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트럼프와 브렉시트, '세계 정치 요동치는 한 해'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이맘때 한껏 ‘비관적으로’ 2016년을 전망했다. 여기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리아 장악,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 등이 포함됐다. 돌이켜보면 이 비관적인 예측의 다수는 현실이 됐다.


가장 충격적인 한 해를 보낸 세계인들은 내년을 더욱 불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세계인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좌충우돌형 리더’ 트럼프의 공식 취임을 시작으로 미국은 그간의 국내외 주요 정책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내년은 또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대선과 총선이 잇따라 치러지는 ‘세계 정치 격변의 해’이기도 하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협상도 본격화돼 EU 지형도에도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포퓰리즘 시대 개막


다음 달 20일 미국은 트럼프발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 시대를 연다. 트럼프는 이날 취임식을 치르고 세계를 움직이는 지도자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트럼프는 취임 후 첫 100일 동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에너지 규제 폐지, 기업 규제 철폐 등을 공언했다. 또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환경 규제 폐기, 미국 내 불법 체류자 비자 조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선 때 공약한 멕시코 국경 장벽건설이나 이슬람 국가 이민자 입국 제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폐지 등이 현실화될 경우 큰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 신(新)밀월이 예상되고, 중국과는 새로운 냉전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북 강경파 위주의 안보라인이 구축되면서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아울러 중국과 한국 등 미국에 무역적자를 야기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공언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극우주의로 EU 구도도 격변할 듯


3월 말까지 리스본협약 50조가 발동되고 영국의 브렉시트 공식 절차가 개시된다. 리스본협약 50조는 EU 탈퇴에 적용되는 규정과 기한, 절차 등을 다룬다. 다른 27개 회원국과 2년간 협상을 벌이게 되고 협상이 모두 끝나면 영국은 EU에서 자동 탈퇴한다. 회원국의 EU 탈퇴는 전례가 없다. 브렉시트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브렉시트 결정 후부터 도미노처럼 이어져 온 회원국들의 탈EU 분위기가 내년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점이다.


4월부터 시작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 1, 2차 투표는 유럽 민심을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4월 23일 열리는 1차 투표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5월 결선투표에서 제1야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맞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 르펜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프랑스의 EU 탈퇴도 현실화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9월 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4선에 도전한다. 안정적인 국가 운영과 카리스마로 독일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 19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트럭 테러가 발생하면서 위기에 몰렸다. 메르켈이 추진해온 난민포용책이 비난받고 반(反)메르켈 여론도 커져가고 있어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독일에서도 극우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총선을 통해 연방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도 오는 3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강력한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PVV)이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자유민주당(VVD)을 제치고 제1당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빌더르스는 이민과 유로화에 거부감을 표현하며 넥시트(Nexit·네덜란드의 EU 탈퇴)를 발의했을 만큼 EU 공동체에 대한 반감이 크다. 네덜란드는 브렉시트에 따른 손실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시진핑 2기, 미·중 갈등 본격화


세계 일인자 자리를 향한 중국의 야심이 돋보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가 시작되면서 지도부가 대거 물갈이되고 경제성장률 유지와 대외적 ‘중국 띄우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다음 달 17일부터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최초로 참석한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속내로 읽힌다.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세계 정치와 경제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상과 역량을 갖췄다는 사실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새롭게 정립될 미·중 관계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내내 중국을 겨냥해 “역사상 최고의 환율 조작국”이라고 언급했고,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미국이 더 많은 군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하고 37년 만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향후 미·중 관계가 순탄치 않게 돌아갈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직속으로 무역정책을 전담할 국가무역위원회(NTC·National Trade Council)를 신설하면서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명했다. 무역 분야에서 미·중 간 힘겨루기가 치열할 것임을 예고한다.


신고립주의의 시대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후임으로 결정된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다음 달 1일 취임한다. 지난 12일 열린 취임 선서 직후 그는 “유엔은 변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대대적인 수술을 약속했다.


하지만 점차 고립주의 노선을 따르는 세계 국가들 사이에서 국제기구와 지역 연합체의 유대감은 사라질 위기다. 트럼프가 표방하는 신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로 기존 국제 질서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5일 2017년을 또다시 가장 ‘비관적으로’ 예측해 공개했다. 내년 국제사회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로 △트럼프 시대 본격화 △얄타 2.0(미·러 중심의 국제질서) △중·미 경제전쟁 △트럼프를 이긴 김정은 △유럽의 충돌 △인터넷 악재 △쿠바-러시아 밀착 △중국 경제 붕괴 △사우디아라비아 집권 세력 몰락 등이다.


여기엔 미국의 군사 제재가 약화된 틈을 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중동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에서 극단주의를 확산한다는 시나리오도 포함됐다. 일본과 사우디가 자국 보호를 위해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는 아찔한 상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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