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길. 피츠 로이와 세로 토레를 이은 길 #1

바람의 나라 파타고니아. 다시 찾았습니다. 한국과의 시간 차 12 시간. 이 차이의 의미는 정확히 지구 정 반대편에 서로 위치한다는 것입니다. 순수 비행 시간만 짧게는 30시간 길게는 35시간이 넘는 멀고도 먼나라. 남미 아르헨티나 쪽 파타고니아. 부푼 꿈으로 달래며 그 기나긴 비행의 노고를 감수하며 마침내 석양이 아름답게 비끼고 바람이 먼저 나와 환송하는 엘 찰텐 소읍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묶어 남미 지역의 최남단을 이루는 파타고니아. 인간이 사는 가장 먼 땅 세상의 끝. 인적과 문명과 소음으로 부터 한발 벗어난 황량한 바람의 땅입니다. FitzRoy 라는 명칭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이 지역을 정복한 장군의 이름에서 따왔으니 상호명으로들 많이 쓰고 유명 인사의 사전에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향해 사납게 솟아 오른 프츠로이 산군 첨봉들이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의 축을 이루고 있어 생소한 자연미를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호수에 그려진 피츠 로이 산군의 잔영을 바라보며 여름으로 드는 계절에 파타고니아의 선택된 길을 걸으며 24km 8시간의 고행길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경직된 몸을 풀라는 듯이 잠깐이지만 치고 오르는 피츠 로이 가는길. 넓은 팜파스가 펼오랫만에 호수를 끼고 도는 평지에 가까운 들길을 걷게 됩니다. 매사가 마뜩지 않아 앙칼지고 날카로운 아내 처럼 아직 잠재우지 못한 성깔을 그대로 부리는 바람. 그 파타고니아 바람의 음성을 들어봅니다. 태평양을 넘어온 거센 바람을 삼켰다가 토해내는 파타고니아는 이제 그 바람의 상징이 되었고 오랜 세월 그 바람의 지배를 받아온 폭풍의 대지는 포효하는 바람이 사는곳으로 간주되어 버렸습니다.

만고의 성상을 그 바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버티고 서있는 만년설산 능선의 기세는 준엄하도록 당당합니다. 산자락에 걸려있는 하이얀 빙하띠는 장구한 역사속에 산이 지닌 시간과 기억들을 놓침없이 굽어보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길은 어느 길을 택하던 바람과 보조를 맞추는 길. 산변 풍경은 바람을 몰고 오고 또 다시 그 바람은 새로운 풍경을 구도합니다. 자유인들은 이따금 정해진 삶의 항로대신 일엽편주에 몸을 맡기고 바람 부는 대로 흐르고 싶은 일탈의 소망을 말합니다. 일상의 번다한 짐을 다 내려놓고 꿈의 배낭을 짊어지고 바람따라 흘러가보는 모험의 길. 내가 동경하는 삶의 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파타고니아의 바람에 몸을 의탁하여 흘러가는 내 삶의 길이 얼마나 사무치는 희열인지. 지구의 뒤안길 파타고니아에서 순수한 자연의 조각들과 마주하고 걷는 행복한 이길. 살아있음이 축복으로 여겨지며 한없이 생을 찬미하고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포인세노트 야영장에 다다랐습니다. 이제부터 오백미터를 치고올라가 환상의 풍치를 가슴에 담을 일만 남았습니다. 포인세노트 야영장은 그 흔한 피크닉 테이블도 하나 없고 원초적 생리 현상만 해결하도록 간이 해우소를 설치해 둔 것이 고작입니다. 흐르는 빙하 녹은 시냇물 식수로 쓰고 야영의 꽃은 캠프 화이어인데 꿈도 못꿉니다. 세게적 명소답게 산장같은 시설을 두고 잇속을 챙길 법도 하지만 파타고니아의 자연은 자연 그대로 존재하게 하려는 노력으로 편의 시설이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파타고니아는 이 세상 가장 훌륭한 최고의 자연 공원일지도 모릅니다.

그 자연을 대대손손 청정하게 물려주기위해 인간을 위한 인공물은 거의가 없습니다. 물도 공기도 모두 그대로 마셔도 되니 사실 다른 것들은 필요 이상의 호사일 뿐.. 유리처럼 투명한 시냇물은 수만년 세월이 녹은 빙하인지라 식수로도 최상이며 그저 장엄한 설산과 빙하와 호수를 감상하며 트레킹을 즐기라는 무언의 메세지입니다. 자연과 인간사이의 적당한 거리감을 둘 때 아니면 차라리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해질 때 더 오랫동안 공존하며 서로를 위하는 속 깊은 사이가 될 것입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천상의 길. 피츠 로이와 세로 토레를 이은 길 #1

천상의 길. 피츠 로이와 세로 토레를 이은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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