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조선은 정순왕후의 수렴정청을 4년간 받아오던 순조가 15살의 나이로 친히 정사를 보게되었고 유럽에서는 나폴레옹이 황제로 등극하였다 그러니까 1804년, 여름이 한창이던 어느날 또 다른 대륙의 끝, 미국에서는 한 중년의 사내가 허드슨 강변에서 결투 신청을 받는다. 그는 당시의 <결투>로 아들을 잃은 적이 있어 본디 결투를 원치 않았으나 자신의 명예를 지켜 내기위해 어쩔수 없이 목숨을 건 피의 결투를 받는다.

당시 뉴욕주의 법은 결투를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강을 건너 결투가 합법한 뉴저지쪽의 허드슨강변으로 옮겨져그 곳에서 결투가 벌어졌다. 결과는 당시 부통령인 애런 버가 승리하였고 그의 정적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오른쪽 골반에 총알을 맞아 척추까지 관통한 치명상으로 다음날 끝내 사망하였다. 그러니까 미국의 3대 부통령과 합중국의 초대 재무장관이 선거후의 사적감정을 못이겨 총질로 끝을 맺은 초유의 비극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해밀턴은 연방주의를 표방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와싱톤의 오른팔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반연방주의자인 토마스 제퍼슨과 원래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정적이었다. 당시 독립전쟁의 비용을 분담하는 문제로 재무장관이던 해밀톤과 대척점에 섰던 제퍼슨이 미국의 수도를 북부인 뉴욕에서 남부의 경계인 오늘날의 워싱턴 D.C로 옮긴 연유와 시기가 이즈음과 맞물려있다

결국 신의 한수 같은 이 절충안을 계기로 양쪽의 극적 화해가 이루어졌고 제퍼슨이 2대 대통령이되어 훗날 재선에 도전할때는 제퍼슨보다 더 껄끄러운 존재인 애런 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위해 제퍼슨을 불가피하게 도왔다 그런데 그게 바로 사단이었다 어느덧 씻지 못할 사적 앙금으로 가라앉아 선거에 패배한 애런버가 끝내 해밀턴에게 결투를 신청하게 하는 빌미가 되어버렸다

이른바 종로에서 뺨맞고 동대문에서 화풀이를 하는 격이었는데 그의 화풀이는 비단 동대문에서 그치지 않고 해밀턴을 결투로 죽인 후 곧바로 프랑스까지 갔다. 다시말해 앙심을 품고 프랑스로 건너간 애런 버는 자신의 조국인 미국을 공격하도록 나폴레옹을 집요하게 설득했다 하지만 국내정치로 머리가 아픈 나폴레옹이 이를 묵살하게되었고 애런은 뻔뻔하게도 다시 미국에 돌아와 변호사업을 하면서 정가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당시 제퍼슨을 중심으로한 와싱톤 정가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은 흘러 운명의 결투가 있은지 200년이 지난 후 2004년 허드슨 강가 바로 그 결투의 장소에서 두집의 후손들이 모여 역사와 피의 결투를 재연하고는 그나마 어색한 화해를 했다

벤자민 플랭크린과 더불어 대통령이 아니면서도 달러화 지폐에 얼굴을 올린 해밀턴은 우리 지갑속 $10 짜리 지폐에서 볼 수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정치적 위상은 모르겠으나 현재 그의 문화적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

내용인 즉, 최근 브로드웨이에서는 알렉산더 해밀톤의 일대기를 엮은 뮤지컬이 한창 화제이다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빠른 랩으로 대사를 소화해내는 파격과 기염을 보이며 힙팝 특유의 재치있는 가사전달과 시대를 뛰어넘는 감동까지 담아내면서 일천하기까지한 미국의 역사물을 성공한 뮤지컬 반열에 올려 놓았다 게다가 직접 대사와 작사 작곡을 겸한 주인공 역할 역시 돋보였다

여태까지의 대형 뮤지컬의 성행은 주로 <라이언킹>과 같은 디즈니풍과, 연정을 다룬 <팬텀 오브 오페라> 혹 <시카고>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와 같이 대략 주크박스, 리바이벌 성향으로부터, 작품 <해밀턴>은 과감하게 벗어났으며 인적구성 역시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같은 외국인 작곡으로부터 독립하여 어떤 의미로든지 가장 미국적인 풍미로 승부를 걸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락적이고 보편적인 어필보다는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미국의 뮤지컬이어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관객으로서는 조금 버거운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위화도 회군과 정도전을 모르면서 보는 <용의 눈물>이 그랬을까…. 그것마저도 옛 고어체와 전통사극으로 보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면서 생각해 보았다 우리와 같은 이민자가 이렇게나 많이 살고 있으리라고 당시 조지 와싱톤과 해밀톤이 그리고 애런 버와 제퍼슨이 과연 상상이나 했었을까 그리고 목하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시대를 그들은 그들의 무덤에서 어떻게 받아내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참으로 우리가 봐도 격세지감일 것이 분명하다

바야흐로는 그 사전적 의미가 “이제 한창” 또는 “지금 마악”의 의미를 담고있는 순수 우리말 부사이다. 영어로는 in full swing , on the point of, about to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바야흐로의 진짜 어원은 "밤이지나 새벽으로" 라고 한다 신산하고 고단한 어둠의 밤이 지나고 흘러 새로운 날을 알리는 바로 여명의 시점, 그 새로운 전환의 시점을 어느 문사의 감흥을 무릇 흉내내어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려본다 “그것이 새로운 날의 전야인지 혹, 시대의 마지막 종언인지….. “

바야흐로, 지금이 사뭇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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