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gene)과 밈(meme)

물에 비진 제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는 동물은 자연에서 그리 많지 않다 말은 제 그림자에도 놀래며 침팬지는 물위에 비추어진 자기 자신의 반영을 손으로 지운후에야 물을 마신다. 더 있다면 오랑우탕과 코끼리 정도나 될까 그리고 현생인류가 속한 호모 사피엔스가 고작이다


그렇게 자아를 인식 구별하는 우리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순전히 타인의 존재와 그들을 모방함에 힘입은 바 크다 어린아이가 부모의 표정을 익히고 언어를 습득하는 것에서 부터 성년의 우리가 우연히 알게된 어느 책구절 하나가 혹 옛스승의 지나가는 말투에서, 노랫가락의 한소절이, 때로는 영화의 한 대사에서 놀랍게도 한 사람의 자아와 운명을 통채로 바꾸기도한다 하물며 카톡등 눈부신 소셜네트워크의 범람속 요즈음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렇다

사람의 행동양식에는 그 개체 성향을 반영하는 유전적 요소가 있듯이 사회적으로는 구성원들간의 끊임없는 모방을 통해 개체가 갖고있는 기존의 인식과 경험을 토대로 특정 행동을 이끌어 내게 되어있다 그 일체의 문화 사회적 습득과 반영을 <밈>이라 부르는데 이 개념은 생물학자인 리차드 도킨스이 집필한 <이기적 유전인자> 라는 저서의 한 단락으로 소개된 이후 개체의 문화 사회적 복제와 수용, 그리고 전달의 단위로 총칭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밈이란 말은 본디 흉내낸다는 mimic의 라틴어 어원을 gene에 대칭하여 신조어로 만든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다가오는 지하철 선로에 쓰러진 사람을 구하려다 오히려 희생된 어떤 미담과 애국심에 비롯된 고귀한 희생등,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별로 이득이 없는 그런 무모한 행동뿐만 아니라 종족보존과 대치되는 입양, 오랫동안 호모사피엔스 일반에 널리 퍼져있는 박애와 자선 같은 이타적 행위를 종전의 이기적인 유전자론만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저자가 규명해낸 개념이 다름아닌 밈이었다

우리 모두는 기억에는 없으나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서 경쟁하다 선택받아 얼떨결에 세상에 불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아버지의 재현과 어머니의 복제는 아니어서 적당한 유전적 섞음을 통해 오늘날의 내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눈부신 반전이 있다 사실은 오랫동안 이어진 인류의 보편적 믿음과는 달리 삶을 누리고 영위하는게 사실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몸을 부리고 빌어쓰는 바로 유전자 그들이며 다만 우리는 일정시간 주관하되 후대에게 충실히 넘겨주고 소멸되므로 실제로는 면면히 이어져 계승되는 유전자를 몸의 실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삶의 주체와 계승자로 이기적 유전자를, 변이와 선택 그리고 또 다른 배합의 과정을 통해 윗대로 물려받은 유전자를 아랫대에게 전달하는 우리는 하나의 운반체일 뿐 정작 우리의 본체는 바로 불멸의 코드, 유전자로 보아야한다는 다소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유전자가 밈과 함께 선택 변이 유전의 순환을 하지만 그 영향이 세대간의 수직적 전달체계인 반면에 밈은 개체의 뇌에서 뇌로 한 지성에서 지성으로 전달되는 수평적 부분복제이며 사상 신념 인식 변화를 포함한 일체의 문화 전달체계로서 숙주인 사람의 행동에 지속적으로 기능한다는 생물학적인 접근이었다

진화가 고작 몸무게의 2%에 불과한 뇌를 에너지의 20%를 소비하면서까지 유지시키는 이유는 인간이 영장류 수준이었을 때부터 이미 밈이 존재하였고, 유지하는 이익이 그 비용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었으리라 여겨진다 따라서 밈을 전파시키는 일련의 모방 행동이 발달한 뇌와 언어에서 유래된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출현한 밈이 큰 뇌와 효과적인 전달 매체인 언어의 발달을 야기했을 것이다

살다보면 유난히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훈남과 훈녀, 붉은 심장의 테디 베어 같은 이들을 목도하는 즐거움이 왕왕 있다 밈의 개념을 적용하면 이러한 인간의 이타성이 더 잘 설명되어진다. 즉,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인기가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며, 다른 사람들이 그 행동을 모방하게 되면서 그 밈은 그렇지 않은 밈에 비해 더 멀리 더 많이 퍼지고 확장된다. 더욱이 이런 훈남훈녀를 우러러 성적매력으로 전환된다면 이타적 행위는 수평적인 밈적으로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내리 확산될 수 있다.

권력욕 역시 자신의 밈을 퍼뜨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기에, 일반적으로 자기생존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에도 인간이 그토록 권력을 추구하는데는 이런 배경이 숨겨져 있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의 번성 이유는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개인과 집단이 느끼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를 현저히 경감시키며 험난한 애로를 헤쳐나가는데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성한 종교가 반드시 갖게 되는 윤리적 이타적 선행지향은 감성에 의지해야하는 예술, 즉 음악과 미술 건축에 이르는 미학적 장치와 더불어 바로 밈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살아있는 개체로서 죽는 날까지 서로를 복제하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물들이는 까닭이 진작 여기에 있었나 싶다 하여튼 인류사를 통털어 대체로 지식은 선(善)이었으며 그것의 수용과 그렇지 않음의 차이는 존속과 소멸의 차이만큼이나 극명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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