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백미. 토레스 델 파이네 종주 3일차.

오늘은 세상 가장 아름다운 계곡. 프렌치 벨리를 오르는 날입니다. 오늘 트레킹은 가히 배낭의 무게와 파타고니아의 거친 바람과의 전쟁일듯 합니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길을 뚫고 걷다 보니 이윽고 프랜치 벨리가 시작되는 이탈리아노 산장에 도달하였고 배낭들을 비맞음을 대비해 레인커버로 덮어놓고 세상에 내 놓아도 하나 손색없을 천연 가든에서 점심을 즐기자며 독려하여 계곡을 치고 올라갑니다. 왼쪽엔 거대한 빙원이 강을 이뤄 흐르고 오른 편으로는 푸른 거탑과 그 호위병 격인 산군의 뒷 자태를 감상하며 오르는 길. 시선 하나 두는 곳 마다 명경이 아닌 곳이 없고 점점 작아지는 옥색 노르덴스크홀드 호수의 풍경은 명인의 풍경화 그 자체입니다.

냉기 머금은 한 자락 광풍이 몰아 닥치면 멀리 낙하하는 폭포수가 그 강한 바람에 오히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불가사의를 목격합니다. 하늘로 치솟는 폭포. 파타고니아의 바람이 부리는 마술같은 묘기입니다. 가슴에 가득 훈장을 달고 내려와 캠핑장 셸터에서 점심을 나눠먹습니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씨에 제격인 짬뽕 라면. 소주 한잔이 곁들여지니 이내 몸의 한기가 사라집니다. 식후 일행들을 먼저 출발시키고 최종 전망대까지 진군한 돌격대를 기다리며 양지바른 개울가로 옮겨 앉습니다. 맑고 고운 시내가 흐르는 곳. 그 청정한 파타고니아 빙하수에 의식처럼 발을 담그고 피로한 발을 보듬습니다. 바람이 잠들어 인애로운 파타고니아의 햇살이 은총처럼 내리는 날에 쳐다보면 설산 내려다 보면 옥색 호수 천하 명당에서 황제와 황후가 부럽지 않은 오수를 즐깁니다.

4일간의 여정 마지막 숙소인 그란데 파이네 산장으로 가는 길. 20kg이 넘는 무게의 배낭을 메고 가는 어께죽지에 통증이 내려도 이처럼 꽃길을 따라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걷는 파타고니아의 길도 당연 행복한 고행의 길이 아닐까? 요즘처럼 날씨만 짓궂게 변덕부리지 않으면 파타고니아는 계절과 시간 뿐만 아니라 이 바람과 꽃향기 그리고 풀내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내 걸음을 맞추어 볼만한 일입니다. 비록 혼자 걷는다해도 종일 불어대는 바람은 어쩌면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함께 외로움을 나눌 친구가 될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람. 저도 외로워서 부는 것일테니까요. 그런 소소한 상념에 젖어 걷다보니 특별한 풍경속으로 들어온 우리를 발견합니다. UFO 같이 떠있는 구름. 정교하게 상하로 잘라 색깔이 생소하게 이색적인 거산의 모습. 비취빛 호수를 막고 있는 고사목 군락지. 그리고 그 아래 노랗게 흐드러진 엉컹퀴 꽃무리들. 파타고니아의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지니 분주한 길손의 발길을 여지없이 붙들어맵니다.

혼줄 놓고 파타고니아의 풍경 삼매경에 빠져 걷다보니 마침내 호숫가에 색색의 텐트들이 가을 단풍처럼 흩어진 중심에 소담스런 산장이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내려다 보입니다. 고갯마루에 올라 시선을 그 산장 위로 던지니 우리를 반기는 축하의 의식처럼 서쪽하늘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노을이 참으로 강렬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집을 떠나 생소한 길을 걸으면 구도의 철인까지는 아닐지라도 내 삶의 변화를 주기에는 충분하고도 행복한 고행의 여정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한번 씩 닥쳐오는 시련마저도 기쁠 수 있는 이 길에서 그 위에 흩어진 내 삶들을 주워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간을 얻기에 마땅히 마음이 넉넉한 나그네가 된답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백미. 토레스 델 파이네 종주 3일차.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백미. 토레스 델 파이네 종주 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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