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앞둔 아동에 국선 변호사 지원 여부 논쟁에 이민 판사 뭇매

미국 이민법원의 한 판사가 서너 살짜리 아동도 법정에서 자신을 대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법무부 고위 관리이기도 한 잭 H. 웨일 판사가 작년 10월 시애틀 연방법원에서 한 법정 발언이 최근 녹취록 형태로 공개돼 인권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발언은 중남미에서 유입되는 아동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추방을 앞둔 이주 어린이에게 납세자의 세금이 투입되는 변호사를 국가가 지원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민 법정의 판사로 오랫동안 재직하며 다른 판사들을 교육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웨일 판사는 당시 법정에서 "3살과 4살짜리 아동에게 이민법을 가르쳐봤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내심이 많이 요구되긴 하지만 아이들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과 이주민 인권 단체가 이민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정부가 법률자문인을 지정해달라고 요구하며 낸 소송 과정에서 이뤄졌다.


미국의 58개 이민법원의 정책을 입안하고 감독하는 법무부 이민심사행정국(EOIR)에서도 보직을 맡고 있는 그는 당시 "이민법에 대해 3살, 4살짜리를 훈련시킨 적이 있다"며 "정말 잘 들어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비슷한 말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와 아동 심리학자 등은 웨일 판사의 이런 견해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냉소하고 있다.


서너 살 아이의 발달 단계는 기껏해야 다른 아이들과 협력하고, 간단한 문장을 말하거나 블록을 쌓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템플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로런스 스타인버그는 "녹취록을 읽었을 때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며 "서너 살 아동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아직 갖추고 있지 않다. 그 아이들이 법정에서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는 이민법에 대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솔직히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웨일 판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 녹취는 이 문제에 대한 내 관점을 엄정하게 가다듬은 것이 아니며 전체 맥락에서도 벗어난 것"이라며 "추가로 이야기하려면 법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로렌 올더 라이드 EOIR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3∼4세의 아동이 스스로를 변호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웨일 판사는 개인적인 견해를 말한 것으로 법무부나 EOIR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CLU의 법률 책임자로 시애틀 법원에서 진행된 심리에서 웨일 판사에게 질문하기도 했던 아힐란 아룰라난탐 변호사는 "발언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그가 말실수한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러나 다시 질문했을 때에도 그의 대답은 명백했다"고 말실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런 사람이 이민법정의 판사들에게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교육하는 책임자라는 것에 경악한다"며 "그의 발언은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논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이민법정에서는 중범죄 사건을 다루는 연방 법원과는 달리 아동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7월∼12월 완료된 아동 강제추방 소송에서 보호자가 부재한 2만명의 아동들 가운데 42%가 변호사 없이 재판을 받았다.


최근 이민법원에서 재판받는 아동에게는 국선 변호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출한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상원에서 이민법정에 불려 나온 5세 소녀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리드 대표는 "인형을 꼭 끌어안고 나온 이 소녀는 너무 작아서 테이블 위의 마이크를 거의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며 "이 소녀는 판사가 묻는 말에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안고 있던 인형의 이름만을 얘기할 수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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