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한국의 국화로서 자격이 있는가?

무궁화 노래는 이밖에도 많다. 동요 '무궁화'는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이라고 찬양한다. 가요 '꽃 중의 꽃' 역시 "꽃 중의 꽃 무궁화꽃 삼천만의 가슴에/ 피었네 피었네 영원히 피었네"라며 민족의 얼을 노래한다. 숨바꼭질할 때도 술래는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린 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다.

한여름인 요즘에 한창 피어나는 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국가의 명백한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국화(國花)와 국장(國章)은 물론 최고 훈장, 대통령 휘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을 무궁화라는 특정 꽃이 차지하고 있다.

무궁화는 언제부터 국가의 표상이 됐을까? 그 배경은 무엇이고, 과정은 또한 어떠했을까? 무궁화가 민족의 얼로 상징되는 것은 온당한가? 광복절 75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어 그 물음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신간 '두 얼굴의 무궁화 : 국가상징 바로잡기'를 통해 "무궁화처럼 한 나라의 상징을 거의 독점 지배하는 사물은 세계인류사에 전무후무하다"며 "근본 불분명하고 왜색 넘치는 '무궁화'를 언제까지 대한민국 나라꽃으로 모셔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강 교수에 따르면, 무궁화는 한국역사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꽃이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제왕운기', '고려사', '고려사절요', '승정원일기' 등 주요 사서에는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조선왕조실록'에 단 한 번 단 한 글자로 나오는데, 행운이 아닌 단명의 상징으로서였다. 시조나 가사, 아악, 당악, 종묘제례악, 문묘제례악, 궁중음악에서도 무궁화는 한 음절도 찾아볼 수 없다.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무궁화의 야생군락지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마저 100여 년 전까지는 차령산맥 이남에서만 재배·생육됐으며, 이후 점차 개량돼 지금은 휴전선 인근까지 재배 가능지가 넓혀졌다. '3천리'라는 애국가 가사와 달리 1천리 정도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무궁화가 한국사에 갑작스레 등장한 계기는 종일매국(從日賣國)의 대표적 인물로 비판받는 윤치호의 '애국가' 작사였다고 한다. 윤치호는 1893년 11월 중국 상하이에 잠복해 있던 자신을 찾아온 남궁억과 의논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했으며 이를 자신이 작사한 애국가의 후렴에 넣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자국의 신의 꽃(神花)인 무궁화의 상징과 노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장기의 원형은 히노마루(日の丸) 품종의 무궁화이고, 욱일기의 원형은 소우탄(宗旦) 품종의 무궁화다. 메이지 일왕은 1870년 이들 무궁화를 각각 형상화한 일장기와 욱일기를 국기(國旗)와 군기(軍旗)로 제정했다.

강 교수는 "무궁화 나라로 부상한 일본이 한국을 '무궁화 지역(槿域)'으로 날조한 목적은 무궁화를 한국의 나라꽃으로 신분세탁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병탄과 내선일체 작업의 매개체로 삼으려는 제국주의·군국주의·팽창주의의 흉계였다"고 역설한다.

요컨대, 일왕 영토의 무궁한 확장인 '천양무궁(天壤無窮)'과 그것을 꽃나무로 함축한 '무궁화(無窮花)'가 윤치호 등 매국노에 의해 유포돼 오늘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무궁화의 상징과 의미는 배지의 핵심 문양으로 살아 있다.

강 교수는 "개구쟁이 어린 시절부터 가장 큰 의문부호가 개나리, 진달래 등 그 많은 아름다운 우리나라 자생종 꽃들을 놔두고 하필이면 근본 불분명하고 왜색 넘치는 무궁화를 대한민국 나라꽃으로 모셔야 하는가였다"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500일간 나의 애국가와 무궁화 톺아보기는 약 50년간 가슴 속에 마그마처럼 부글거려온 물음표들의 대분출이었다"고 들려준다.

이와 함께 "작사자와 작곡자 모두 종일 매국노인 애국가 가사는 종일매국 국토참절 일본 찬양으로 이루어진 거짓과 우상의 밀림지대였다. 세계 210개 국가(國歌) 중 자기 나라를 해 아닌 달로 비유하거나, 자국의 영역을 구체도량단위(3천리)로 제한하거나, 특정 꽃(외래종인 무궁화)이 나오는 예는 한국의 애국가가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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