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한국 전문 출판사 '화랑' 운영하는 아르헨티나 인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 '화랑'(Hwarang)이라는 이름의 출판사가 있다.

옛 신라의 청소년 조직에서 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관련 책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출판사다.

2019년 화랑을 설립한 니콜라스 브라에사스(34)는 13일(현지시간) 이메일 인터뷰에서 "화랑이 스페인어권 사람들과 한국 문학을 잇는 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영어-스페인어 번역을 공부하던 브라에사스는 친구의 소개로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영화를 보러 갔다가 한국 문화에 빠지게 됐다고 했다.

관심에서만 그치지 않고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촌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아예 한국에 가서 서울대에서 본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했다.

"아시아나 한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는데 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겐 매우 의미 있던 서울에서의 생활을 통해 한국 문화를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됐죠."

그는 한국의 영화나 가요가 수년 전부터 아르헨티나에서 관심을 끌기 시작했던 것과 달리 한국 문학은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고, 한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후 한국 전문 출판사 설립을 실행에 옮겼다.

'화랑'의 첫 책은 그가 직접 번역한 이상의 시선집 '까마귀의 시선으로'(A Vista de Cuervo)였다.

한국 독자에게도 난해한 이상의 시를 이해하고 스페인어로 옮기기까지 하는 일은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한자어와 외래어까지 뒤섞인 이상의 시를 옮기기 위해 스페인어와 원주민 언어 등이 혼합된 언어도 빌려온 그는 "'번역은 외로운 작업'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동료들의 조언, 토론으로 완성한 내 번역은 사실상 협업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이상 시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화랑이 세상에 내놓은 책은 모두 7권이다.

김중혁, 정세랑, 장류진 등 요즘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브라에사스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박민규의 '카스테라' 등 다른 소설 3권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한국 근대 문학 대표작가인 이상부터 장류진처럼 새롭고 신선한 작가까지 한국 문학을 전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스페인어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은 물론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매우 낯선 작품도 소개하려 합니다. 이질적인 문학을 통해 우리 출판문화의 다양성도 높일 수 있죠."

화랑의 책 중엔 문학 작품 외에 한국 요리책도 한 권 있고, 스페인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한 한국어만의 독특한 어휘를 소개한 책 '화이팅!'(Hwaiting!)도 있다.

'초심', '조화', '노을' 등 스페인어와 일대일 대응이 어려우면서 한국의 정서를 잘 표현하는 단어들을 한국적인 그림과 함께 엮은 '화이팅!'은 지금까지 화랑의 책 중에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책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요즘은 모두가 영화부터 음악까지 한국의 다양한 면을 알아내고 싶어하죠. 아르헨티나에선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알아가고 있어요. 아르헨티나에선 매운 음식이 늘 인기가 없었는데 이상하죠. 한국의 또 다른 면을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문학에도 다가가고 있습니다."

화랑의 책은 아르헨티나를 넘어 이웃 칠레, 우루과이에서도 팔리고 있다. 멕시코와 스페인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화랑이 씨앗을 뿌리고 있긴 하지만 아직 스페인어권에서 한국 문학은 중국이나 일본 문학에 비해선 덜 알려져 있다.

브라에사스는 이것이 "전문 번역가의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다행히도 한국문학번역원이 번역가들을 양성해 전 세계에 한국문학을 알리는 과제를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남미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팝이나 K드라마가 한국 문학으로 향하는 "훌륭한 입구"가 될 수 있다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한국의 전통이 세계 문학의 향연에 일부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유행에 의존하지 않는 출판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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