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 04/27/18

일만 하느라고 놀 줄 모르는 사람들,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하나 정도 있었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물론 마지막 순간을 위해 일부러 취미를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좀 더 풍요로운 인생을 꿈꾼다면 취미하나 정도는 갖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 까?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삶의 기쁨을 느낀다.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긴 세월 동안 ‘놀이’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은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한다. 그 모습에 ‘후회’는 없다.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네, 정말로 가고 싶습니다.”

언제든지 훌쩍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맞다. 젊고 건강할 땐 자신이 원하면 언제라도 훌쩍 떠날 수 있다. 나도 건강한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디라도 갈 수 있는 튼튼한 다리와 어떤 짐이라도 질 수 있는 단단한 어깨가 영원하리라 여긴다면, 안타깝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누구에게나 병은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이다.

아프면 짐을 꾸리는 일조차 버겁다. 더구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여행을 떠난다는 건 꿈과 같은 일이 되고 만다. 내 주변에도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수록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많았다. 구경하고 싶은 장소가 해외, 아니 국내라도 병원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면,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소원을 이루기는 무척 어렵다. 체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더라도 배나 비행기를 타고 먼 여행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운이 다 빠져 정작 가보고 싶은 곳에 도착해서는 여행을 즐길 만한 여유가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가 싶은 곳이 있으면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나는 게 후회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다.

흔히들 고민이 있으면 여행을 떠나라고 조언한다. 거동이 불편할 때는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 어려운 현실을 수없이 보았기에,

“고민이 없어도 떠나라, 여행은 모든 후회를 말끔히 씻어줄 것이다.“
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당사자는 세상을 떠나도 그 사람이 남긴 발자취는 오랫동안 남는다. 그 흔적은 남아있는 사람에게 배움과 깨달음, 위안과 용기를 선사한다.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은 스스로 후회를 줄일 뿐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덜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건강할 때 인생의 총정리 시간을 가지라는 것이다. 예순, 일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늦다. 왜냐하면 언제 죽음이 당신을 데려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이 들더라도 자신이 살아온 흔적을 남기는 과업은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격려하고 도닥여주는 일이기도하다. 생명이 사라져도 자신의 과업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진실을 깨달을 때, 인간의 힘과 의지는 더 강해진다.

거창한 총정리가 부담스럽다면, 가족들에게나마 자신의 존재를 남기는 일 정도면 충분하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편지를 남기는 것이다. 성인의 자녀에게도 말로하기 어려운, 진지한 이야기는 편지를 통해 조곤조곤 들려준다면 좋을 것이다. 겉으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는 사람에게, 글은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쑥스러운 이야기나 속 깊은 진심을 솔직하게 토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쓴 편지대신 이메일이나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일반적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친필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편지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글씨는 이 세상에서 그 삶의 흔적을 진지하게 새기는 가장 정직한 수단이다.

“자, 당신은 당신이 살아온 증거로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 Share this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