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한인의사협회 임원 맡은 김승철·전현경 의사 부부

"100% 무상 의료인 영국에서 의사는 공공 의료 서비스를 펼치는 데다 보수도 비슷해 공무원이나 다름없습니다. 명예는 있지만 부를 쫓으려면 회계사나 펀드매니저 등 금융 계통 직업이 더 낫습니다."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지난 8일 폐막한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차 방한한 김승철(36)·전현경(34) 부부는 영국 의사다.

두 사람 모두 재영한인의사협회 임원으로 김 씨는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오는 12월부터 회장으로 활동한다. 전 씨는 지난해부터 협회 총무로 봉사하고 있다.

부부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환자가 의사나 병원을 선택하지만, 영국은 동네 의원인 1차 병원에서 전담 주치의의 진료 소견에 따라 2차 또는 3차인 종합병원 등 상급 병원이 정해지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의료혜택이 부여되는 게 장점이지만 절차에 따라 몇 달씩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서 한인 1세들의 경우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김 씨는 "한국은 돈이나 인맥 등에 의해서 빠른 진료나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는데 영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의사나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기에 의료 제도에 불만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전문의사가 되려면 대학 6년, 인턴 2년 그리고 레지던트에 해당하는 수련의 과정을 7∼8년 거쳐야 한다.

김 씨는 마취통증 수련의 5년 차이며, 전 씨는 성형외과 수련의 2년 차다.

두 사람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면 개발도상국 의료봉사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도우면서 전문성도 키우기 위해서다.

김 씨는 "영국처럼 모든 의료 환경이 갖춰진 곳과 달리 개발도상국에서는 의료 약품이나 기자재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술을 펼쳐야 하므로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영국 한인사회에서 전문직에 진출한 차세대가 가장 많은 분야는 회계사와 변호사다. 그 뒤를 잇는 게 의사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처럼 검사·변호사·의사 등 소위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원하는 한인 1세 부모들의 바람이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백인사회인 영국에서 한인이 주류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교사,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의 직업을 갖는 것이 유용하기에 자연스럽게 선택한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재영한인의사협회는 영국 내 한인 의사들의 정보 교류와 권익 증진을 위해 2013년에 설립됐다.

두 사람은 "협회를 통해 선배 의사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한인들을 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매년 한인 노인 세대를 대상으로 '건강의 날' 행사를 연다. 기초적인 건강 검진과 더불어 무상의료제도에 대한 설명회를 함께 연다.

전 씨는 "1세대 노인들은 영어가 서툰데다가 한국과 다른 의료제도에 익숙하지 않아 혜택을 못 누리는 경우가 많다"며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한 시기에 있는 분들이라 설명회와 상담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행사를 못 하다가 올해 5월 28일에 3년 만에 런던의 한인 밀집 지역인 뉴몰든 노인센터에서 행사를 열었다.

김 씨는 "노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한인들이 행사장을 찾았다"며 "오전에는 의대에 재학 중인 차세대를 위한 '경력관리 멘토링' 행사도 열었다"고 전했다.

현재 협회 소속 한인 의사는 300여 명이다. 별도 단체로 활동하는 치과의사까지 합치면 400여 명에 이른다.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도 100여 명이라서 회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묻자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긴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자부했다.

해외에서 태어나거나 어려서 이민한 차세대들은 현지화로 인해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두 사람 역시 한국계 영국인으로의 삶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대회에 참가하니 모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라서 쉽게 마음을 열고 친해질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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