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지구의 반대편 남미 일주 트레킹. #3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묶어 남미 지역의 최남단을 이루는 파타고니아. 인간이 사는 가장 먼 땅 세상의 끝. 인적과 문명과 소음으로 부터 한발 벗어난 황량한 바람의 땅입니다. FitzRoy 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 지역을 정복한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으니 상호명으로들 많이 쓰고 유명 인사의 사전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향해 사납게 솟아 오른 프츠로이 산군 첨봉들이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의 축을 이루고 있어 생소한 자연미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어제 만난 세로 토레와 먼 발치에서만 보다가 오늘 드디어 상봉하게 되는 피츠로이. 그 둘을 이은 길 위에서 우리는 주체할 수 없는 감흥과 희열로 걷는 길 너무 행복했습니다. 호수에 그려진 피츠 로이 산군의 잔영을 바라보며 가을이 살포시 내려 앉은 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파타고니아의 선택된 길을 걸으며 28km 10시간의 고행길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경직된 몸을 풀라는 듯이 오랫만에 호수를 끼고 도는 평지에 가까운 들길을 걷게 됩니다. 매사가 마뜩지 않아 앙칼지고 날카로운 아내 처럼 아직 잠재우지 못한 성깔을 그대로 부리는 바람. 그 파타고니아 바람의 음성을 들어봅니다. 태평양을 넘어온 거센 바람을 삼켰다가 토해내는 파타고니아는 이제 그 바람의 상징이 되었고 오랜 세월 그 바람의 지배를 받아온 폭풍의 대지는 포효하는 바람이 사는곳으로 간주되어 버렸습니다. 만고의 성상을 그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버티고 서있는 만년설산 능선의 기세는 준엄하도록 당당합니다. 산자락에 걸려있는 하이얀 빙하띠는 장구한 역사속에 산이 지닌 시간과 기억들을 놓침없이 굽어보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길은 어느 길을 택하던 바람과 보조를 맞추는 길. 산변 풍경은 바람을 몰고 오고 또 다시 그 바람은 새로운 풍경을 구도합니다. 자유인들은 이따금 정해진 삶의 항로대신 일엽편주에 몸을 맡기고 바람 부는 대로 흐르고 싶은 일탈의 소망을 말합니다. 일상의 번다한 짐을 다 내려놓고 꿈의 배낭을 짊어지고 바람따라 흘러가보는 모험의 길. 내가 동경하는 삶의 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파타고니아의 바람에 몸을 의탁하여 흘러가는 내 삶의 길이 얼마나 사무치는 희열인지. 지구의 뒤안길 파타고니아에서 순수한 자연의 조각들과 마주하고 걷는 행복한 이길. 살아있음이 축복으로 여겨지며 한없이 생을 찬미하고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포인세노트 야영장에서의 캠핑. 말이 캠핑이지 비박이며 노숙이었습니다. 텐트 없이 지내는 동토의 나라에서의 하룻밤. 그래도 특별한 체험으로 남을 수 있는 여유는 12명의 동행이 함께 나눈 고락이었기 때문입니다. 포인세노트 야영장은 그 흔한 피크닉 테이블도 하나 없고 원초적 생리 현상만 해결하도록 간이 해우소를 설치해 둔 것이 고작입니다. 흐르는 빙하 녹은 시냇물 식수로 쓰고 야영의 꽃은 캠프 화이어인데 꿈도 못꿉니다. 세게적 명소답게 산장같은 시설을 두고 잇속을 챙길 법도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자연은 자연 그대로 존재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편의 시설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이 세상 가장 훌륭한 최고의 자연 공원일지도 모릅니다. 그 자연을 대대손손 청정하게 물려주기위해 인간을 위한 인공물은 거의가 없습니다. 물도 공기도 모두 그대로 마셔도 되니 사실 다른 것들은 필요 이상의 호사일 뿐.. 유리처럼 투명한 시냇물은 수만년 세월이 녹은 빙하인지라 식수로도 최상이며 그저 장엄한 설산과 빙하와 호수를 감상하며 트레킹을 즐기라는 무언의 메세지입니다. 자연과 인간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을 둘 때 아니면 차라리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해질 때 더 오랫동안 공존하며 서로를 위하는 속 깊은 사이가 될 것입니다.

입에 단내를 풍기며 다다른 최종 전망대. 웅장하고도 날카로운 피츠로이 산들이 호수에 투영되면서 아름다운 물결을 일게 합니다. 상어 지느러미 처럼 날카롭게 솟아오른 화강암 덩어리 산인 피츠로이는 원주민들이 보기에 담배피는 형상과 같아 구름띠라 부른답니다. 흰 구름 두르고 서있는 봉우리. 그 연봉들의 위세가 도도하고도 그 자태에 자못 위엄이 서려있습니다. 바람은 골짜기보다 몇곱의 강도로 불어오고 가만히 시선을 두는 것 조차도 혹독한 정상은 몸을 제대로 가눌수 없게 합니다. 바람. 피하지 못하면 즐기라 했습니다. 차라리 피할 곳도 없는 이 몰아치는 바람을 즐기며 머리카락이며 옷자락을 여미지 않고 바람에 모두 날려보내 봅니다. 타이타닉의 주인공이 되어 몸에 붙어 나부낄수 있는 것은 모두 바람에 날려봅니다. 파르르 하고 떠는 바지며 소매들. 자유가 넘쳐 날개를 달고 힘찬 비상을 이룰수 있는 콘도르가 된듯합니다. 내친 김에 모두 바람에 실어 보내버립니다. 지고온 삶의 지꺼기도 못내버리지 못하고 가져온 미련의 기억마저도..

이제 하산을 하는 시간. 시간과 공간의 개념조차도 아득해지는 파타고니아의 수림지역을 통과하며 이슬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난 들꽃들의 환대를 받으며 계곡을 훑고 내려옵니다. 비. 바람. 햇살. 자연의 요소를 마음껏 보여줍니다. 오랜만에 맑게 개인 하늘은 파타고니아를 더욱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으니 이 티끌도 하나 없이 깨끗하게 미려한 자연에 감히 누가 흠집을 내려 들까? 그 고요와 평화의 정적이 깨어질까 조심스럽지만 발길을 분주하게 앞뒤로 번갈아줍니다. 발아래 넓은 초원 팜파스가 누워있습니다. 파란하늘과 하얀 산군. 바람부는 평원과 달리는 젖줄.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요소들이 서로 엉켜 전혀 다른 치명적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냅니다. 골마다 흘러내려온 빙하 녹은 물들이 팜파스 평원의 젖줄인 피츠로이 강물이 되어 이 척박한 파타고니아 대지를 적시며 풍요로움을 선사하여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온갖 불모지대의 꽃과 풀과 식생들을 아름답게 피워냈습니다. 우리는 다시 세월이 빚고 바람이 깎은 풍경속으로 태고의 시간을 간직한 채 길을 떠납니다.

우리는 이길 위에서 뜨거운 열정을 불살랐고 영원히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을 기억을 새겼습니다. 이곳 파타고니아에선 오직 자연만이 주인이며 사람은 단지 바람처럼 흘러가는 객일뿐이니 그저 우리는 향기처럼 왔다 오늘 저 안개처럼 흩어져 주는 것이 자연을 위해 우리가 보답하는길. 울지 않고는 떠날수 없다는 이길을 우리는 하늘에게 대신 울어달라 청을 넣고 바람따라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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