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가격 상승, 새로운 위협
04/11/2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승했던 에너지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식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월까지 12개월간 유로존의 에너지 가격은 0.9% 하락한 반면 식품과 주류, 담배 가격은 15.4% 상승했다. 미국 내 식품 가격은 2월까지 10.2% 상승해 에너지 가격 상승률(5.2%)을 크게 웃돌았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수 개월내 식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애초 식품 가격이 왜 그렇게 크게 급등했는지 불분명하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농민들이 받는 가격이 정해지는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는 식품 가격이 작년 4월부터 하락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가공과 포장, 운송, 유통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농민들이 받는 가격과 가계가 지불하는 가격은 차이를 나타낸다.
하지만 이와 같은 차이의 수준과 지속되는 기간을 볼 때 또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바로 식품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인상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나타난) 식품 관련 원자재 가격 지수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업의) 마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파비오 파네타 집행이사도 기업의 이익 확대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이익·가격 악순환(profit-price spiral)' 가능성을 지적했다. 파네타 이사는 "기업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근원 물가 하락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 정부들은 식품 가격 상승을 점차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식품 가격은 에너지에 비해 적게 올라 유럽 정부의 관심을 덜 끌었으나 최근 몇 달간 바뀌었다고 WSJ은 전했다.
연금 개편에 대한 반발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소매업체들과 식품 가격을 낮게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식품 가격 상승은 중앙은행에도 골칫거리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긴 하지만 중앙은행들은 두 요소를 포함한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대중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영국중앙은행의 휴 필 이코노미스트는 기후와 전쟁, 기업 이익 가운데 그 무엇으로 식품 가격이 올랐든 간에 중앙은행이 다른 때보다 높은 금리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