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재발·전이 동시에 차단하는 '미토콘드리아 항산화제' 개발

어떤 암은 조기에 발견해도 치료하기가 매우 어렵다.

전체 유방암의 10∼15%를 점유하는 '삼중 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이 바로 그런 암이다.

전세계에서 삼중 음성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는 한 해에 약 22만5천 명에 달한다.

그런데 이 유형의 유방암에 걸린 환자의 약 절반은 치료 후 암이 재발하거나 폐 등으로 전이한다.


현재로서는 절제 수술을 포함한 어떤 치료를 해도 삼중 음성 유방암의 국소 재발(local recurrences)과 전이를 막을 수 없다.

이런 환자가 다시 치료 기회를 가질 가능성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이처럼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려운 삼중 음성 유방암 환자와 가족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료 후 재발과 전이를 막는 데 매우 효과적인 치료 약물이 개발된 것이다.

이 약물은 전임상 동물 실험에서 유방암 전이의 80%, 국소 재발의 75%를 차단하는 효능을 보였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약칭 UCLouvain)의 피에르 손복스(Pierre Sonveaux) 약물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현지 시간) 오픈 액세스 종양학 저널 '암(Cancers)'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저널은 스위스의 온라인 학술지 출판연구소 MDPI가 격월로 발행한다.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
구강 편평상피 암세포(백색)를 공격하는 두 개의 세포 독성 T세포(적색)
[미국 국립 암 연구소(NCI)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연구의 PI(principal investigator·연구 책임자)를 맡은 손복스 교수는 지난 2014년 실험 단계의 분자(experimental molecules)를 생쥐 모델에 적용해 흑색종 전이를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아쉽게도 당시 실험에 쓴 분자는 하나의 약으로 개발되지 못했다.

이번 생쥐 실험에 사용한 '마이토 큐(MitoQ)'라는 약물은 원래 암이 아닌 다른 질병에 쓸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런데 인간의 유방암이 생기게 조작한 생쥐 모델에 투여한 결과, 재발과 전이를 각각 80%가량 차단하는 놀라운 효능을 보였다.

마이토 큐를 쓰지 않은 생쥐들은 대부분 유방암을 절제한 부위에서 암이 재발해 다른 데로 전이했다.

과학자들은 종양 절제 수술을 하고 표준 '칵테일 화학 치료제'를 투여하는, 실제로 유방암 환자에게 적용하는 치료 절차를 그대로 따랐지만, 실험군엔 마이토 큐를 추가로 주입했다.

마이토 큐는 표준 화학 치료제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유방암의 재발과 전이만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이 결과는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흔히 암 사망의 3대 원인으로 종양 절제 후 재발, 암세포 전이에 의한 종양의 확산, 암 치료제 내성 등을 꼽는다.

그런데 마이토 큐처럼 재발과 전이를 동시에 차단하는 약물은 지금까지 알려진 게 없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비록 동물 실험이기 해도 이 정도 효능을 보인 암 치료 약물이 개발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전이암의 씨앗이 휴면 상태에서 깨는 걸 억제하는 NK세포
전이암의 씨앗이 휴면 상태에서 깨는 걸 억제하는 NK세포
감염 세포 제거 등을 주기능으로 하는 NK세포는 인터페론-감마를 분비해 전이암 세포가 동면에서 깨지 못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스위스 바젤대 연구진, 2021년 6월 2일 '네이처' 논문 참고.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마이토 큐'는 암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작용하는 항산화제(mitochondria-targeted antioxidant)다.

연구팀은 종양 미세환경의 '대사 센서(metabolic sensors)'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독성 과산화물을 생성하면 이동, 조직 침윤 등의 특성을 가진 암 전구세포가 활성화한다는 걸 확인했다.

암세포는 급속히 증식하면서 치료제에 반응하는 유형과 휴면 상태로 숨어 있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암 줄기세포'(cancerous stem cells) 격인 두 번째 유형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한다.

이런 암 줄기세포는 종종 절제 수술로 제거되지 않은 채 휴면 상태로 숨는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나 재발하면 치료제에 강력히 저항하면서 급속히 전이하는 훨씬 더 위험한 암으로 변한다.

마이토 큐는 이런 암 줄기세포가 휴면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활성화하는 걸 원천 봉쇄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마이토 큐는 이미 건강한 남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독성 테스트)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이상 반응은 욕지기 등 경미한 사례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이번 동물 실험 결과로 암 환자에게 마이토 큐의 효능을 직접 확인하는 임상 2상과 3상 전망도 밝아졌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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