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길. 옐로스톤 에발렌치 트레일 - II

해발 3천에 가까워지니 하나둘고산지대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키 작은 관목이 듬성듬성 보일뿐 푸른 생명체들은 모두 사라지고 그저 모진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간 마른 고사목들이 황량함을 더해주며 산을 메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따금 깔딱 고개라 부르는 제법 길고도 매우 경사진 산길을 오르게 됩니다. 숨이 깔딱 넘어갈 것 같다는 표현에서 산사람들이 즐겨 쓰는 표현인데 우리 몸의 무거움을 깨우치게 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서두르지 말고 한숨 쉬고 뒤돌아보며 천천히 가라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고달팠던 나날들이라도 오랜 세월 지나고 나면 모두 아름다워 그리움으로 간절하듯이 그때마다 나무 등걸 부여안고 쉬게 했던 힘겹게 지나온 길이 어느덧 자긍심으로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고통의 무게는 받아들이는 마음에 따라 그것이 또 다른 즐거움을 가져올 수도 있으며 아니면 나쁜 일은 어깨동무 하고 오듯이 연이은 고통으로 절망의 삶을 살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무한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지혜를 배우는 것이 인생이라는 시간이고 그런 도전적인 삶의 용기를 조금이나마 몸에 베이게 하는 것이 등산이 아닌가 합니다. 산은 제 몸을 깎아서 벼랑을 만들고 비탈을 만들었습니다. 그리도 오랜 세월을 보내며 만들어 놓은 벼랑과 골. 마침내 그 구비를 오르내리며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지혜와 겸양의 마음으로 다시 산을 오릅니다.

순례자의 가장 정직한 욕심
수목 한계선에서 얼굴을 바꾼 경치는 너덜지대로 이어집니다. 뒤돌아보니 두어 시간 전에 지나온 풍경이 저만치 멀어져 우리를 보고 손짓하는 듯. 돌밭 길에 단단히 누워있던 풀들도 자취를 감추고 돌사태(Rock Slide)를 당한 산에 산산이 부서져 너부러진 바위들만이 가득한 너덜 길. 아무리 휘어지게 길을 만들었어도 이처럼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포기하고자 하는 마음은 결코 들지 않습니다. 이 지난한 여정의 끝에 있을 미지의 절경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은 순례자의 가장 정직한 욕심. 무거운 발걸음을 다시 옮깁니다.

미국 최초 최고 최대의 국립공원이라고 그리도 거창한 칭송을 얻고 있는 옐로스톤의 자연이지만 그저 고요하고 그리고 소박하게 오래 묵은 빛깔과 향기로 언제부터 항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황량한듯하지만 하나도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꽉 찬 풍경. 숨죽이고 정지한 것 같아 보여도 오랜 세월 한순간도 호흡을 멈춘 적이 없었던 치열한 자연의 생명력. 그 옐로스톤의 품안에 안겨서 정상을 오르며 함께 숨 쉬는 그 진한 감동은 그 어떤 세상의 언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세월의 향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오늘도 어김없이 목표한 정상에 섰습니다. 물론 몇몇 낙오자도 생겼지만요. 척박한 땅에서도 그 여린 생명을 이어온 산 다람쥐들이 먼저 마중을 나와 아는 척을 합니다. 바다처럼 펼쳐져 있는 호수 위엔 평화롭게 물안개가 피어나고 저 멀리 굽이친 능선 넘어 흰 눈 입은 그랜드 티톤의 산군이 또렷하게 보이면서 이 곳 만이 간직한 독특한 모습의 산들이 구름위에 뜬 채 주변을 채우고 있습니다. 손잡고 서있는 오늘의 정상엔 오랜 세월의 향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바람이 한결 흘러갑니다. 과연 오늘까지 이 에발란치 산 정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발자취를 남기고 갔던가? 오십억 인구 중 몇 퍼센트의 산객이 다녀갔을까 생각해보니 어쩌면 우리는 선택받은 존재가 아닌가 여겨지며 까닭없이 어께가 으슥해지는 자부심으로 마음마저도 풍요로워집니다.

가난한 사람이란 적게 가진 것이 아니라 더 가지려는 물욕에 채워지지 않아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의 소유자인지도 모릅니다. 자연 속에서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감사히 여기며 욕심 없이 누리는 삶. 그가 바로 진정 부유한 사람이 아닐까? 우리는 오늘 이 광대한 미 서부 대자연의 품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그 어느 누구보다도 더 많이 누리는 참 부자가 되어 하염없이 행복을 가득 가슴에 채웁니다. 그 넘치는 기쁨과 충만한 자족으로 발길도 가볍게 하산을 합니다. 이 순간만큼은 이 세상 모두를 품을 것 같은 한없이 넓어진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어 앞으로도 더불어 살아갈 사람 사는 세상으로 우리는 다시 들어갑니다.

출처: 등산 및 문화 체험형 자유여행 전문 - 미주트래킹 여행사

하늘 길. 옐로스톤 에발렌치 트레일 - II

의견 등록


사이트 기준에 맞지 않는 욕설 및 수준이하의 비판, 모욕적인 내용은 삭제됩니다.

ty    

관련 커뮤니티

제목 등록 조회 일자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932 03/11/24
2024년 화천산천어축제 '절정' 글로벌한인 1175 01/22/24
철원 한탄강 얼음 트래킹 축제 성료 글로벌한인 1273 01/21/24
ESTA(여행허가전자시스템)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1612 01/11/24
제15회 평창송어축제 개막…31일간 대장정 글로벌한인 1438 12/31/23
세계적인 화천산천어축제 서막 오른다…23일 얼음조각광장 개장 글로벌한인 715 12/22/23
화천산천어축제 내년 1월 6일부터 23일간 글로벌한인 978 12/04/23
충남 보령시 천북 굴축제 12월 2∼3일 글로벌한인 1139 11/27/23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 개막 12월 3일까지 행사 글로벌한인 1635 11/26/23
이스라엘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안내 글로벌한인 6897 10/12/23
한국에서 발급 받은 국제운전면허증으로 관할지역 운전 시 유의 사항 안내 글로벌한인 6688 08/25/23
루브르·수족관·모스크…문화와 관광의 오아시스 아부다비 글로벌한인 6650 08/17/23
쿠바 방문자의 미국 ESTA 거절 관련 안내 글로벌한인 7226 08/01/23
전자여행허가제(K-ETA) 한시 면제 대상 국가∙︎지역 안내 글로벌한인 6640 04/05/23
우리나라 영문운전면허증 인정국가현황(23.01.13 기준) 글로벌한인 6487 0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