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안 듣는 '슈퍼버그', '점핑 유전자'가 만든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한동안 관심권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러 종류의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다제내성균, 일명 '슈퍼버그'는 세계 보건 의료계의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현재 국내에선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VRSA(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등 모두 6종의 항생제 내성균이 법정 감염병 원인균으로 지정돼 있다.

항생제 내성균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증식이나 생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일종의 돌연변이 세균이다.

인체에 침입하는 세균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건 대규모 항생제 남용과 분명히 연관돼 있다.


항생제는 인간의 질병 치료 외에도 농업, 수산업 등의 생산물 변질을 막는 데 널리 쓰인다.

과학자들은 세균 등 병원체가 항생제 수위가 높아진 주변 환경으로부터 내성 유전자를 획득했을 거로 추정한다.

하지만 병원체가 어떤 경로를 거쳐 항생제 내성을 갖게 되는지는 상세히 알려진 게 없다.

마침내 병원균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핵심 역할을 하는 건 트랜스포존(transposon)으로 불리는 '점핑 유전자'(jumping genes)였다.

트랜스포존은 병원균의 세포핵에 담긴 항생제 내성 유전자 암호를 플라스미드(plasmids)로 운반했다.

그런데 외부 환경의 항생제 수위가 높아져 더 많은 트랜스포존이 이런 일에 개입하면 다른 종의 세균으로 내성 암호가 이전됐다.

옥수수에서 발견된 트랜스포존은 유전체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DNA 양의 증감을 유발한다.

트랜스포존은 진핵생물의 유전체에만 존재하는데 인간 DNA의 약 4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미드는 세균의 세포 내에 염색체와 별도로 존재하고, 독자적으로 복제도 하는 원형 DNA 분자를 말한다.

플라스미드는 다른 종의 세균에 쉽게 들어가는 성질을 가져 유전자 재조합 등에 쓰인다.

듀크대의 유링총(Lingchong You) 생의학 공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논문으로 실렸다.

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 세균의 확산과 지나친 항생제 사용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유 교수는 "인간 병원체가 자연환경의 다른 세균 종으로부터 항생제 내성을 획득했다는 증거는 아주 많다"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환경에 존재하는 높은 수위의 항생제가 내성 유전자의 플라스미드 도약을 촉진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는다.

실제로 플라스미드가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세균 세포 간 이전에 관여한다는 것엔 많은 연구자가 동의한다.

유 교수팀은 이 과정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배양 세균에 실험한 결과, 항생제 농도를 높여 가다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플라스미드에 내성 유전자 카피가 더 많은 세포가 다른 세포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변곡점은 반복된 실험에서 거의 똑같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세균 세포가 얼마나 많은 항생제 내성 단백질을 생성할지는, 플라스미드의 트랜스포존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달라졌다.

이렇게 내성 단백질을 만드는 덴 '에너지 비용'(energy cost)이 들어간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다시 말해 항생제량이 일정 수위에 도달해야 내성 단백질을 만드는 에너지를 추가로 투입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주변 환경의 항생제 수위가 높을수록 내성 암호를 가진 트랜스포존이 더 많이 활성화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세균이 어떤 항생제에 내성을 보일지 선택하는 데 필요한 항생제 수위는 세균 종과 항생제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세균과 항생제 종류가 이 정도로 폭넓게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건 드물다고 한다.

병원체가 더 규칙적으로 내성 유전자를 획득하는 데 필요한 선택압이 잠정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는 세균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 획득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유 교수는 "실제로 병원 같은 환경에서 이런 역학 관계가 활발히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라면서 "유전자의 흐름을 선택적으로 조절해 산업 용도의 세균 조작을 최적화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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