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구글 전무 미키 김,"코로나19 변곡점 맞은 韓기업, 성과 중심으로 흘러갈 것"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얼굴을 비췄다는 이유만으로 인정을 받는 문화는 유물이 될 것입니다. 결과로 보여줘야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는 무한한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지만, 그 책임도 무겁게 지우는 기조로 흘러가리라 봅니다."

미키 김(한국명 김현유·45) 구글 아시아태평양 하드웨어 사업개발 부문 총괄 전무는 삼성전자를 다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영학석사(MBA) 받은 뒤 200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로 이직해 신규 사업 개발을 담당했다. 4년 뒤 아태 사업개발 상무로 승진했고 2017년부터는 아태 시장의 하드웨어 사업개발 부문 전무로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와 TV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청소년과 사회초년생에게 꿈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다.

인터뷰를 요청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구글 코리아 본사로 찾아가겠다고 하자 김 전무는 "사무실로 출근 안 한 지 꽤 됐다"며 "집 근처 한 카페에서 보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그는 "내 얘기가 구글 전체의 의견이나 방향으로 확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시작했다.

◇ 야근한다고 칭찬받는 조직 문화는 유물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지만, 한국 조직문화는 더 많은 부분이 달라질 거라 예상합니다.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따른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철저히 준비하는 게 관건이죠."

이날도 집에서 화상회의를 마치고 왔다고 밝힌 그는 하루의 상당 부분이 비대면 회의로 채워진다.

오전에는 미국 본사, 오후에는 싱가포르와 인도,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실무진과 회의를 한다.

그는 "코로나19로 급하게 재택근무를 도입한 다른 기업과는 달리 구글은 이전부터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했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며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기업이 외국에서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껏 다른 사람보다 일찍 나와서 늦게 퇴근하는 게 미덕이었다면, 비대면 근무에서는 아니다"며 "어차피 눈앞에 직원이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비대면 근무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최근 페이스북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는 "5∼10년 내 페이스북 직원의 절반이 재택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트위터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원이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일하기 원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효율성·인프라 구축, 언택트 근무 성패 가를 것

"기존 회의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갑자기 조직장이 모이자고 해서 시작한 긴급 회의는 언제 끝날지 기약 없이 흘러가곤 했죠. 가끔은 미팅 목적이 무엇인지 잊을 때도 생기고요. 온라인 회의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성공할까요?"

김 전무는 언택트 근무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첫째도, 둘째도 효율성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함께 둘러앉아 얼굴 보면서 회의도 하고 안부도 묻는 여러 얘기를 나누는 방식은 안된다"며 "각자 업무에 전념하다 미리 정해놓은 시간에 오차 없이 모이고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 요건은 근무지마다 화상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화상회의 프로그램과 웹 카메라,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문서 공유 프로그램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네스트 허브 등 이미 인공지능(AI) 스피커 하나로 전자 기기는 물론이고 가전제품까지 집안의 모든 장치를 통제하는 프로그램은 상용화 단계에 왔다"며 "지금 시중에 나온 장비 수준으로도 큰 무리 없이 비대면 근무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 합리적인 평가 제도 뒷받침돼야

"출근 시간과 근무 장소를 직원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요. 흔히 알려진 구글 조직 문화인데요. 양면성도 있습니다. 철저하게 강조하는 책임감입니다. 성과에 따라 승진과 연봉 등이 그대로 적용되니까요. '자유를 준 만큼 감당을 하라' 이거죠."

김 전무는 "비대면 조직 문화가 자리를 잡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평가 지표"라고 강조했다.

회사가 떠안은 과제는 적확한 평가 제도 도입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훌륭한 실적을 냈으나 걸맞은 보상을 받지 못한 조직원이나, 결과에 비해 후한 점수를 받고 승진하는 사례를 줄이는 합리적인 평가 시스템이 정립돼야 하는 이유다.

그는 "구글의 경우 상하반기 두차례에 걸쳐 성과 평가를 하는데 앞서 설정한 직급별 기대치 달성 여부에 따라서 승진 속도나 보상 등을 결정한다"며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몇 건의 계약을 성사시켰고, 개발 프로그램으로 발생한 수익 등 세세한 수치까지 따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팀장급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것도 각 팀원의 능력과 관심사, 장단점을 파악해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의욕적으로 달려갈 수 있는 적절한 목표를 설정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재택근무로 일 덜 한다는 것은 착각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한 일부 기업에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직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를 그는 반박했다. 오히려 업무량이 늘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오프라인에서는 종종 업무와 인간관계가 혼재한다"며 "언택트 근무에서는 오로지 '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출근해서 동료와 만나 점심을 먹고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는 일과 더불어 오후에 커피 한잔과 퇴근 후 술 한 잔은 온라인 근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집에서 일하다 보면 업무가 끝나고도 퇴근 모드로 전환이 안 된다"며 "스스로 정한 점심시간과 휴식 시간, 퇴근 이후에는 의식적으로 모니터 앞에서 떠나는 등 일과 일상을 분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름에 한 번씩 일 얘기는 접어두고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으며 맥주 한잔씩 하는 화상 모임을 만들어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 실리콘밸리 가야 스타트업 할 수 있다는 환상 깨라


"제가 구글에 처음 입사했던 시절에만 해도 실리콘밸리의 성공 비결은 그들만의 전유물이었어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사업가와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자본가의 만남. 그러나 더는 아닙니다."

스타트업을 하겠다며 실리콘밸리로 떠나겠다는 청년들에게 김 전무는 "굳이 왜?"라고 묻고 싶다고 한다.

영화배우가 로스앤젤레스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할리우드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지금 우리도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의 성공을 거둔 사례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며 "이들의 비결 역시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뛰어난 사업가와 자본의 만남'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리콘밸리만의 장점이 이미 국제 표준이 됐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우리도 참신한 사업 아이템과 이를 알아보는 선구안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박찬호가 십수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얻은 경험을 안고 귀향해 후배에게 노하우를 전수했듯 언젠가 청소년이 꿈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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