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가 진화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진화’와 ‘박정희로 대변되는 구질서의 종언’.


미국 뉴욕타임스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전하면서 내놓은 두 가지 키워드다. 뉴욕타임스는 10일 기사에서 “몇 달간 이어진 대규모 평화시위로 대통령이 퇴진했다는 것은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신문은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대통령의 퇴진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간 한국을 지배해온 정치적 질서에 저항했다”면서, 지금까지 이어져온 ‘박정희 체제’에 대한 총체적 저항이었다고 풀이했다. “냉전시대의 군부 독재자 박정희는 한국을 수출강국으로 변화시키면서 재벌이라 불리는 거대한 가족기업을 출현시켰고, 재벌을 위해 세금을 줄여주면서 반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등 특혜를 줘왔다”는 것이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정희의 경제성장을 추앙하는 보수세력의 지지로 당선됐지만, 탄핵 과정에서 정계와 재계의 유착이 부각됐으며 이제 이 체제는 안팎에서 도전받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언급하며 “그의 수감은 구질서(old order)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잠재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과거 삼성 회장들은 온갖 부패에 연루됐어도 감옥에 갇힌 적이 없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번 스캔들 이후 모든 정당들이 재벌 범죄를 사면하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할 것이며, 재벌 회장들이 ‘일감 몰아주기’ 같은 방식으로 자녀들의 재산 축적을 돕는 것도 막을 것이라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박정희의 또 다른 유산인 ‘종북 프레임’도 흔들릴 것으로 봤다. 신문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박정희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용공 혐의를 덮어씌워 고문하고 억압했던 것처럼, 박근혜는 자신을 반대하는 예술가와 작가 수천명에게 종북 딱지를 붙여 블랙리스트로 관리했다”면서 “대통령 탄핵으로 냉전 수구세력들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보수는 신뢰를 잃었고, 박 대통령 뒤를 이을 보수 후보도 없다”면서 “10년 만에 야권이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아시아 각국 관계의 미묘한 균형을 흔들어 놓은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야당 지도부는 좀 더 포용적인 대북정책과 중국과의 긴장 완화를 바라고 있다”고 썼다. 60일 내에 치러질 대선에서 야권 후보가 당선되면 “원조와 교류를 통한 대북 햇볕정책도 되살아날 수 있고, 중국이 선호하는 이런 접근방식이 부활하면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한국의 대통령 탄핵을 톱뉴스로 보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10일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생방송 회견을 중단하면서 한국 헌재의 결정 과정을 생중계했다. 신경보는 논평에서 “박근혜를 이긴 것은 헌재나 국회가 아니라 민심”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일보, 환구망 등도 일제히 탄핵 소식을 속보로 전했고 홍콩 봉황망은 헌재의 선고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동시통역으로 중계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의 야권 대선주자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는 헌재 선고문을 전하며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은 한국 대통령 탄핵 소식을 알리는 호외까지 발행했다.


미국 CNN은 “박 아웃(Park Out)”이라는 기사를 긴급 타전하면서 서울에 최상위 경계태세인 갑호비상령이 내려진 것과 탄핵 반대 시위대 2명이 숨진 사실을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에서 민주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최초로 탄핵당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책특권을 잃었으며 기소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들의 분노는 재벌개혁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면서,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등이 대북 대화를 희망하며 사드도 재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사드 문제로 불거진 한·중 갈등과 높은 실업률, 젊은이들이 한국을 ‘헬(지옥)’이라 부르는 현실 등을 전하며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경제문제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한국에서 군사정권이 물러난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임기 도중 쫓겨난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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