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백악관, 정보당국, 외교당국 잇단 접촉...'종전선언' 미국 선택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졌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뒤 북미 대화 재개에 맞춰졌던 초점이 종전선언이라는 화두가 등장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양상으로 진입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띄운 종전선언 제안이 한반도 이슈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이젠 미국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종전선언이 북핵 문제에 미칠 국내적 논란과 별개로 이 사안은 이미 한미 간 주요 협의 대상이 됐다. 최근엔 관련국 간 교차 접촉도 숨 가쁘게 이어지고 있다.

한미일 정보 수장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 정보관이 이번 주초 비공개 서울 회동을 한다.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장도 지난 15일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그에 앞서 안보 사령탑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일(미 현지시간) 미국을 찾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월 말에 이어 한 달 반만인 17일 다시 미국을 찾아 한미일 3국 북핵 대표 협의를 앞두고 있다. 노 본부장은 러시아에서 한러 북핵대표 협의 직후 곧바로 미국으로 날아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유엔 총회에서 임기 말 종전선언 승부수를 띄운 직후부터 청와대, 외교부, 국정원 등 한국 정부의 대북 라인이 총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초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으로 훈풍을 돌게 했던 한반도 정세가 냉랭해진 데 대한 아쉬움이 클 것이다. 종전선언 제안도 최소한의 한반도 안정이란 토대를 차기 정부에 넘겨줘야 한다는 책무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종전선언은 이번에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이른바 '판문점선언'에선 그해에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도 종전선언 논의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었다.

직후 열린 역사적인 6·12 첫 북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도 종전선언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2항에서 '북미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건설노력에 동참한다'고 밝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이후 북미 간 수차례에 걸친 협의에도 종전선언은 이뤄지지 않았고 2019년 하노이회담 실패로 그 기대감은 사그라들고 말았다.

이제 관심은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어떻게 판단할까에 쏠린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한 합목적성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미가 종전선언의 목적과 방법, 과정, 영향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서훈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의 만남 직후 정부 고위 당국자는 종전선언 구상을 상세히 설명했고 미국의 이해가 깊어졌다고 본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백악관이 내놓은 결과 성명에는 종전선언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물론 지금껏 종전선언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공식 반응은 한미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언급 외에는 아직 구체성이 떨어진다.

북한의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도 미국의 판단에는 주요 변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각종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론, 선(先)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미 불신을 드러냈다.

바이든 정부는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 없이 만나 뭐든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되뇌고 있지만, 대화를 대가로 선물을 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전선언 논의에 앞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가 과제인 셈이다.

지난달 23일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한 대담에서 대북정책에서 한국과 전략적 목표를 공유한다면서도 "전술상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한국 정부는 (북한) 사람들을 테이블에 데려오는 방안으로 유인책을 제공하는 데 있어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이기를 원한다고 본다. 우리 접근은 그와 다르다"고 했다.

그가 북한 담당자는 아니지만 미국의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부쩍 잦아진 한미 간 접촉을 보면 접점을 찾아가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출범 뒤 한반도 문제를 다소 후순위로 둔 듯한 행보를 보인 바이든 정부는 최근 굵직한 외교현안을 넘기면서 한반도에 집중할 여력이 생겼을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파장이 다소 가라앉았고, 최대 이슈였던 대중 관계도 연내 미중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거기서 한반도 논의가 이뤄진다면 연내 또는 내년 초 또다시 한반도 봄을 맞을 계기가 마련될 여지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의 최근 언급은 이런 희망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이 친서 형태로 싱가포르 선언을 존중하겠다고 밝히고, 적대시 정책에 대해 구체적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 김 위원장이 답신하면서 북미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호재가 될 것이다. 거기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종전선언과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체제를 얘기할 수 있으면…."

시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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