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없는 북한.. 신앙의 자유로 변화 있어야

사랑과 평화로 이 땅에 온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에 북한과 국제사회의 표정은 크게 달랐습니다. 탈북민과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이 기독교 말살 정책을 펴왔다며, 북한의 근본적 변화는 신앙의 자유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양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북한에 평화로운 새해를 기원합니다.”

콜린 크룩스 북한주재 영국대사가 성탄절을 맞은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크룩스 대사가 올린 사진에는 평양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영국 대사관저에 모여 점심을 먹으며 성탄절을 기념하는 모습이 성탄 트리와 함께 담겨 있다.

북한 청진 출신인 허은성 한국 안산동산교회 목사는 VOA에, 성탄절을 맞아 탈북민 신도들과 북한에서 예배를 드릴 날을 기원했다고 말했다.

[녹취: 허은성 목사] “탈북민들이 서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면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기뻐하는 모습이 오늘 서로 나눴던 인사였다. 항상 북녘을 생각합니다. 거기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는 분들을 생각하면서 예수님의 오심을 기억하는 것은 어려운 곳에 예수님이 반드시 찾아가셔서 참 자유와 예배, 만남의 은혜를 주실 것이란 기대와 소망입니다.”

이렇게 사랑과 평화로 이 땅에 온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와 미사 등이 25일 세계 많은 나라에서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동영상을 통한 성탄 축하 메시지에서 “기독교인들은 이 신성한 시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모든 사람에 대한 그의 사랑을 기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성탄 메시지에서 “예수님이 우리 곁 낮은 곳으로 오셔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했던 것처럼 ‘함께 잘사는 나라’는 따뜻하게 서로의 손을 잡는 성탄절의 마음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25일 성탄절과 무관한 하루를 보냈다.

관영 매체 어느 곳도 성탄 언급이 없었고, 이를 기념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유엔 보고서와 기독교 단체들은 북한이 세계 최악의 기독교 탄압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성탄 축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올해 북한을 18년 연속 기독교 최악의 박해 국가로 지목한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도어즈’의 데이비드 커리 미국지부 회장은 VOA에, 북한은 정치범수용소에 기독교 신자 6만여 명이 수감돼 있을 정도로 기독교 통제와 박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은 성경을 가진 사람들을 체포하고 주민들이 서로 만나 자유롭게 신앙에 관해 얘기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6월 서울에서 가진 종교 자유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이 종교를 아예 말살했다고 지적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북한은 종교를 탄압한 게 아니라 말살했습니다. 말살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애버리는 게 말살입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 같은 공산 독재자들은 종교를 탄압했지만, 김일성처럼 말살한 사람은 없어요. 교회당 자체를 100% 크레인과 사람을 동원해 다 없애 버렸고, 목사와 교인들은 다 죽이거나 수용소에 보내 물리적으로 그 생명체 자체를 없애버린 게 북한의 특징입니다.”

북한은 과거 평양이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부흥한 곳으로 김일성 주석의 어머니 강반석 씨 등 외가가 모두 기독교 집안이었다.

하지만 김일성의 잔혹한 기독교 탄압으로 많은 기독교인은 남한으로 탈출했고 나머지는 처형 혹은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고 기독교 학자들은 지적한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인들은 외부에 나와서야 이런 역사와 북한 정권이 기독교 교리를 활용해 김 씨 가족을 우상화한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고 말한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제가 어디서 충격을 받았는가 하면 성경책의 십계명은 제가 북한에서 9살부터 달달 외웠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과 너무나 같았습니다. 북한을 움직이는, 북한의 모든 법의 법률적 기초가 되는 10대 원칙, 김정은이 이름을 바꾼 이 유일적 영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보면 십계명을 그대로 본떴습니다. 순서도 딱 같아요.”

가령 ‘나 외에 다른 신들을 두지 말라’는 제1계명은 ‘온 사회를 철저히 김일성·김정일주의화 하라’로 둔갑했고,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계명은 토요 생활총화와 지도자 교시 학습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평양신학원 교수이자 봉수교회 소속인 이성숙 목사는 평양을 찾은 외신 기자들에게 “하나님이 곧 김일성 주석”이라고 강조했다.

[녹취: 이성숙 목사(당시 전도사)] “하나님은 곧 김일성 주석님이다. (중략) 어쨌든, 종교인이니까 하나님의 집으로 오는데, 집으로 와서 나의 마음속에 있는 하나님은 곧 김일성 주석님이다. 이런 맘을 갖고 김일성 주석님을 더 잘 믿고 더 잘 받들겠다는 그런 마음이죠. (질문: 죽은 예수가 다시 태어나는 부활은 안 믿습니까?) 옳습니다. 전 예수가 죽었기 때문에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는 믿지 않습니다. 지금 과학의 시대에 사람이 죽었다고 다시 산다는 것은 믿을 사람이 없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은 수령에 대한 개인숭배에 이념적으로 도전하고, 국가의 통제 밖에서 사회적·정치적 조직 및 교류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기독교 전파를 특히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헌법으로 신앙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5월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최한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출석한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이다.

[녹취: 리경훈 부장] “신앙의 자유는 사회주의 헌법에 규제된 공민의 기본 권리의 하나입니다. 헌법 제 68조에는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 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된다. 공화국에서는 신앙의 자유를 법적으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엔에서 이런 주장을 믿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고, 유엔총회와 유엔인권이사회 등에서는 북한 당국에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종교 자유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기간 중 개최한 종교 자유 회의에서 신앙의 자유를 강조했다.

종교 자유는 모든 사람이 양심에 따라 신앙을 갖고 살며 신에게 영광을 드리는 영원한 권리로, 모든 나라가 긴급한 이 도덕적 의무에 동참해 종교의 자유를 존중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이런 배경과 기독교를 모방한 북한 정권의 속성을 볼 때 북한의 변화는 종교의 자유를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남북통일의 첫걸음은 북한에 종교의 자유를 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첫걸음은 바로 북한 주민들에게 그들에게도 믿음을 선택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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