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케스트라 영국 에든버러 10년만의 무대...'브라보'
08/17/23KBS 교향악단의 열정적인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연주가 끝나자 영국 에든버러의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쳤다.
KBS 교향악단은 11일(현지시간) 에든버러의 2천200석 규모 주요 공연장인 어셔홀에서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 첫 공연이자 영국 데뷔 공연을 치렀다.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이 지휘봉을 잡았고, 1부에선 차세대 첼리스트 한재민 협연으로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다.
EIF에 한국 오케스트라가 등장한 것은 2013년 정명훈 음악감독 시절 서울시향 이후 10년 만이다.
그간 조성진 등 연주자들은 종종 협연자로 다녀갔지만, 오케스트라의 벽은 높았다.
올해는 EIF가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2주간 한국 공연 5편을 집중 소개하는 '포커스 온 코리아'(Focus on Korea)를 운영하면서 한국 오케스트라를 포함시켰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주영한국문화원과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2023 코리아시즌'의 주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어셔홀 2층 객석에 자리를 잡고 보니 1층과 2층은 거의 차 있었고, 높은 연령대의 현지 관객들이 많았다.
상당수는 매해 여름 EIF에 초청받는 당대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며 안목이 높아진 이들일 듯했다.
그런 관객들이 이날 기침을 꾹 참아가며 한국 오케스트라와 유망한 한국 연주자가 들려주는 음악에 집중했다.
옆자리에 앉은 산드라와 클레어씨는 한재민의 연주가 끝나자 힘차게 박수를 보내고는 기자에게 먼저 "혹시 이 오케스트라와 연주자에 관해 아느냐"고 물어왔다.
이들은 한재민의 첼로 연주에 관해 전문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극찬하더니, 17세라는 얘기를 듣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든버러에 사는 친구 사이인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공연을 보러 오면서 전혀 모르는 오케스트라와 연주자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궁금해 이 공연 표를 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관객들도 자기들처럼 에든버러나 스코틀랜드 주민이고, 새로운 공연을 찾아서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KBS교향악단의 차이콥스키 연주 후에는 "아주 낭만적인 해석"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EIF의 음악담당 대표 앤드루 무어도 공연 후 리셉션에서 연합뉴스에 KBS 교향악단과 한재민을 선택한 이유에 관해 "관객들은 새로운 오케스트라의 해석, 콩쿠르에서 수상한 신예 음악가의 연주를 궁금해한다"고 말했다.
잉키넨 음악감독은 먼저 잡혀 있던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일정을 마친 뒤 공연 당일 아침에 도착, 리허설과 공연을 했다.
그는 공연 후 리셉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극도로 빡빡한 스케쥴이었지만 음악감독으로서 EIF 같은 중요한 곳에는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원들도 아주 몰입해 연주했고 관객들도 집중해 음악이 끝나는 순간 완전 침묵을 유지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중을 위한 연주가 우리의 주요 의무이지만 해외 투어도 많이 하고 싶다"며 "오케스트라가 EIF 같이 중요한 곳에서 연주하면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창록 KBS 교향악단 상임이사도 "에든버러에서 우리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한국 오케스트라 수준이 이런 정도 된다고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의의이자 목표이고, 내부적으로 단원들에게 매우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