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살해 무기수 재심 '무죄'

수면제 탄 술을 먹여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신혜(47) 씨가 사건 발생 24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무죄 선고로 이날 바로 출소한 김씨는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 이렇게 수십 년이 걸릴 일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형사1부(박현수 지원장)는 6일 존속살해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김씨가 구속된 지 24년, 재심 개시가 결정된 지 9년여 만이다.

재심에서는 ▲ 자백 진술의 신빙성 ▲ 불법수집 증거 ▲ 수면제 등 검출 가능성 ▲ 범행동기 등이 쟁점이 됐으나,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기관에서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진술조서를 부인하는 만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가 사건 당시 남동생이 범인으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동생을 보호하려고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또 경찰이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는 모두 영장과 적법절차 없이 수집한 위법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술에 타 먹인 수면제 때문에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공소사실도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장 내에는 가루든 알약이든 많은 약을 복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30알로는 혈액에서 독시라민 13.02㎍/㎖ 통상적으로 검출될 수 없고, 사후 재분배로 농도가 증가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303%의 고도 명정상태(운동 장애·혼수 상태 가능)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것이 독립적인 사망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행동기 쟁점에 대해서는 "(살해 동기로 지목된) 피해자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보험보상을 노렸다는 부분도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김씨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보험금 수령이 어렵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체유기 정황에 대해서도 "시체 유기 가능 시간 직전 김씨는 친구들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했는데 이는 계획적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언급했다.

다만 "김씨가 동생들을 이용해 허위 진술을 교사하고 김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는 등 의심스러운 점이 많지만, 이런 사정만으로는 유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 불출석했지만, 무죄가 선고돼 이날 곧바로 장흥교도소에서 출소해 "아버지가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끝까지 못 지켜드려 죄송하다"며 "이런 일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잘못된 부분이 있었으면 바로 잡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25년(만 24년), 수십 년 걸려야 되는 일인가에 대해 (교도소)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며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을 변호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24년간 무죄를 주장해온 당사자의 진실의 힘이 무죄의 강력한 증거"라며 "이 판결이 김씨와 그의 동생들이 삶을 회복하는 데 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0년 3월 7일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아버지 A(당시 52세) 씨에게 수면제를 탄 양주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받았다.

그는 수사 단계에서 자신과 여동생을 성추행한 A씨를 살해하려 했다고 '자백'했다가 재판 과정에서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씨의 번복된 진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존속살인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김씨는 이 사건이 재조명되자 재심을 신청,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번 재판은 김씨에게 최초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에 대한 재심이다.

무죄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하면 다시 2심, 상고심이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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