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텃밭에서 접전 끝에 승리한 민주당 더그 존스

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공화당의 전통적 우세지역에서 승리했는데, ‘1석’ 이상의 의미다.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의회 관계도 험로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원 과반 탈환이란 기대감을 키우게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현지시간) 전날 실시된 앨라배마주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더그 존스 후보가 득표율 49.9%로 공화당 로이 무어 후보(48.4%)를 1.5%포인트 차로 눌렀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25년 만에 앨라배마주에서 상원의원을 배출했다. 존스 당선자는 “품위와 존중, 법치에 대한 선거였다. 앨라배마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장관에 임명한 제프 세션스 전 의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실시됐다.


보수적 백인 유권자가 많은 앨라배마주는 공화당의 절대 강세지역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28%포인트 차로 압승했다. 선거 초반만 해도 무어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달 9일 레이 코프먼이 14세였던 1979년 앨라배마주 검사보였던 무어 후보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후 4명의 여성이 추가로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공화당 지도부는 무어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막판 무어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무어 후보의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와 도덕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오히려 본인의 성추행 의혹만 부각되는 꼴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스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자 트위터를 통해 “승리는 승리”라고 축하한 뒤 “앨라배마인들은 위대하다. 공화당은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이 자리를 놓고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한 석이 줄어 전체 상원의석 100석 중 51석이 됐다. 공화당에서 한 명의 이탈자만 나와도 주요 법안 통과는 어려워지게 됐다. 공화당은 지난달 경합주인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이어 연패를 하면서 내년 중간선거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은 ‘51 대 49’라는 위태로운 과반 상태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2018년 중간선거에서 잃을 위험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무어 후보를 지원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 비주류 강경파들의 입지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무어 후보 사퇴를 요구했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주류 세력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매코널 원내대표와 연계된 슈퍼팩(정치자금위원회) 회장인 스티븐 로는 성명을 통해 “당이 아니라 후보가 중요하다는 잔인한 경고”라며 “배넌은 우리에게 공화당 의석을 대가로 치르게 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실패로 끌고 갔다”고 비판했다.


성추행 고발 운동인 ‘미투’ 캠페인은 할리우드에 이어 정치권까지 강타하면서 폭발력을 확인시켰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선거 승자로 민주당과 앨라배마주 흑인 유권자, 무어 후보 성추행 폭로 여성들, 무어 후보에 반대한 공화당 주류 정치인들을 꼽았다. 패자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배넌 전 수석전략가, 앞으로 상원에서 다뤄질 공화당의 주요 의제들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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