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10 - 카실로프 해안

여행을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을 만나게 되기도 하는데 이번 여정은 모두 기쁜 일들만이 일어나 일행 모두 그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알라스카 트레킹의 종반기. 이제는 여정을 정리하며 휴식이 필요한 때. 앵커리지로 귀환하기 전에 남쪽 땅끝 마을 호머(Homer)를 방문 하여 해안선을 걷기로 하고 캐빈을 나서서 달려가다가 바다 풍경이 좋다는 앵커 포인트(Anchor Point)로 길을 꺾었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길 아닌 길을 걸으며 지천으로 자라난 그리 굵지 않은 홍합밭을 만납니다. 잠시 손품을 팔아 한 봉지 가득 채취합니다. 시원한 홍합탕을 그리며 개선장군처럼 돌아가는데 젊은 어부 둘이서 특별한 작업을 하는 것이 눈에 띱니다. 낚시배를 타고 큰 바다에 나가 대형 광어를 잡아와서 포를 뜨고 나머지들을 뼈들을 해안에 버리는데 새의 먹이로 준다는 것입니다. 이미 모래 사장에 쏟아 부어버렸지만 위층의 것은 깨끗하여 흔쾌한 허락을 받고 이제는 우리들 차례의 작업이 시작됩니다. 아가미 쪽에 붙은 살만 떼 내도 이내 회 한접시 나오고 어두육미라 머리부분 최고의 부위만을 도려내어 저녁에는 광어회 잔치에 시원한 광어탕 지리로 푸짐한 공짜 맛기행이 되어버립니다.

아름다운 어촌 마을 호머로 이동했습니다. 캐나다와 접경지역이라 저 멀리 바다 너머 설산들이 눈에 잡힙니다. 스탠딩 서핑과 요트를 즐기는 이들 사이로 어부의 삶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그 종착지를 따라 우리도 열심히 따라가니 부두에는 온통 북새통입니다. 손질한 생선들을 사가는 식당주나 고객들의 외침 소리. 열심히 하역하는 어부들과 짐꾼들. 역동하는 삶이 고스란히 읽히는 부두의 풍경입니다. 매일 이곳에는 특별한 행사가 있답니다. 낚시배를 운영하는 측에서 광어 낚시 컨테스트를 하여 그날 잡은 고기들을 후크에 걸어 전시하고 당사자들이 그 뒤에 선 채 기념 촬영도 하고 포상도 하며 질의응답 시간도 갖고 그럽니다. 오늘의 최고 광어 무게는 무려 108kg 입니다. 그놈의 면상을 보면 생선이 아니라 무슨 괴물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크기. 알라스카만의 특별한 눈요기 거리입니다.

카실로프로 돌아와 황혼이 바다에 내리는 시간에 비장한 각오로 연어 잡이 체험에 나섭니다. 알라스카의 7월은 연어 산란기라 빨간색 육질의 야생 Red Salmon 을 잡아서 맛보려면 반드시 이 때 방문을 해야합니다. 특히 7월 25일 부터는 일주일간 24시간 포획을 허락하는 특별시기라 우리의 트레킹 일정도 여기에 맞추어 변경했습니다. 가슴까지 차는 장화를 입고 물속에 들어가 긴 봉에 대형 잠자리채 같은 그물로 해. 담수가 만나는 해안에서 휩쓸려 다니는 연어가 그물에 들어오면 끌고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알을 낳기 위해 반드시 돌아와 산란 후 죽어가는 연어의 일생. 회귀본능이라 하는데 이역하늘 아래서의 생활이 30년에 이르는 나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은듯 합니다. 그물을 잡고 서있으면 연어가 쏙 들어오는 것이 감지 되는데 물반 연어반의 강에서 운좋으면 한번에 내 팔뚝 만한 크기로 몇 마리씩도 건져올립니다. 물론 외부인에게는 허락된 일은 아니지만 원주민들은 동계 식량으로서 포획이 허가된 일입니다. 매년 7월 초와 중순에 시작되는 두차례의 미주 트레킹의 알래스카 일정의 마지막에는 이런 천렵을 하면서 얻는 야생의 맛도 가미하는데 캠핑카 설치하고 탠트도 치고 연어 구워 안주삼아 매운탕과 함께 한잔 하는 즐거움을 맛봅니다. 그런데 오늘은 체험 수준이 아니라 대박 어부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밀어 흐르는 물에 곧추세우고 물쌀 따라 가는 그물 안에만 쉴새 없이 들어오는 연어들. 나혼자 거진 30마리를 잡았습니다. 하다보니 요령도 생기고 힘있게 그물잡고 버티니 그렇게 많이 잡혔나 봅니다. 현지인 도움주시는 분도 감탄을 하며 알라스카로 이사와 살아야겠다며 띄워주십니다. 노을이 짙게 깔리는 밤 11시. 두어시간 정신줄 놓고 연어잡이에 몰두하고 나니 허기에 탈진에 추위까지 음습합니다. 과일먹고 독주 몇배 들이키니 다른 것은 해소가 되는데 추위는 가시지 않습니다. 더 깊이 들어갈수록 더 잘 잡힌다는 요령을 터득하고는 욕심부려 너무 깊은 곳에서 작업하다가 가슴 장화너머로 물이 들어가 다 젖었기 때문입니다. 셀폰도 하나 잡아먹고요. 고단한 몸이지만 그 짜릿한 손맛의 깊은 그물잡이(Deep Netting)의 쾌감이 오래토록 떠나지 않아 잠을 쉬이 들지 못하고 독작의 술만 축내고 맙니다.

세상에게 모든 빛을 주고 온기를 주던 해가 빛을 거두고 사위어가는 밤. 아름다운 일몰입니다. 검은 구름 가장자리를 붉게 물들이는 황혼빛이 문득 외로움에 젖게해 어부들이 즐겨 찾을 조금은 시끄럽고 비릿한 바다 내음도 나는 후미진 선술집을 찾아 모퉁이 창가 자리에 앉아 한 조끼 맥주에 따뜻한 스프를 시키고 밖을 봅니다. 바다 갈매기가 기륵기륵 소리를 내며 평화롭게 정박한 배위로 날아다닙니다. 새의 존재가 참 부럽습니다. 두발로 서야만 걸을 수 있고 그 발을 헛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존재. 그러나 새들의 여행은 무한하며 활기찹니다. 그래도 새들의 흉내를 조금 내면서 이렇게 낯선 곳에서 함께 걸으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로 태어나기 위함이고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함이고 다시 농익은 삶으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 나이에 들면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의 삶에 대한 후회로 좀 더 많은 모험과 여행을 해보지 못한 것이라 토로하기도 합니다. 여행이라는 낯선 곳이자 모험의 장에 내 몸을 던져보는 것. 우리로 하여금 온 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이런 여행과 모험을 통해서 한걸음 나아가고 한길 더 성장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더 긴 끈기가 필요하니 그 힘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고 기둥이 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이 외진 동토의 나라 알래스카 한 변방의 부둣가 카페에 앉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세상의 끝에서 또 다른 내일의 여정을 꿈꾼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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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대자연 알라스카를 걷는다. #10 - 카실로프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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