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길. 세로 토레를 가는 길. #2

원시의 생동력이 넘치는 파타고니아. 이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명산, 세로 토레를 보기 위하여 비갠 산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수도 없이 다녀 숫제 깊게 파여 물길이 되어버린 황톳길을 쳐올리며 시작점에 표시된 숫자를 기억합니다. 1 km마다 이런 거리 표시를 해두 었는데 9km를 오르면 그 까다롭게 구는 세로 토레의 위용을 호수에 비춰볼수 있답니다. 처음부터 가파른 언덕길을 치고 오르며 너절한 고개길을 넘으니 펼쳐지는 풍경 하나. 키작은 고목들이 그 장구한 세월 만큼이나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켜켜이 쌓인 이끼류의 풀들을 휘두르고 바람에 섰고 아직은 여름날의 들꽃들이 지천으로 흐드러져 있고 멀리 암산 골마다 따라 흐르는 폭포는 한마리 거대 용이 승천하는 기세. 선경을 만납니다.

계곡마다 가볍게 안개가 드리우고 산정 주변에는 구름을 휘둘러 있으니 우리는 몽유도원도의 산수화 속으로 걸어들어 가는 듯 합니다. 바로 나타난 전망대에 서서 한동안 잔잔한 신음소리를 내며 그외에 이을수 있는 표현이 부족하여 내 어휘력의 한계를 실감합니다.

산들이 얽히고 얽혀 산맥을 이루어낸 안데스. 이 척박한 땅에도 생명체가 살아갈수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여러 동식물이 있습니다. 다람쥐 격인 파타고니아 비버가 부지런히 진행하는 앞을 가로지르며 우리의 앞길을 안내하고 친숙한 토끼풀이 꽃을 피워 세잎 크로버의 잎들에 쌓여 불쑥 헹가래를 당해 허공에서 바람에 떨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의 산은 거대 분재 전시장입니다.

혹독한 기후와 환경에 자라지 못한 나무들은 세월만 먹어 것늙은 노인의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자양분과 광폭한 바람에 가지는 뒤틀리고 성장은 억제되어 몸집만 부풀어지는 기형의 나무들이 되어 파타고니아의 그림을 아름답게 채웁니다. 이처럼 치명적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요소는 되나 그 처절한 생의 이음을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애처러운 아픔인가? 꽃이나 들풀들도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가슴이 싸해지는 순간입니다. 그 산 하나를 넘으니 넓은 시야가 확보되면서 왼편으로 팜파스로 향해 산타 크루즈 강이 흐리고 양편으로 연이은 설봉들이 말달리듯 이어지다 모여드는 곳. 그곳에 세로 토레가 선명하게 기골장대한 위용을 갖추고 근엄하게 서있습니다. 이제는 저 토레를 향하여 더욱 가까이 보기 위해 한발한발 다가가는 것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길. 길에서 벗어난 바위에라도 걸터 앉아 한숨 돌릴 수도 있겠지만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 이끼 한조각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이 자연의 조화가 무려 수백년에 걸쳐 만들어진 인고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섬뜩한 이유에 차마 그 자연위에 발자국 하나 조차도 내지 못하겠더이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자연이 더욱 처절하도록 아름다운건지도 모릅니다. 거의 호수에 이르렀습니다. 왼쪽엔 세로 토레 등정을 위한 거점 캠핑장이 있고 길은 바위 투성이의 너널지대라 가파른 경사를 완화하려 이리저리 휘둘러 놓았습니다.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합니다. 등반의 전망대 길이 험난하다 하여 지름길을 택할지언정 돌아갈수는 없는 길. 앞으로 걸어야 할 인생의 길도 이곳 파타고니아의 산길과 그리 다르지는 않을듯합니다. 드디어 일차 정상에 올랐습니다. 클라이머들이 먼저 몸을 푸는곳이라는 세로 솔로가 먼저 나오고 호수가 아름답게 누워 있는 라구나 토레 전망대가 이어집니다. 숱하게 이곳을 방문하였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완벽한 날씨를 준적이 없는데 그저 신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햇살마저 따가울 정도이니 빙하를 건너오는 바람은 숫제 시원하기만 합니다.

호수 끝자락엔 빙하가 흐르고 있고 그 시작점을 쫒아 시선을 위로 치켜올리면 명산 세로 토레가 나타납니다. 완벽한 구도의 풍경화 하나. 태평양의 습한 공기는 안데스 산맥을 넘으면서 눈을 뿌리는데 그 눈이 녹고 얼고를 수없이 반복하여 세로 또레의 빙하를 만들었습니다. 신이 빚어낸 대 자연의 조각들. 파타고니아를 풍요롭게 하는 이 정갈하고도 순수한 자연. 그것들이 바로 파타고니아가 신이 내린 마지막 선물이라 부르게 하는 이유입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천상의 길. 세로 토레를 가는 길. #2

의견 등록


사이트 기준에 맞지 않는 욕설 및 수준이하의 비판, 모욕적인 내용은 삭제됩니다.

CE    

관련 커뮤니티

제목 등록 조회 일자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932 03/11/24
2024년 화천산천어축제 '절정' 글로벌한인 1175 01/22/24
철원 한탄강 얼음 트래킹 축제 성료 글로벌한인 1273 01/21/24
ESTA(여행허가전자시스템)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1612 01/11/24
제15회 평창송어축제 개막…31일간 대장정 글로벌한인 1438 12/31/23
세계적인 화천산천어축제 서막 오른다…23일 얼음조각광장 개장 글로벌한인 715 12/22/23
화천산천어축제 내년 1월 6일부터 23일간 글로벌한인 978 12/04/23
충남 보령시 천북 굴축제 12월 2∼3일 글로벌한인 1139 11/27/23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 개막 12월 3일까지 행사 글로벌한인 1635 11/26/23
이스라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안내 글로벌한인 6897 10/12/23
한국에서 발급 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관할지역 운전 시 유의 사항 안내 글로벌한인 6688 08/25/23
루브르·수족관·모스크…문화와 관광의 오아시스 아부다비 글로벌한인 6650 08/17/23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7226 08/01/23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대상 국가∙︎지역 안내 글로벌한인 6640 04/05/23
우리나라 영문운전면허증 인정국가현황(23.01.13 기준) 글로벌한인 6487 0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