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지도 펼쳐 놓고 노골적으로 핵 무력 위협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지도를 펼쳐 놓고 '전쟁억제력'을 언급했다. 북한이 말하는 전쟁억제력은 어감과는 달리 사실상 핵 공격 능력을 의미한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김 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중앙군사위 제8기 제6차 확대회의에서 "날로 엄중해지고 있는 조선반도 안전 상황을 더욱 엄격히 통제·관리하기 위한 대책으로서 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남한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진 두 장을 배포했다.

지도 부분이 뿌옇게 처리돼 김 위원장이 지목한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수도 서울,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평택인 것으로 보인다. 한 간부가 지도의 계룡대 인근을 지휘봉으로 대며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핵전쟁은 민족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남쪽을 향해 노골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북한의 협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남한 지도까지 등장시킨 것은 협박의 구체성을 부각함으로써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대남 심리전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무력 도발을 감행하고도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데 따른 초조함도 읽힌다. 북한이 작전지도를 꺼낸 회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라고 한다. 이런 시위 후 무력 도발을 감행한 패턴이 재연될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2017년 8월 남한을 사등분한 전략군 미사일 타격 작전지도를 공개한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했고, 작년 6월 남측 동부전선 일대 지도를 공개한 후에는 전술핵 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따라서 이번 사진 공개가 대규모 도발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핵무기를 방어용이 아닌 선제 타격에 사용할 수 있다고 시사한 데 이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자의적 위협 판단에 따라 언제든 남한을 겨냥한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내용의 '핵 무력 법제화'를 단행한 바 있다. 북한이 통상 반년마다 여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2, 3월에 이어 석 달 연속 개최한 것 역시 북한 지도부의 압박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의에는 박수일 총참모장, 정경택 총정치국장, 강순남 국방상 등 북한의 군사 부문 책임자들이 총출동했다.

최근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간 통화까지 불통이다. 정부는 북한이 닷새째 응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술적 이유가 아니라 한미 연합연습과 북한 인권보고서 발간 등에 대한 반발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는 결국 북한 스스로를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소위 '핫라인'은 오해나 의도하지 않은 실수로 전쟁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불필요한 무력 충돌을 예방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인 셈이다. 북한이 어느 일방이 아닌 상호 이익을 위한 수단까지 걷어차는 것은 자해일 뿐이다. 협박과 생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7차 핵실험이나 ICBM 정상 각도 발사같이 국제사회가 더는 용인할 수 없는 도발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정부도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만약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는 한편 한반도 긴장을 낮추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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