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국민훈장 받는 황백선 예비역 중령 "여생, 韓-호주 우호증진 힘쏟겠다"

"호주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갈수록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생존 용사들과 한국-호주 간 우호관계 증진에 더 힘을 쏟겠습니다."

참전용사들을 위한 봉사와 양국간 우호 증진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 국민훈장(OAM) 수훈자로 결정된 황백선(88) 씨의 소감이다. 호주 정부는 1월 26일 오스트레일리아데이를 맞아 국민훈장 수훈자를 발표했고, 동포로는 유일하게 황 씨가 뽑혔다.

그는 1982년 호주재향군인회 발족에 참여했으며, 1989년 6·25 참전유공자회 발족에 공헌했다. 2003년부터 시드니제일교회 목사를 맡아 매년 한-호 한국전참전용사를 위한 기념예배를 진행했다.

지금도 호주 한국전쟁참전 유공자회 고문으로 일하는 그는 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 탓에 4월말이나 5월초 총독 관저에서 국민훈장을 받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한국 정부로부터도 화랑무공훈장(1969년), 호국영웅기장(2013년)을 받았다.

그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유공자회 발족 당시 165명이었던 노병은 현재 50여명만 생존해 있다. 양로원 등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 가운데 '벨모어 RSL클럽'(재향군인클럽)에서 여는 월례회에는 15명 정도 참석한다.

"한해 10명씩 줄어드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팬더믹이 지나가고 나면 월례회에 10명 이내로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 유공자회도 문을 닫아야겠죠.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생각한다면 아주 슬픈일입니다."

황 고문이 호주 한국전쟁참전용사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았던 것은 같은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953년초 공군 조종간부 7기로 입대해 2년제 조종교육을 마치고 1955년 소위로 임관했다.

이후 텍사스주 미 공군 영어학교와 네바다주 미 공군 비행학교 훈련과정을 각각 수료하고, 1959년 귀국했다

1963년 소령으로 진급하고 청와대의 요청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군산 계화도 제방(현재 새만금으로 확대) 공사장으로 안내하는 비행을 했다. 이 인연으로 이듬해 '대통령 1호 헬기' 조종사가 됐다.

제35비행대가 창설되고, 대장을 지낸 그는 한 주 3∼4회 대통령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 건설 현장, 간척지, 산업 현장 등을 누비며 전국을 날아다녔다.

그러다 1969년 6월 21일 강원도 명주 상공(1천700m 지점)에서 헬기 엔진이 멈춰 불시착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헬기에는 동해경비사령부 창설식에 참가하려는 박 대통령과 정부 요인들이 타고 있었다.

"갑자기 이상 신호음이 울리고, 헬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더니 프로펠러가 돌지 않았어요. 헬기를 급강하(유턴)해 풍압을 올리자 프로펠러가 정상으로 움직였습니다. '각하, 엔진이 꺼졌습니다. 안전벨트를 최대한 세게 매십시오'라고 말한 뒤 보리밭 옆 작은 공터에 불시착했습니다."

지금도 당시 절체절명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는 황 고문은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헬기 불시착 훈련을 수백번 이상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공에서 헬기 엔진이 멈춰 추락하기 시작하면 1분에 약 2천500피트 속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사고 후 1개월여 지나 대통령을 태우고 남해안고속도로 예정 경로를 비행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1970년 12월 예편(중령) 신청을 하고, 이듬해 호주 항공사 에어패스트 한국 지사에 입사했다. 서류상으로 예편이 그 뒤에 일이다.

황 고문은 1972년 호주 본사로 발령을 받고, 가족과 함께 이민했다.

한국 공군은 2015년 황 고문을 고국으로 초청해 당시 안전하게 비상 착륙해 국가 비상사태를 막아낸 공적을 기려 뒤늦게 '비행안전 웰던상'을 줬다.

한국 보다 호주에서 더 오래 산 '호주 동포 이민사의 산증인'으로 꼽히는 그는 "이민을 온 이상 호주 국민과 유대관계를 갖고 제대로 정착해야 한다"고 한인 이민자들에게 말하면서도 "피는 한민족 혈통이니 고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재외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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