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트레킹. 4일차

구름도 쉬어 가는데. 로키의 안식일.

누군가의 방문이 직감으로 느껴지는 산장의 새벽입니다. 비가 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지역 산행을 할 때야 비가 와도 나름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 호젓한 길을 걸으며 자식과의 속깊은 대화를 나눌수 있어 좋지만 많은 것을 투자해 날아온 이런 명승지에서는 한가지라도 더 수려한 풍광과 기묘한 유적들을 보고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온 브라질 동포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오늘은 어제 양식으로 메슥해진 속을 풀양으로 얼큰하게 육개장으로 아침식사 하고 느긋하게 길을 나섭니다.

산하는 촉촉하게 젖어있고 자욱한 안개를 헤치며 달리는데 골마다 가득찬 구름안개가 용을 쓰며 산정을 넘으려 실타래 처럼 풀어놓는데 자못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수억년 동안 자연이 조각하고 마름질한 로키의 빼어난 명소들과 조우할 기쁨에 마음들이 한껏 부풀어 있습니다. 먼저 기암으로 막혀진 물길이 영겁의 세월동안 밀쳐 그 바위를 뚫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바위는 갈라지며 침식이 거듭되면서 만들어진 네추럴 브릿지. 다리는 건너라고 있는 것인지라 접근을 불허해도 우리는 용감하게 그 다리를 건너봅니다. 모골이 송연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해 봅니다. 이어 이웃에 있는 에메랄드 호수. 혹자들은 레이크 루이스 보다 더 수려하다고 하는 에메랄드 호수의 그 물빛은 진정 우리들의 모난 마음을 깎아 부드럽게 해주기 충분한 평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구름이 낮게 깔리고 그 위로 솟아오른 로키의 영봉들. 호수가를 걸으며 힐링의 자족을 마음껏 누려봅니다. 애초에 이곳에서 잠시 영혼을 맡기고 카누를 저으며 호반을 미끄러지려 했으나 비때문에 자스퍼 말린 호수에서 보트 크루저로 대신하기로 하고 반프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 있는 현존하는 역사의 현장. 스파이럴 터널을 방문합니다. 로키 개척의 원동력이 되어준 기차. 그 험준한 산길을 뚫어 물자를 수송하려니 하도 힘겨워 용수철 처럼 돌고돌아 그 경사를 완만하게 건설한 철로의 모습입니다.

아름다운 산악마을 반프로 진입하여 우선 청정 로키 우육으로 만든 햄버거에 우리나라 강원도나 미국의 아이다호 처럼 감자로 유명한 캐나다 유콘 지역에서 생산된 골드 프라이로 점심을 해결하고 명소 사냥에 나섭니다. 보우 폭포와 보우 강. 폭포의 높이야 보잘것 없는데 언제나 풍성하게 내리는 수량도 그러하거니와 1950년대 마릴린 몬로가 주연한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들 영화 스텝들과 함께 지낸 유서 깊은 반프 스프링스 호텔이 고성처럼 언덕에 서있고 그 아래로는 보우강이 유장하게 흐릅니다. 이 강물은 멀고먼 항해를 하여 대양으로 가는 꿈을 꾸며 오늘도 힘차게 흘러갑니다. 이어 곤돌라를 타고 설파(유황)산으로 올라갑니다. 눈이 쌓였을지 모른다는 주의사항을 듣고 올라가니 주변 고봉들은 정말 하얀 모자와 옷을 입고 로키를 로키답게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칼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릿지를 따라 전망대 까지 가서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내는 반프 주변의 비경을 마음껏 감상합니다. 이런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코스로 노천 온천욕입니다. 대형 풀장으로 만들어 남녀노소 모두 함께 즐기게 했습니다만 이름이 무색하게 유황 냄새는 거의 나지않는 유황온천입니다. 그래도 주변 눈쌓인 로키의 준봉들을 바라보며 갖는 안식의 시간. 행복하다 말할수 있겠습니다.

저녁 만찬. 이번에는 한해의 삼분의 일은 브라질. 일은 로스 엔젤리스. 일은 해외에서 지낸다는 이경갑님이 쏘시기로 했습니다. 30년도 넘는 그 옛날 나이 삼십에 단돈 일천불 들고 브라질로 들어가 수제비로 연명하며 일구어낸 역경의 개인사.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그 고난의 역사는 지금 한없이 여유롭게 생을 즐길수 있게 만들어준 값진 인생 경험이 아닐런지... 야채와 쌀을 주재료로 하며 매콤한 소스로 우리 입맛에도 맞는 맥시칸 정통요리에다 2천 cc 짜리 대형 조끼에 맥주를 채워 마시며 분위기를 달굽니다. 물론 반프 지역에서 제조한 청정 로키산 수제 맥주로 말입니다. 잔이 기울어 질때 마다 어께는 가까워지고 잔이 비워 질 때마다 우정은 더욱 깊어집니다. 베품이 경쟁처럼 이어지는 동행. 그러니 타인에 대한 배려는 더욱 더하여 일사분란한 여정은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모두 함께 잔을 높이 들고 외쳐봅니다. 건강하십시오. "SA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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