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면 음주운전하는 셈"..뉴욕시, 마스크 일상화 덕분 재확산 조짐 없어

요즘 미국 뉴욕 한인사회에서는 "세계의 수도가 다시 깨어난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유엔본부, 월스트리트, 브로드웨이가 어우러진 글로벌 외교·경제·문화의 중심 도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깊은 잠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의 세계 수도'라는 오명까지 쓴 뉴욕시가 지난달 8일 1단계 경제활동 재개로 78일간의 셧다운 터널에서 벗어나는 첫발을 내디딘 데 이어 2주 만에 2단계 재개까지 착착 나아간 데 대한 감격도 담겼을 것이다.

그 사이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 등 다른 지역의 감염자 급증으로 미국 전체로는 7월 들어 하루 확진자 수가 연일 최다 기록을 다시 쓰는 바람에 '뉴욕의 기지개'는 상대적으로 더욱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뉴욕이 아직까지 재확산 조짐 없이 미국 내 다른 곳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마스크를 꼽을 수 있다.

지난달 8일 뉴욕에 도착한 기자가 한달 가까이 지켜본 결과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행인은 대체로 열명 중 한두명에 불과했다. 귀에 마스크를 걸쳐만 놓고 자전거를 타던 뉴요커들도 내려서는 다시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많았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에 접어들어서도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지난달 하순부터 영업을 재개한 이발소에서는 이발사는 물론 고객들까지 마스크를 쓰고 머리를 깎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맨해튼에서 근무하는 한 주재원은 "여기서는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90% 가까이 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직접 목격한 풍경은 '마스크를 거부하는 미국인'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리는 것이기도 하다.

실외에서는 물론 실내 매장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며 점원과 옥신각신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한 다른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 다른 지역과 달리 뉴요커들은 대부분 마스크 착용을 일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마스크를 비롯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경시하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이 코로나19 재확산의 새 진앙으로 떠올랐다는 사실은 그만큼 마스크의 바이러스 유행 억제 효과를 간접 증명한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뒤늦게 2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뉴욕타임스(NYT)는 "마스크 착용을 개인의 선택으로 여기는 다수의 텍사스 주민들이 이 명령에 어떻게 반응할지 불확실하다"고 촌평했다.

심지어 최근 하루 1만명 넘는 감염자가 쏟아져나오는 플로리다주는 아직도 주지사를 포함한 공화당이 여전히 마스크 의무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주민 다수가 마스크 착용을 정치적 문제로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뉴요커들도 처음부터 마스크를 잘 썼던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15일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가 마스크 등 안면가리개 착용을 의무화한 직후까지만 해도 이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작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 최대 1천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지는 비극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시민들은 결국 마스크를 '코로나 시대'의 필수품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뼈아픈 경험을 한 뉴욕은 이제 다른 지역을 향해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의 저명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는 2일자 지면에 실린 칼럼에서 "전염병의 시대에 마스크 착용 거부는 음주운전과 마찬가지이고 모두를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NYT는 다음날인 3일에도 '그냥 마스크를 써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고 연이틀 미국인들에게 호소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달 말 방송 인터뷰에서 구체적으로 마스크를 거론하지는 않으면서도 "바이러스와 정치 게임을 하면 반드시 질 것"이라며 "바이러스는 정치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다른 주지사들에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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