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적 태도와 긍정적 메시지를 의회에 전한 트럼프...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이 화제다. 첫 의회 데뷔전에서 트럼프는 통합을 강조하는가 하면 ‘미국을 믿으라’며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내용으로 연설을 채워나갔다.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볼썽사나운 설전을 벌이며 비아냥과 함께 각종 부정적 발언을 쏟아냈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괄목상대할만한 변화다. 실제로 2천만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트럼프의 합동연설을 TV 중계로 지켜봤고, CNN 설문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78%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방식이 더 세련되어지기는 했지만 알맹이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아메리카 퍼스트'는 더욱 강해지고 이는 우리에게 더 거센 역풍으로 닥칠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가 변했어요"...유연한 제스처에 통합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8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 단상에서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미국 민주당이 추진해온 ‘유급 가족휴가(Paid family leave)’를 도입하겠다고 말해 민주당에도 화해의 손길을 건넸고, 범죄경력이 없는 불법 이민자들이 합법적인 지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정책을 비난하고, 불법 이민자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흘렀던 그의 이전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의 연설 내용도 ‘통합’과 ‘미래’ 등 긍정적인 내용들로 채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소한 싸움을 뒤로할 시간”이라며 “함께해야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이나 언론을 공격하는 대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설득한 점도 확실히 변모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의 범죄에 희생당한 유족들을 방청객으로 초대해 연설에서 그들을 직접 호명했다. 그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불법 이민자에 의한 범죄 문제를 부각시키고,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연설의 화룡점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멘에서 전사한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 소속 라이언 오언스 중사를 언급할 때였다. 그는 연설 현장에 초청된 오언스 중사의 아내를 소개하며 “오언스의 유산은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고, 청중들은 감정이 북받친 오언스 부인을 향해 2분 11초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참전용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데는 누구의 반대도 있을리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예산을 늘려야한다고 역설했다. 백악관은 의회에 국방예산 10% 증액 등의 내용을 담은 예산안 초안을 미국 의회에 제출한 상태였다.


 


◇ 내용물은 그대로...오히려 더 확고해져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맹국의 방위비 부담금 증액 문제나 무역협정 재검토 등의 입장도 물러섬이 없었다. 오히려 방위비 부담금 증액 문제를 거론하면서 ‘태평양’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든 중동이든 태평양이든 모든 동맹국이 공정하게 분담금을 지불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은 나토 회원국에 집중됐으나, 이번에는 중동과 태평양까지 직접 언급한 점이 주목된다. 이로써 아태 지역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도 분담금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더 확실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나는 자유무역을 믿지만 동시에 그것은 공정한 무역이어야 한다”며 “더 이상 미국 노동자들이 이용당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 한미FTA 등에 대한 재검토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말투나 접근방법 같은 ‘포장지’만 달라졌을 뿐, 내용물은 그대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합동연설을 “강경한 공약을 좀 더 온건한 윤기로 재포장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연설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긍정적 평가가 높아지면, 우리나라로서는 방위비 분담 문제나 FTA 재협상 등에서 보다 불리한 상황을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트럼프의 결이 달라진 것이 그저 반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사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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