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잠이 들고 천국에서 깨어나는... 카우아이 섬. 칼라라우 트레킹 #2

광활한 협곡이 별안간 나타나는데 날카로운 능선이 파도를 타며 푸르게 펼쳐지고 영화 킹콩이나 주라기 공원 등을 촬영한 원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자연의 대 서사시가 써지는 곳입니다. 열심히 그 숲을 헤쳐 나가니 산허리 돌아가는 바위 위에 서서 풍경을 바라보니 오른 편으로는 침잠한 태평양이 옥빛으로 누웠고 해변에는 부드럽게 하얀 파도가 모래톱을 핥고 돌아가고 마치 물들인 손톱을 깎아 던져버린 것 같은 카약들이 형형색색으로 아스라하게 떠있습니다.

달음질치듯 하산하여 이르면 이쯤이 절반을 걸은 9킬로미터 지점의 하나코아 계곡. 하나코아 폭포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곳입니다. 모두 신발들을 벗고 족욕을 통해 노독을 풀게하고 꿀맛 같은 점심을 먹습니다. 나그네의 여정은 멈출 수 없으니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 떠나야 합니다. 칼랄루아 초반 9킬로미터의 길은 숲길이지만 오후가 되면서 시작되는 후반 길은 작렬하는 태양 볕이 순수한 자연의 시공에 조금의 여과됨도 없이 내려쬐기에 더욱 고통스러워집니다. 몸의 중심은 흔들려도 하중의 느낌은 두 발에 다 모여들고 많이들 지친 모습이 역력한데 차라리 구름이라도 가려주고 비라도 뿌려줬으면 하는 이율배반적 발상이 드는 것은 그만큼 혹한 더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결 씩 불어주는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과 좌우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그 아픔을 치유해주기도 한답니다. 명산은 험산이고 명경보러 가는 길은 험로임은 당연한 일인데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이유는 마지막 얻는 트레킹의 보상이 일시에 모든 아픔을 치유해주기 때문입니다. 마의 7마일 구간. 고소 공포증이 유별난 사람들은 차마 걷기가 두려운 발아래 천 길 절벽길이 가마득하게 이어지고 마치 수장을 시켜버리려는 듯이 파도는 밀려와 굉음으로 부서지니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마다 모골이 송연함을 느낍니다. 잠시 더위도 잊은 채 말입니다.

곡예를 하듯이 바위산을 타는 검은 산양들과 함께 춤을 추며 다다른 9마일 지점. 장대한 풍광이 펼쳐지는 전망대에 이르렀습니다. Honaho Hill이라 부르는 이곳에 서서 아무렇게나 던지는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드라마틱한 해안선 풍경이 굽이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발길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이곳. 우리는 기어코 고집스런 의지로 발을 디뎠습니다. 우리들 발아래 해안에는 이 나폴리 코스트를 관광하기 위해 타고 온 보트 하나가 떠 있어 평화스런 코발트빛 바다 풍경을 더욱 고요하면서도 조화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쯤에 내려다보는 칼라라우 비치. 마침내 우리는 그 곳에 도달하였습니다. 인간의 발길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 이 와이미아 산군을 품은 나폴리 코스트는 신비로움을 더해주며 미친 듯이 달려왔다가도 백사장에 이르러 분을 죽이고 잔잔해지는 파도가 흐르고 아련한 해무가 깔려있는 그 한적한 해변에는 물새 한 마리 촘촘한 자국을 남기며 종종 걸음으로 달려갑니다. 한 쌍의 바다 밍크도 해변 모래톱에서 게으른 애정 행각을 벌이고 있고 어미 찾아 나선 야생 고양이 한 마리 뒤뚱거리며 모래 언덕을 넘는 평화로움이 잔뜩 묻은 풍경이랍니다.

바다 속으로 막 잠기려는 해는 마지막 붉은 빛을 조금씩 토해내며 이윽고 주변을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작별을 고하는 시간. 이 멀고 험한 길을 걸어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기에 고즈넉한 칼랄루아 해변은 서산낙조에 비끼어 눈부시도록 아름답습니다. 이 길의 마지막 종점에 나폴리의 내밀한 속살을 숨겨놓은 칼랄라우 비치. 인간의 손으로 결코 그릴 수 없는 풍경화 하나 화폭에 가득 펼쳐놓은 해안 비경이 눈에 잡힙니다.


누구도 함부러 침법할 수 없는 자유의 땅에 와있다는 해탈감의 표현일까? 나신으로 해안 모래톱을 밟는 자유주의자들의 행보가 그리 부담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나 또한 주체할 수 없도록 차오르는 해방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대신 나는 수십미터 낙하하는 찬 폭포수 아래 정좌하고 그 물을 그대로 머리에 맞습니다. 열반이 있다면 이런 세계일런지....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천국에서 잠이 들고 천국에서 깨어나는... 카우아이 섬. 칼라라우 트레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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