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독자파병은 국익이 우선한 적절한 파병
01/22/20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독자 파병'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는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한미동맹을 지키고 이란과의 관계를 보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균형점으로 이해된다. 미국 정부가 요청한 호르무즈 파병 이슈는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한미동맹만을 고려한다면 이른바 미국 주도의 호위연합에 파병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지만, 파병 시 악화할 수 있는 중동 정세 속에서 우리 군의 안전 확보와 이란과의 관계 보호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 작전수행 방식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등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파병 요청은 작년 여름부터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자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인 IMSC에 함께하길 희망한 것이다. 정부 안팎에선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 결정을 떠올리며 불가피한 순간이 닥칠 수 있다는 관측이 일었지만 사정은 이달 초 크게 달라졌다. 미국이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한 데 맞물려 양국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IMSC 참여는 한국이 이란의 적성국이 되는 것을 의미할 수 있으니 그 선택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일본이 IMSC에 불참하고 독자적으로 해상자위대 호위함 등을 보낸 것 역시 한국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파병 결정에 따라 청해부대 작전 임무 구역은 지금의 3.5배로 는다. 종전까지 소말리아 아덴만 해상 1천130㎞ 구역에서 선박 호송 작전을 펼쳤으나 앞으로는 오만 살랄라항을 기준으로 오만만과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 이라크 주바이르항 인근까지 2천830㎞를 넓혀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첫 임무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천400t급)이 투입돼 수행한다고 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명으로 구성됐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한국 선박만을 호송할 계획이지만 IMSC에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박 호송을 요청할 경우 사안별로 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이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인 만큼 빈틈없는 작전 운용과 안전제일의 임무 수행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번 파병은 별도 파병이 아니라 기존 파병 부대의 작전지역 확대 형식을 취해서 국회 동의가 요구되지 않을 듯하다. 다만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일부 야당 의원들이 동의를 구할 사안이라고 말해 논란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 국회는 그러나 정부 결정이 국제정세와 국익에 관한 심모원려 끝에 나온 고도의 주권적 판단이자 외교 행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초당적 태도로 사안을 다루기 바란다. 정부 역시 판단 배경을 국회에 충분히 설명해 여야 의원들이 잘 이해하게끔 도와야 한다. 또 우리 결정에 미국은 환영을, 이란은 이해를 표했다고는 하지만 양국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는 더욱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한편에선 이번 결정이 미국의 요청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것이어서 막바지에 들어선 방위비 분담 협상 등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당국은 별개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은 호혜적이어야 한다는 데 양국 간 이견이 없다면 적정한 분담 타협에 이르는 데 간접적이나마 긍정적 힘으로 작용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