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의 재발견
— 10/02/18
식초는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다.
그 효능을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요리, 건강, 미용 등 식초의 쓰임새가 다양하고
그 기능은 지금도 끊임없이 확장돼 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기본적인 효능은 조미료로서의 가치가 아닐까 싶다.
짠 음식에 몇 방울 넣으면 짠맛이 해소된다든가, 오이의 쓴맛을 더는 데 효과가 있다든가,
연근이나 우엉을 삶을 때 조금 넣으면 아린 맛이 줄고 빛깔이 엷어진다든가,
야채와 섞이면 비타민C가 오래 보존된다든가 하는 것이 지금껏 주방에서 변함없이 대접을 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건강과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초의 효능이 또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물에 몇 방울 넣어 마시면 갈증이 사라진다든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성인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든가, 딸꾹질을 멈추게 한다든가,물에 타 발을 헹구면 냄새가 사라진다든가 하는 경우다.
기름에 찌든 그릇을 식초를 탄 물에 끓이면 잘 닦인다든가,싱크대나 세면대가 막힐 때 소다와 식초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뚫을 수 있다든가,
형광등 덮개나 손 때 묻은 전화기를 식초를 탄 물로 닦으면 얼룩도 없애고 살균효과까지 낼 수 있다든가 하는 것도 널리 알려진 효능이다.
이런 식초가 중국에서는 ‘질투’의 상징으로 쓰인다.
당나라 개국공신 방현령(房玄齡·578∼648)에게는 대를 이을 아들이 없었는데 안타깝게 여긴 태종(太宗) 이세민은 이 절세미인 몇을 보내 대를 잇도록 했다.
그러나 부인의 반대로 방현령이 고사한 것으로 드러나자 곧 사약이 내려진다.
사약을 받든가, 첩을 용인하든가 하라는 것이었는데 부인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사약을 마셨다. 그러나 부인이 마신 것은 사약이 아니라 마음을 떠보기 위해 보낸 식초였다고 한다.
이때부터 식초는 질투를 상징하는 말이 됐고 ‘질투하다’는 ‘식초를 먹다(吃醋;츠추)’,
질투가 심한 여자는 ‘식초단지(醋壇子;추단즈)’와 같은 뜻이 됐다.
이렇게 알고 보면 식초와 질투가 꼭 낯선 조합도 아니다.
최근에는 식초가 인플루엔자A(신종플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면서 새롭게 각광을 받는다고 한다. 이래저래 질투를 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