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전통한지(韓紙)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미래 세대에게 한지 문화가 지켜낸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김형진 국민대 과학기술대 임산생명공학과 교수는 전통한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돼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한지살리기재단 이사이면서 등재 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을 버텨온 한지 문화가 지닌 세계유산 가치, 한지장들의 공동체 가치, 한반도의 역사·문화와 문학을 보전한 역사와 시대적 가치 및 전통 기술 전승을 총체적으로 포함하는 한지 기술과 한지 문화를 반드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한지의 역사부터 소개했다. 제지술은 불교의 전파와 더불어 동쪽으로 전래해 한반도 지역에 최초로 제지술이 도입된 시기는 삼국시대로 추정된다.

한반도에서는 불교의 융성과 더불어 경전을 인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종이 생산량도 증대됐다. 신라 시대(751년) 때는 석가탑에 봉안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존재로 한반도에서의 우수한 종이 품질을 입증했다.

고려 시대의 표면이 희고 단단한 '백추지'는 교역물품 중 최고로 간주했다. 질긴 종이인 '고려지'는 중국에서 '고려피지'로 불렸으며, 원나라가 고려에 요구한 물품에 포함될 정도로 우수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조선왕조실록, 훈민정음 등 총 16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3건이 한지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등재는 늦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등재 시도는 10여 년 전부터 있었지만, 대부분 이벤트성 행사 위주로 진행됐으며 실질적인 등재 절차는 진행하지 못했다"며 "그 이유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리더의 부재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9년, 2014년 각각 유네스코에 등재된 중국의 선지(宣紙), 일본의 화지(和紙)와 한지의 차이점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한지는 섬유 원료의 종류와 형태에서 선지나 화지와 근원적인 차이가 있으며, 종이의 품질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한지 생산과 한지 문화의 기초과정은 한반도의 토양, 토질, 기후에 적응한 닥나무 재배로 시작됩니다."

선지의 원료는 청단피와 볏짚이며, 가공 과정에서 석회 등의 부재료를 넣어 펄프로 가공한 후 부재료인 키위 덩굴즙을 분산제로 해 제조한다.

화지는 닥나무를 비롯해 삼지닥, 안피 등의 인피를 섬유화해 만든다. 안피는 성장이 늦고 재배가 어려워 주로 야생의 것을 채취한다. 안피 섬유는 가늘고 짧으며, 광택을 갖는 특성이 있다.

전통한지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려면 5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무형유산협약 제2조로 규정된 무형문화유산에 부합해야 하고, 해당 유산의 대표목록 등재가 무형문화유산의 가시성 및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문화간 교류에 기여하며, 세계 문화 다양성 반영과 인류의 창조성을 입증해야 한다.

또 신청 유산의 적절한 보호 조치가 마련되고, 관련 공동체와 집단·개인들이 자유롭게 사전 인지 동의하면서 가능한 최대한 폭넓게 신청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신청 유산은 당사국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현재 전통한지가 5가지 중 3가지 기준을 이미 충족했으며, 나머지 전통한지의 무형문화유산 인식 제고와 많은 단체와 사람의 인지 동의를 위해 포럼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등재 추진단은 발족 이후 경북 안동을 시작으로 경북 문경, 전북 전주에서 한지 장인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포럼을 진행했다. 24일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4번째 포럼을 한다.

김 교수는 "무형문화유산의 공식적인 등재 절차는 무형유산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의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그 절차가 시작되며, 등재에 대한 최종결정은 매년 11월경에 개최되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6년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우리나라 문화재청에 전통한지의 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이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했던 조선 시대 조지서(造紙署)가 갖는 의미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조지서는 1415년(태종 15년) 서울의 창의문 밖 장의사동(현재 종로구 세검정)에 조지소라는 명칭으로 설치됐다가 1466년(세조 12) 조지서로 바뀌었다.

조선 시대 국영 제지공장인 조지서는 저화지(楮貨紙)·표(表)·전(箋)과 자문(咨文·외교문서) 그리고 서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종이를 제조하고 관리했다.

김 교수는 "조지서에서는 조선 시대 최고 품질의 종이를 제조했고, 주로 왕실의 중요 기록물 제작에 사용했다"며 "한지의 백미를 이루는 품질을 유지했기에 우리나라 한지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제지공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 취득 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근무했다. 전통 기술의 과학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지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국민대 문화재보존학과 학과장으로도 재직하는 그는 "우리나라 한지 장인들의 평균 연령은 60∼70대로, 향후 10년이면 전통을 이어갈 장인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을 통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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