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따라하기

몰래카메라 상황은 이렇다 DMV에 10명의 대기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설정된 인물로서 벨소리가 나면 일제히 일어나게끔 되어 있다 이때 영문도 모르고 DMV를 찾은 진짜 대기자 한명이 들어와 앉게된다 이내 연출에 따라 벨소리가 울리자 이미 와 있던 10명의 설정인물들은 한결같이 동시에 일어나고 이를 본 진짜 대기자는 어떤 행동을 보여주는가 하는 인간심리에 관한 관찰 카메라였다

물론 다소 의아한듯 의문에찬 눈동자로 벨소리에 일어나는 사람들을 일별하고는 모른척 가져온 서류를 뒤적이는 능청을 떨지만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 보는 눈길이 역시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두번째 벨소리가 울리자 애써 그들을 무시를 하고는 있으나 이미 집단앞에 한 개인의 심리적 저항은 현저히 줄어들고 일어남과 버티기 사이를 힘겹게 고민하고 있는 듯 하다 드디어 세번째 벨소리가 울리자 슬그머니 자신도 일어나 무리의 행동에 동조함으로 그 짧은 동안의 갈등을 버리고 이내 평온을 얻는다

이는 사회 심리학의 무리적 행동심리 혹은 무리의 심리적 쏠림현상을 설명하는 유명한 일화이다 비단 사람에게서 뿐만 아니라 소와 말등 무리지어 사는 동물들에게 일상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재난이나 그에 준하는 이상현상이 일어날 때 판단의 부재로 생존의 전망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 그냥 동료의 행동을 무한 복제하는 집단적 행동을 극명하게 설명해준다 벌집주위에 웅웅거리는 벌떼들이며 바닷속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유영하다 아무런 충돌없이 일시에 방향을바꾸는 모습 , 그물처럼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철새나 박쥐들의 동시적 이동등이 그러하다. 메뚜기떼, 개미들의 일사불란한 줄짓기와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쥐들의 이동 또한 이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잘 몰랐을때 흔히 불리던 이른바 군중의 열기라든지 스포츠나 종교집단의 집회와 대중의 시위와 폭동, 나아가 사회일반의 여론 등 집단적 히스테리와 유행마저도 그 궤를 같이한다 주식시장에서의 거품과 온갖 매매 쏠림현상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무너지는 경기장에서 똑같은 거리에 또 다른 출구가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몰린 그 출구로 더 많은 사람이 순간적으로 몰려 재앙이 되어버린 이야기가 또한 그러하다 예컨데, 사람들은 아니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정보부재로 머뭇거리는 상황이 되면 하늘을 나는 조류와 물고기 떼들이 그렇듯 그저 동료의 행동양식을 무한 복제하는 따라쟁이가 되고 그 따라쟁이를 또 다시 복제하는 동료를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생존을 위해 유리하다고 우리의 유전인자에 그렇게 프로그램화되어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는 서로 마주보고 있는 창넓고 아늑한, 음식맛도 나무랄 수 없는 근사한 두 식당이 있다 그런데 한 식당에는 손님이 두 테이블에 있고 다른 식당은 아직 손님이 없다 그렇다면 다음에 찾아올 손님은 과연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까. 그렇다 이미 손님이 두테이블이나 있는 바로 그 식당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유는 마찬가지로 예측이 불가능할 경우에 더더욱 우리는 동료의 행동을 복제하여 외톨이 되지 않고 무리의 평균치에는 일단 들어가고 싶어하는 본능적 선택을 하게된다

전망이 확보되고 예측이 되어도 실제로 달라질 것은 별로 없는듯 하다 또 다른 실험상황으로, 흔히 엘리베이터에 타게되면 일단 돌아서서 출입구를 향해 사람들이 서있게 마련이지만 만약 설정된 무리가 일제히 출입구를 등지고 서있다면 설정되어지지 않은 진짜 엘리베이터 승객인 한 개인은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까 무심코 출입구를 바라보고 서있다가도 그 짧은 순간마저도 나머지 무리의 영향을 받아 결국 예외없이 스스로가 서있는 방향을 놀랍게도 바꾸게 된다. 까닭이 없고 규명 할 수 없는 이유라도 그것이 자기 생존을 위해 유리할 것이라고 우리의 뇌는 본능적으로 가늠하기 때문이다

집단에서의 왕따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고 처지와 상관없이 유명상표를 목숨걸고 소유해야하는 어느 된장녀의 천민 자본주의가 앞장을 서고 나머지가 일제히 따라가는, 별 실속도 없으면서도 밤새워 줄서 쇼핑하는Black Friday sale마저도 또한 화려한 절반의 성공인양 유행처럼 돌고 있는 우리내 이혼풍습과 100세시대의 성급한 낙관과 공부좀 한다 하면 의대 법대로 모조리 그들을 몰아넣는 선호 풍조며 그저 두발로 설만 하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패거리가 되어 누리고 굴림하려는 사회 각계의 내노라는 사람들의 행동양식까지도 그래서 모두 새롭고 놀라울 것도 없다. 실로 세월호의 참이유가 구원파도 유병언도 아니었으나 세상에 차고 넘치는 그릇된 신호로 일제히 분노하며 방향을 바꾸고 보니 잘못된 과녁이었다 즈음의 최씨 짓밟기 역시 교묘하게 <놀아난> 잘못 조준된 과녁일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 납작히 업드려 정권에 아첨하다 어느날 갑자기 분연히 <떨쳐 일어난> 정의의 사도로서 현정권을 매도하는 뭇 언론도 역시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로 부박한 의식의 쏠림현상을 주도하기에 더욱 그렇다

진화가 완료가 아니라 아직도 미완의 진행임을 고려한다면 우리 유전인자에 들어가 있으므로 그것의 신념이나 가치판단마저도 모두 옳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주의의 한 오류로서 그 여지를 남겨놔야할 지도 모른다 고개 들어 별이 돋아난 창밖을 보니 친구따라 강남가는 이 맹랑한 길이 모두 부박하기 그지없다 그것이 비록 생존을 빙자한 김씨 따라하기(keeping up with Jones’s) 라 해도 이제는 새삼 지겹다는 생각이 유성처럼 휘-익 빗금을 그으며 가슴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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