성이 더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이 길을 몇번 종주했던 나의 건방진 불찰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산장에서 하루 더 머물고 내일 종주 완주할 것으로 종결짖습니다.

여전히 대자연의 깊은 속살과 마주하면 가슴이 설레는데...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종주 마지막 구간을 걷기 시작합니다. 오늘 이곳 왕의 길 날씨는 끝나는 마당이니 좋은 이미지를 남겨 다시 찾아오게 하려는지 얄밉도록 쾌청한 날씨입니다. 마지막 구간은 거의 높낮이가 없는 평지길을 평화스럽게 걸으면 됩니다. BD6 구역의 이 아비스코와 니칼루옥타를 잇는 길은 또한 순례의 길로 알려져 있습니다. Dag Hammarskjöldsleden라 이름 붙여진 이것은 스웨덴 산악 세계의 심장부에 있는 현대판 순례길로 2004년 9월에 개장되었는바 아비스코(Abisko)에서 시작하여 110km를 걸어 이르는 니칼루옥타(Nikluluta)까지 오래전 부터 명성이 자자한 쿵스레덴(Kungsleden) 하이킹 코스를 따라갑니다. 이 순례의 흔적은 Luleå 교구에 있는 스웨덴 교회, Norrbotten카운티 관리위원회 및 스웨덴 관광 협회간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트레일 중간중간 빼어난 전망이 펼쳐지는 곳에 7곳의 명상 장소가 마련되어 있고 2대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스웨덴 출신 Dag Hammarskjöld의 인용문이 새겨져 있는 기념석이 세워져 있어 그 글들의 행간에 녹아있는 삶의 의미를 짚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어느정도 시장기를 느낄 때쯤 길가에 카페 하나가 나옵니다. 순록(Reindeer)으로 햄버그를 구워서 파는 식당인데 제법 입소문을 타고 한번씩 먹어보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배부르고 나른해지면 호수에 띄워놓은 보트가 유혹을 합니다. 니칼루옥타 까지 배로 이동하라고. 그 동안 몇개의 호수를 지나면서 한번 타보고 싶은 호기심이 다들 있었었겠지만 지금처럼 마지막 길에 부른 배와 나른한 졸음마저 가세한다면 차마 떨쳐버리기 힘든 유혹입니다. 그러면서도 종주의 완성에 흠이 갈까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섭니다. 날머리 마지막 끝에 인디언 텐트의 구조로 나무 관문을 조성해 둔 곳에서 다들 모여 손을 들거나 등산 스틱을 높이들어 기념촬영을 하고 종주를 마감합니다. 서로 함께한 동행들끼리 손을 맞잡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합니다. 그러나 먼 훗날 잠시 왕이 되었던 나날들이 차분히 되돌아보면 뿌듯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나는 이 왕의 길이 막 열리는 초여름이나 또 막 길이 닫히기 전 늦가을에 다시 한번 더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 길이 좀 험하고 불편하더라도 봄이면 전년에 내린 잔설을 보며 걷는 풍경이 대단하고 늦가을이면 내리기 시작하는 첫눈을 맞으며 나무 가지마다 피어나는 눈꽃들을 보며 걷는 맛이 압권일테니까요. 내가 추구하는 트레킹의 목적은 바로 그런 대단한 자연 풍경을 보기 위함인데 어느 곳이나 방문 시기가 참 중요합니다. 잠시 눈을 감고 내 재량 모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런 길을 걷는 내모습을 그려봅니다. 어느새 내 손은 달력을 넘기고 있고 내년 6월초를 더듬다가 9월말의 어느 길일을 택하고 있습니다. 다들 어린 시절에 읽었던 고전 책을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본 적들이 있을 것입니다. 분명 그 느낌과 감동이 다른 자신을 보게 되고요. 알게모르게 변해버린 내 내면의 변화만큼 중장년에 갖는 감동의 방향과 깊이는 그만큼 달라져 있습니다. 이처럼 한번 걸었던 길을 다시 걸을 때 처음 가졌던 감동과 느낌이 쇠락한 것만은 틀림이 없으나 여전히 대자연의 깊은 속살과 마주하면 가슴이 설렐 것입니다. 다시 서는 길 위에서라도 새롭게 발견하는 진리와 기쁨들. 그것이 도보여행을 통해서 얻는 수확이자 즐거움이며 그래서 늘 내가 길을 떠나는 이유이기도 하답니다.
www.mijutrek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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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확정된 일정입니다.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유럽 스웨덴 쿵스라덴 왕의 길 트레킹 9박 10일
09/16/2020 ~ 09/25/2020
$2,200  + 국제선 항공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왕이 되어 걷는 길. 스웨덴 쿵스레덴

왕이 되어 걷는 길. 스웨덴 쿵스레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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