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바마' 바람불까?... '부티지지'의 심상치않은 돌풍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피트 부티지지(38)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아직 62% 개표 상황이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도 간발의 격차이긴 하지만 1위로 올라서는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과 함께 3∼4위 자리를 다툴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부티지지 전 시장이 아이오와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민주당 대선주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주로 4위에 랭크돼왔다.

개표 62% 상황을 기준으로 중간집계 결과, 부티지지 전 시장의 26.9% 득표율(대의원 확보비율)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5.1%)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고 미 언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런 상원의원(18.3%)과 바이든 전 부통령(15.6%)에는 10%포인트 안팎의 여유 있는 우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 10만명 규모 소도시의 재선 시장이라는 이력이 전부인 '신예 부티지지'로서는 대선레이스 첫 공식무대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통해 '전국구 주자'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 부티지지는 누구

중앙무대의 정치 이력은 일천하다. 2017년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 경선에 전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며 전국 정치 무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이미지 등 다양한 흥행요소를 갖춘 주자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이 때문에 '정치인'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들을 모두 합친 주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던 도중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하고, 유명 컨설팅 업체인 매켄지 앤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화려한 이력을 갖췄다.

29세에 자신의 고향인 사우스벤드 시장에 처음 당선됐고, 시장 재직 중이던 2014년 7개월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해군 장보장교로 파병근무를 하고 복귀해 화제를 모았다.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인구도 줄고 있는 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업률은 11.8%에서 4.4%로 떨어졌다.

이 덕분에 재선 때 80%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언어적 재능이 뛰어난 점도 눈길을 끈다. 유럽의 소국 몰타의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몰타어를 비롯해 스페인어, 프랑스어, 노르웨이어, 이탈리아어, 아랍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피아노 연주 실력이 수준급인데다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간적 면모까지 부각되고 있다.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도 다른 후보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미국 민주당 최초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대선후보다. 33살 때인 2015년 지역 신문인 사우스벤드 트리뷴에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게이임을 시민들에게 밝혔다.

독실한 성공회교 신자인 부티지지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는 '남편'과 결혼했다.

◇ 돌풍 원인은…30대·중도보수 등 차별성

무엇보다 '30대 차세대 주자'라는 점은 70대 백전노장들이 주름잡고 있는 워싱턴 정가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핵심 강점으로 꼽혔다.

이념적으로 중도 진보진영을 공략할 수 있는 주자라는 이미지도 부티지지 전 시장의 잠재적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돌풍은 한때 선두주자로 치고 나갔던 워런 상원의원의 부진과 맥이 닿아있다.

워런 의원이 전국민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로 대표되는 급진적 공약을 내세운 반면, 부티지지 전 시장은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메디케어 포 올 후 원트 잇'(Medicare for all who want it)을 내세워 온건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아이오와의 노년층이 부티지지 전 시장의 온건한 정책 기조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되돌려 말하면, 같은 중도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중도진보 대표주자'로서 첫 깃발을 꽂았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아이오와 돌풍 이어 본선 티켓 가능할까

'부티지지 급부상'은 지난 2008년 '오바마 돌풍'과 일견 닮은꼴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당시 '대세론'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면서 상승세를 탔고, 결국 '대권행 본선티켓'에 이어 백악관 입성까지 성공했다.

'연설의 달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에 비견될 정도로 부티지지 전 시장의 연설 스킬 역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제2의 오바마' 또는 '백인 오바마'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이오와에서 이변을 연출하고 대권까지 거머쥔 또 다른 사례로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있다. 1976년 민주당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카터는 아이오와에서 1위를 차지하고 그 여세를 몰아 뉴햄프셔주에서 연승하며 당 대선후보→백악관 입성의 길을 텄다.

부티지지의 아킬레스건은 지지층이다.

성 소수자면서 이색 경력을 갖춘 '30대 백인' 부티지지에겐 중도 성향의 고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핵심 지지기반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실제 흑인 등 유색인종 진영에서는 부티지지 전 시장의 지지세가 저조한 편이다.

당장 다음 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이지만, 또다른 초기경선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가 부티지지 전 시장에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백인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아이오와 또는 뉴햄프셔와 달리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유색인종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흑인인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인 아성'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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