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수의 분열....새로운 보수담론 재구성의 길은?

보수의 지리멸렬이다. 2012년 대선에서 보수 총동원령으로 만들어낸 득표율 51.6%, ‘대통령 박근혜’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제는 둘로 쪼개진 보수정당의 지지율을 합쳐도 20%를 넘지 못한다. ‘보수 붕괴’의 진앙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핵심 친박계 의원들은 ‘폐족’의 길을 택하는 대신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지난 12일부터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집 앞에 몰려들어 태극기를 흔들며 경찰과 취재진을 향해 “간첩”이라고 소리치는 이들이 정치적 기반이다. 탄핵 사태에서 두드러진 강경보수의 극단적 행태와 보수 정치인들의 편승을 두고, 전문가들은 “‘반공보수’라는 손쉬운 동원정치를 버리지 않고는 이미 ‘분화’를 시작한 보수진영의 재구축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구·극우세력과 단호히 결별하고 대안적 보수담론을 재구성할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가느냐에 한국 보수의 사활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 오래된 ‘보수 붕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박근혜’ 파면 결정 직전인 7~9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43%, 자유한국당·국민의당 각 11%, 바른정당 5%, 정의당 4%다. 이념 성향 비율은 진보(35.1%), 중도(27.2%), 보수(25.7%) 순이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13일 “지난해 1~10월 30% 정도를 유지하던 보수 성향 비율이 5%포인트 줄고, 반대로 자신을 진보라고 밝인 비율은 중도층을 흡수하며 25%에서 35%로 늘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충격은 이미 지난해부터 여론 흐름에 ‘흡수’된 상태라는 것이다. 장 부장은 “보수 우세 흐름은 지난해 4·13 총선을 거치며 완전히 바뀌었다. 합리적 보수는 중도로 빠져나갔다. 현재 보수 성향 비율이 25%인데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지지율을 합쳐도 20%가 되지 않는다. 기존 보수정당으로는 (보수진영을)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붕괴는 ‘오래된 미래’였다.


 


■ 붕괴 이어 ‘분화’


전문가들은 기존 한국 보수정치를 냉전·반공주의와 지역주의에 빨대를 박은 ‘손쉬운 보수’로 규정했다. 정치학자인 박상훈 정치발전소 소장은 “기존 보수는 종북좌파 이데올로기, 국가권력에 기대는 ‘국가 의존’을 통해 너무나 쉽게 이득을 보는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런 정치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지난 총선과 탄핵을 통해 입증됐다”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지역적으로는 영남, 세대로는 60대 이상에 기반한 자유한국당은 전쟁과 북한에 대한 날것의 공포와 공고한 신념체계가 남아있는 한 특정 지역,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보수 또는 극우에 가까운 정치세력으로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생존’이 아닌 ‘잔존‘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그 확장성은 지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수 붕괴가 아닌 보수 분화가 시작됐다고 본다. 그간 반김대중, 반노무현, 반문재인, 반종북이라는 단순하고 선명한 테두리 안에 존재하던 ‘한덩어리 보수’는 착시였음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분당 전 새누리당 자체가 굉장히 이질적 그룹의 집합이었다. 안보보수, 시장보수, 유신보수, 민정계 보수에 2007년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맞붙은 대선 때는 진보진영 일부까지 흡수하며 ‘최대 연합’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유신시대’로 되돌아간 박근혜 정부에서 이 모순과 균열을 견디지 못하고 분화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잠복했던 균열이 ‘피로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거대한 단층을 이루며 부러져 나갔다는 것이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보수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욕할 때는 한덩어리로 보였지만 지난 총선과 탄핵을 거치며 내부를 향한 총질이 시작되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세력, 친박·비박세력, 반공보수 찬반세력 사이의 차이와 균열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대통령 박근혜 파면’은 이미 한 차례 분당을 겪은 자유한국당을 강경보수와 온건보수로 또 한번 분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 ‘대안적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보수 실패에 대한 ‘반성적 분화’가 성공할지는 어떤 보수담론을 전유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다만 새로운 보수담론을 재구성할 능력에 대해서는 전망이 갈린다.


윤평중 교수는 “확장가능성이 전무한 강경보수의 미래는 자명하다. 확장성이 큰 온건보수로의 이분화는 보수에게 유일무이한 출구이며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시나리오다. 정책과 진정성으로 승부하면 보수의 와신상담 기간은 의외로 짧아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진영이 종북색깔론, 지역주의, 재벌 중심 성장담론을 또 다시 동원해 내부적 단결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북핵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안보 이슈를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상훈 소장은 “비판 세력을 인정하지 못하는 냉전반공 세력은 보수의 중심에서 밀려 주변화될 것이다. 반공주의에 의존하는 손쉬운 보수담론을 버리고 다른 생각·이념에 대한 관용,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경제를 보수의 가치로 삼아야 한다. 대안적 보수담론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는 철저히 그들의 실력에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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