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한국

경력 및 이력

출생일 1966년, 대구 소속 문화일보 논설위원실 직업 신문기자 학력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 학사 장성택 처형과 從北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1979년 알 바크르 대통령이 사임하기 6일 전 여당인 바트당의 지도자로 혁명위원회(국회)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서 혁명위 의장인 무위 압델 후세인은 자신이 사담 후세인에 대항하는 음모를 꾸몄다며 자백서를 읽었고 ,‘국가의 적’ 68명을 지목했다. 곧바로 22명이 총살형을 당했으며 이후 며칠 동안 400여 명이 더 처형됐다. 후세인은 훗날 자신을 지도자로 추대한 대다수 인물을 왜 제거했는지를 전기작가가 질문하자 “혁명이 존재하는 한 반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지도자를 권좌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내릴 수도 있다는 ‘독재자 세계’의 금언(金言)인 셈이다. 스탈린의 정적 레온 트로츠키가 암살된 것이나 마오쩌둥(毛澤東) 암살 혐의를 받던 2인자 린뱌오(林彪)가 중국을 탈출하려다 비행기 추락사고를 당한 것 등은 모두 사회주의 체제의 1인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김일성-김정일로 권력이 이어지면서 벌어진 갑산파 숙청, 김영주 추방, 심화조 사건 등 일련의 북한 숙청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내부 민주적 통치 질서가 자리하기도 전에 1인 독재 권력에 의한 숙청과 공포정치가 지속되면서 경직된 정치체제가 형성됐다. 결국 이런 체제는 오래가지 못해 소련이 1991년 해체됐고, 중국은 덩샤오핑(鄧小平) 자본주의식 제도를 도입하는 등 개혁을 단행함으로써 체제 유지에 성공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긴 했지만 실상은 가족(백두 혈통) 중심의 왕조(王朝)국가인 북한은 3대 세습으로 넘어 오면서 체제 경직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사건을 보면 과연 2013년 세계 어느 나라 체제가 이런 방식으로 정적을 제거하는지 놀랄 따름이다. 조선왕조 시대 반정(反正)이나 역모(逆謀) 사건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식의 재판에 이은 처형은 시계를 수백 년 거꾸로 돌려 놓은 것 같다. 북한이 공개한 장성택의 진술에서도 드러나듯이 북한 권력의 2인자가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 실태와 인민 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고 진술한 대목은 충격적이다. 한마디로 파산 직전의 국가와 다름없다는 얘기다.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견딜지 예측불허 상황이다. 내부 갈등이 증폭되면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이 독재자들의 습성이기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북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을 국내 종북(從北) 세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직도 사회주의 혁명의 조국이고 제국주의 세력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혁명의 수뇌(首腦)로 보고 있을까. RO(혁명조직)처럼 결전의 순간이 임박해 왔다고 보고 있지는 않을까. 통합진보당은 성명서 하나 내지 않고 긴 침묵 상태에 빠져 있고, 종북 성향의 단체들은 ‘묵언(默言)’ 중이다. 어쩌면 이번 장성택 사건은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분명히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정치의 유불리로 이용할 것이 아니라 안보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지와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 국회 국가정보원개혁특위가 그 첫 바로미터다.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안보의 최첨병이 될 국정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