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검증 시대....23만 달러에 아들, 조카까지
12/26/16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계기로 반 총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 총장이 외교통상부 장관이던 시절에는 국무위원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지 않아 공개검증을 한 번도 거치지 않은 데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지율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인지 야당은 부동산 투기 등 청문회 ‘단골 검증’ 소재부터 친인척 비리 의혹에 이르기까지 모든 쟁점을 총동원할 기세다.
최인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반 총장이 박연차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보도가 파문을 몰고 오고 있다”며 “검찰은 즉각 사실관계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최고위원은 “국민이 바라는 건 유엔 총장의 체면을 생각하는 국익이 아니라 정경유착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반 총장은 여러 의혹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진실을 책임 있게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시사저널은 앞서 반 총장이 ‘박연차 게이트’ 당사자인 박 전 회장으로부터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총 23만 달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반 총장은 외교부 장관이던 2005년 5월 방한한 응우옌 지 니엔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을 환영하기 위한 만찬 자리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베트남 명예총영사 자격으로 참석한 박 전 회장이 20만 달러를 반 총장에게 줬다. 박 전 회장은 또 2007년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취임 후 뉴욕에서 ‘취임 축하 선물’로 3만 달러를 건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반 총장 측은 즉각 “근거 없는 허위”라며 “음해 기사”라고 반발했고 박 전 회장도 관련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을 시작으로 반 총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증 공세에 돌입할 태세다. 현재 SK텔레콤 뉴욕 사무소에 근무 중인 아들 우현 씨에 대해서는 ‘취직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며, 조카 주현 씨는 사기 사건으로 미국에서 13건의 소송에 휘말리면서 “큰아버지 직분을 악용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기동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반 총장을 향해 “박연차 의혹, 성완종 관련 의혹, 조카의 국제 사기사건 등 제반 의혹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라”며 “이코노미스트의 역대 최악의 총장이라는 평가, 뉴욕타임스의 ‘힘없는 관측자’라는 혹평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은 “아직 귀국하지도 않았는데 허위사실로 중상모략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일각의 졸렬한 수준을 세계에 드러내는 것”이라며 “어처구니없고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