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켈레, 엘살바도르 대선 압승..득표율 80% 상회

중미 엘살바도르를 이끄는 자칭 '독재자', 나이브 부켈레(42)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을 확정했다.

엘살바도르 선거법원(TSE)에 따르면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밤 12시 현재, 개표율 31.49% 기준 82.9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른 5명 후보 중 2·3위 득표율은 6∼7%대에 그쳤다.

엘디아리오엘살바도르와 노티시에로엘살바도르 등 현지 언론 매체는 득표율 추이에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에 이어 올해 6월 1일부터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또 수행하게 됐다.

앞서 그는 TSE 공식 집계 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저는) 대선에서 85% 이상의 득표율을 보일 것"이라며 "이는 전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라고 일찌감치 승리를 선언했다.

멕시코 외교부와 주엘살바도르 중국대사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켈레 대통령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부켈레 압승'은 사실상 선거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켈레는 지난달 20일 발표된 CID-갤럽 공동 여론조사에서 79%대 지지율을 기록, 각각 1∼4%대에 그친 나머지 후보들을 압도했다.

2019년 처음으로 대권을 거머쥔 그는 지난 4년여간 강력한 갱단과의 전쟁과 부패 척결 정책을 펼치면서 엘살바도르 치안을 극적으로 안정시켰다.

일례로 2015년 인구 10만명당 105.2건에 달했던 엘살바도르 살인율은 지난해 2.4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간 갱단원의 갈취와 폭력 범죄에 수시로 노출됐던 국민들은 부켈레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보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7만5천명 넘는 폭력배를 체포하는 등 소탕 작전을 이어왔다.

에콰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 만성적인 치안 불안에 허덕이는 이웃 나라는 대형 교도소 건립과 피의자 신상정보 적극적 공개 등 엘살바도르 치안 정책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 하고 있다.

부켈레는 앞서 투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간 국토의 85%가 갱단에 의해 통제되고 있었지만, 저희는 암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건강하게 나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 발전, 빈곤율 감소, 치안 안정화가 국정 운영의 핵심 목표"라며 '2기 정부'에서도 지금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무고한 일반인에 대한 무분별한 체포, 영장 없는 가택 수색 등 인권 침해를 문제 삼는 비판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AFP통신은 "압도적인 표 차로 재선에 성공한 부켈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독재자라는 별명을 비꼬며, 인권침해와 관련한 비판을 가볍게 넘겼다"고 꼬집었다.


부켈레 당선인은 국가 예산을 동원한 비트코인 투자로 경제난 극복 재원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부켈레 임기 초중반 큰 손해를 면치 못하던 이 나라는 이날 현재 1% 안팎 수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재선 도전 과정에서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헌법에 "6개월 이상 대통령으로 재임한 사람은 10년 이내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는 대통령 연임 금지 조항 때문이다.

부켈레는 그러나 2021년 친(親) 부켈레 성향의 대법원 헌법재판부(대법관들로 구성)로부터 "임기 만료 6개월 전 휴직하면 재선은 가능하다"는 유권 해석을 받아냈다.

그는 실제 다음 대통령 임기 시작일(2024년 6월 1일)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1일 국회로부터 휴직 승인도 받았다.

이는 대통령 임기 규정과 관련한 개헌이 어려운 상황에 나온 결정이라는 게 야당 주장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차기 국회 표결까지 필요한데, 당장 연임을 목표로 했던 부켈레의 경우 개헌을 통한 재선 도전은 불가능해서다.


여대야소 국회 역시 각종 논란에 눈 감은 데 더해 현직 대통령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법 조항을 폐지하는 등 '부켈레 재선판'을 깔아주는 데 한몫했다.

이 때문에 부켈레 연임을 둘러싼 문제 제기는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등 후폭풍도 예상된다.

공식 석상에서 정장 대신 미국 브랜드 랄프로렌 티셔츠를 즐겨 입는 그는 소셜미디어 자기 소개란에 '세상에서 가장 쿨한 독재자'라고 써 놓는 등 괴짜 면모도 숨기지 않는다. 지난해 8월께엔 '철인 왕'(Philosopher King·플라톤이 제시한 이상적인 통치자)이라고 바꿔 놨다.

중남미 내 중도좌파 물결(핑크타이드)이 여전히 거센 상황 속에서 최근 이웃 나라 과테말라에서 좌파로 정권 교체가 된 것과는 달리 이번 엘살바도르 대선은 정치 이념변화의 파고에서는 비켜난 채로 치러졌다.

중도우파 성향의 부켈레 대통령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한 데다, 경쟁력 있는 좌파 후보가 전무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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