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래 최고금리, 드디어 꺾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18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 끝에 '드디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해 2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금리를 높여놓은 연준은 작년 7월부터 이 수준에서 1년 넘게 동결해오다 이제 금리인하의 첫발을 내디뎠다.

금리의 본격적인 인상부터 따지면 30개월 만의 정책 전환(피벗)이고, 최고 수준에서 동결된 때로부터 따지면 14개월 만의 인하다.

그동안 연준은 시장 안팎의 높아지는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인 2%로 낮아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인하를 미뤄왔으나 이제 금융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쪽으로 공식 전환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물가 잡으려 공격적으로 금리 올린 연준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린 것은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를 잡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고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펴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이는 공급망 붕괴,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른 글로벌 요인과 맞물려 물가를 크게 밀어 올렸다.

특히 2022년 6월의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9.1%까지 치솟으며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은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자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2022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뒤 2023년 6월엔 동결했고, 다시 그해 7월에 0.25% 포인트 올리며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여놓았다.

특히 2022년 6월, 7월, 9월, 11월에는 4차례 연속 파격적인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것)을 밟으며 물가를 잡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2022년 초에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 2023년 후반에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이 많았다.

이후 공급망 문제도 점차 해소되면서 물가 상승세는 둔화됐다.

2023년 초 7%대이던 물가상승률은 지속적으로 완화돼 연말에 3%대까지 내려왔다.

작년부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인하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연준은 1년 넘게 고금리를 유지하며 물가를 확실히 잡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통화정책 방향 전환

연준이 이번에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미국 경제가 침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물가와 경제성장은 서로 배치되는 성향을 갖고 있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금리를 너무 내리면 물가가 뛰게 된다.

연준은 물론이고 각국 중앙은행은 이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기와 상황에 맞는 금리정책을 펴게 된다.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왔다.

올해 7월에 연준이 금리동결을 결정하자 며칠 뒤인 8월5일 뉴욕 주식시장에서는 1987년의 '블랙먼데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의 주가 폭락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2.6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00%, 나스닥 지수는 -3.43%를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 500지수의 경우 2022년 9월 13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이후 증시는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한 달 만인 9월 초에 다시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다.

우려가 확산하자 연준이 7월에 과감히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이른바 '실기(失期)론'이 제기된 것이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당시 기고문에서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침체를 막는 게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인하를 주저하는 것은 불필요한 위험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8월 초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은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8월에는 FOMC 정례회의가 없지만 비상 회의라도 열어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금리를 0.25%포인트만 내려서는 하강하는 경기를 살리기 부족하니 0.5%포인트를 내리는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9월 연준의 금리인하 폭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4천명 늘고, 실업률이 4.3%로 상승할 당시에는 월가 금융기관들이 9월부터 연속 빅컷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9월과 11월 연속해서 50bp(1bp=0.01%포인트) 인하하고 이후 회의 때마다 25bp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금리인하 속도도 지표에 달려

연준은 이번에 과감히 0.5%포인트를 내렸지만 앞으로는 경제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금리선물 시장의 예상값을 보면 트레이더들은 연말까지 금리가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과 12월 두 번 남은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 이상 빅컷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물론 이런 전망은 데이터에 기반해 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자세를 감안할 때 향후 나오는 지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금리인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번 인하로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거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경우 인하 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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