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도르의 성지. 페루 꼴카 캐년 종주 트레킹. #2

트레킹의 시작이자 마지막인 카바나콘데(Cabanaconde) 마을로 들어서고 드디어 계곡 최저점으로 행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이곳 콜카 캐년 트레킹은 캐년의 사이드 트레일까지 다 걷자면 몇날을 보내도 부족하겠지만 전형적인 종주는 2박 3일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 짧지만 매우 흥미로운 트레킹은 카바나꼰데의 울창한 계곡 마을에서 시작되는데 건조한 대지에서 강인하게 성장한 선인장 군락을 지나고 한번씩 퍼덕이는 날개짓 소리에 쳐다보면 신성하고도 거대한 콘도르들이 협곡에서 힘찬 비상을 보여주는데 이 순간 우리 트레커들의 움추려진 마음을 활짝 열어줍니다. 산자락마다 삶의 터전을 마련한 촌락들과 어우러진 산하 그리고 만년설산의 풍경. 이 캐년만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자랑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미서부의 그랜드 캐년 종주와 비교하게 되는데 매우 유사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1박 2일로 진행하며 우선 캐년의 바닥으로 천이백이나 천오백 미터를 내려갔다가 강변길을 한두시간 걸어 이동하여 다시 림으로 치고 올라오는 것은 동일한데 그 캐년안에 채워진 구성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랜드 캐년이 불모지로 그저 황량한 바위와 건초들로 채워져 있지만 꼴카 캐년은 3천이 넘는 고지대임에도 불구하고 고온다습하여 열대성 식물과 식용 작물들이 재배되고 계곡이 녹색으로 가득 무성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물론 이 비탈에 기대어 사는 페루비안들과 얄과 소같은 가축들도 함께 그들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녹색지대가 올라가면 수목 한계선을 그리고 그 산 정상에는 만년설이 덮고 있는 묘한 풍경. 한 시공에 사계이 고스란히 채워져있어 대단히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콜카를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우선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도록 침식된 강이 흐르는 콜카 밸리와 그토록 깊이 파진 협곡의 캐년 그리고 곳곳에 남겨진 페루인들의 유적을 이르는데 관람 포인트로 여겨서 보아도 좋을 듯합니다.

여기저기 불쑥 솟아오른 봉우리 사이로 경악스런 정도로 가파른 절벽을 타고 협곡으로 걸어 들어갈 때 나 혼자 이세상을 독차지 한듯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할 것입니다. 세시간에 가까운 가파른 내리막 길. 1,200 미터를 마땅히 해를 가릴 그늘도 없이 내려가는 송알송알 맺히는 구슬 땀에 말라가는 목을 적시기 위해 제법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합니다. 들리는 작은 마을마다 간이 음식점을 겸한 매점이 있어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기도 합니다. 다리가 제법 뻐근하다 싶을 즈음에 화산지역의 특징같은 황금빛 산아래 강물가에 사막의 오아시스 처럼 무성한 숲에 둘러싸인 상갈레(Sangalle, 오아시스)동네가 펼쳐집니다. 마지막 지루한 내리막 길을 걸어 내려오니 더욱더 울창해지는 숲과 풍부한 폭포물이 왜 여기를 오아시스라고 부르는 지 이내 알수 있었습니다. 깊은 협곡 아래 따뜻한 기온과 포근한 기후로 빛고은 꽃들이 만발하였고 그 향기에 취한 온갖 새들이 현란하게 가지를 날아다니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별스럽게 지어진 제법많은 리조트들은 제각기 특징을 지니고 축성되었는데 한가지 공통점은 모두 수영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인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둑을 쌓아 저장한 자연 노천 풀장입니다. 높은 산을 타고 내려오면서 적당히 데워진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와인 한모금씩 음미하면서 지긋이 눈을 감고 노독을 풀고 있으니 아련하게 빠져드는 감미로움에 세상 부러울게 없는 순간이 됩니다.

그 깊은 대협곡 아래서 달콤한 여름밤을 지새우고 여명을 헤치며 계곡에서 다시 올라갑니다. 새벽 네시부터 서두는 이유는 해가 뜨면 낮 더위에 산행이 힘들어 질수도 있고 계곡 시작점에 다시 올라 일출의 장관을 보려함도 있겠지만 매일 시작되는 이 가이드 트레킹의 시간을 맞추기 위한 여행사의 꼼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협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법 다리가 뻐근해지는 등반이 있습니다만 트레킹은 건강하고 적합한 사람에게는 매우 쉽습니다. 오를 때의 경관은 내려올 때와 또 다르니 아침 붉은 햇살이 비치는 계곡과 마을과 빙하산의 풍경들은 수려함을 넘어 어떤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게도 합니다. 콘도르의 날개짓에 어둠이 걷히자 말을 탄 일단의 무리가 올라와 지나갑니다. 일단은 체력이 부족하여 말을 이용하는 것이겠지만 세 부류의 사람들로 유형이 나눠집니다.

이 좁은 길을 말로 이동하여 불편하게 한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 조금도 부럽지 않은데 저 혼자 뻐기듯이 의기양양한 얼굴. 자신의 하중으로 말에게 고통을 주며 한번씩 미끄러져 낙마하며 보이는 부끄러운 얼굴. 계곡을 탈출하는 세시간 동안의 등정은 매우 가파르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도전의 길이기에 마지막 피치를 오르면서 나도 말을 탈걸하는 약간의 유혹은 있었으나 이내 그런 약한 생각을 떨쳐버립니다. 이 자부심으로 가득 채워진 오름길의 향연을 마감하고 계곡의 최고점에 도달하니 먼저 도착한 이들이 축하의 박수세례를 해줍니다. 약간은 계면쩍기도 한데 손을 들어 답례를 해보이고 대신 나도 나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이들에게 진심을 담아 종주의 노고를 위로하고 성공을 축해해줍니다.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전혀 낯선이들과 어울려 행한 콜카 캐년 종주길의 아름다운 동행들이었습니다.


www.mijutrekking.com
미주 트래킹 여행사: 540-847-5353

콘도르의 성지. 페루 꼴카 캐년 종주 트레킹. #2

콘도르의 성지. 페루 꼴카 캐년 종주 트레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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